SK텔레콤 '누구 버튼' 런칭, 네이버 '어웨이' 새 버전 출시 예고

카카오, 안드로이드 오토 호재에 카카오내비에 '카카오i' 탑재 서둘러

카 커넥티드 시장 선점 위한 '교두보'…완성차업계도 시장 진입 노려

로렌스 김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가 12일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 기자간담회서 안드로이드 오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안드로이드 오토가 출시된지 2주가 지났다. SK텔레콤, 카카오 등 국내기업들이 잇달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출시 일정을 앞당기며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에 따른 후속조치에 나섰다. 완성차 업체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 가세할 준비를 서두르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구글은 지난 12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플랫폼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 출시했다. 우리정부의 정밀지도 해외 반출 불허에 따라 자체 내비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구글은 카카오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오토에 카카오내비를 탑재했다. 또한 구글은 현대·기아차와도 파트너 관계를 맺고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적용했다.

업계에서는 '구글-현대·기아차-카카오' 3사 간 협력으로 일어날 시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어느 회사와 협업하느냐도 중요한 요소"라며 "현대·기아차를 구매하려는 사용자가 기존에 (SK텔레콤의) T맵을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으로) 사용하고 있더라도 차량이 카카오내비와 연계돼 있다면 내비를 옮길 충분한 동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렌스 김(Lawrence Kim) 안드로이드 오토 프로덕트 매니저도 "전 세계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 OS(운영체제)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 70% 이상인 현대·기아차, 자동차 디스플레이어로 최적화된 카카오내비. 이 기업들의 협력에 안드로이드 오토 한국 런칭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2주간 바쁘게 움직인 국내기업

안드로이드 오토가 주목을 끌자 긴장한 국내 기업들도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출시 일정을 앞당기며 대응에 나섰다.

안드로이드 오토가 출시된 12일부터 25일까지 2주 간 업계 1위인 SK텔레콤은 '누구 버튼'(17일)을 출시했고, 네이버는 '어웨이(AWAY)' 새 버젼을 내달 출시할 예정임을 17일 발표했다. 카카오는 3분기 말 출시 예정이던 '카카오i'의 카카오내비 탑재를 이달 중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의 누구 버튼 출시는 안드로이드 오토가 출시된 지 불과 5일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누구 버튼 출시에 앞서 SK텔레콤이 인포테이먼트 시장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서비스를 선보인 시기는 올해 1월이다. 당시 SK텔레콤은 'T맵X누구'를 업데이트 해 △도착시간·위치 공유 △경로 변경 △팟캐스트 청취 등 11가지 새로운 음성 제어 기능을 추가했다. T맵X누구는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과 AI 플랫폼인 '누구'를 결합한 SK텔레콤의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지난해 9월 출시됐다.

SK텔레콤의 '누가 버튼'(맨위), 네이버 '어웨이'(가운데), 카카오아이(i)가 탑재될 카카오내비 설명. 사진=각사
네이버도 17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어웨이 새 버전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새 버전에는 네이버 AI 플랫폼 '클로바'(CLOVA)가 탑재될 예정이다. 현재 어웨이는 단순히 음성인식 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가려는 목적지를 음성으로 입력하는 수준으로 음악 재생, 날씨 등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일일이 터치해야 한다. 새 버전은 미러링이나 USB 연결 필요없이 음성으로만 모든 작업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용자가 별도의 통신비를 부담해야하는 점은 여전히 네이버가 넘어야할 숙제다.

카카오는 7월 중에 카카오 AI 플랫폼 '카카오i(카카오아이)'를 카카오내비에 탑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가 출시 일정을 앞당긴 이유는 SK텔레콤·네이버와는 다르다.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 호재를 통해 시장 점유율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윤주선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안드로이드 오토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안드로이드오토 서비스의 국내 출시는 카카오내비를 이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밝힌 바 있다.

◇ 인포테인먼트 시장…커넥티드 카 시장 선점 위한 '교두보'

구글을 비롯해 국내 SK텔레콤, 카카오, 네이버 등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 선점을 위해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인포테인먼트 시장이 추후 커넥티드 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길목에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자동차가 연결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자동차를 의미한다. 최근 SK텔레콤·KT등이 선보인 '카투홈(Car2Home)', '홈투카(Home2Car)' 서비스도 이에 해당한다. 자율주행차량이 커넥티드 카의 궁극적인 모습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되면 주행 시 자동차 모든 상황을 판단·제어해 스스로 운전하고, 운전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음악 청취, 영화 감상 등이 가능해진다.

국내 커넥티드 카 시장 규모는 2020년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로 연평균 35%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2035년에는 전 세계 차량의 75%가 자율주행차로 운행된다. 기존 차량의 50%만 자율주행차로 대체돼도 전 세계 시장서 연간 약 250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이 한국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5G와 관련이 있다. 커넥티드 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5G 상용화가 필수적이다. 4G로는 커넥티드 카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다. 구글이 향후 전 세계 커넥티드 카 시장 경쟁을 대비해 테스트베드로 국내 시장을 선택한 이유다.

구글 자율주행차 '웨이모'(사진 위), SK텔레콤 5G 자율주행버스. 사진=연합뉴스

◇ 시장 진입 준비하는 '완성차 업계'

완성차 업계도 앞다퉈 인포테인먼트 시장 진출을 준비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미국 사운드하운드와 협업해 음성인식 정보검색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지난 10일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인 바이두와 '커넥티드 카 전략적 협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차량용 AI 로봇 개발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2019년 첫 커넥티드 카 출시를 목표로 2016년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연구 중이다. 지난해에는 LG유플러스와 MOU를 체결, 인포테인먼트·카투홈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의 인포테인먼트 기술 개발 수준이 SK텔레콤, 네이버, 카카오 등 ICT업체보다 다소 뒤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의 기술력이 ICT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그렇다고 완성차 업체가 기술 개발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시스템 도입가격에 있어서 주도권을 ICT기업이 갖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어 "완성차업체는 하드웨어만 만들고 자동차에 심을 수 있는 영혼(소프트웨어)은 구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완성차 업계 목표는 물론 ICT 기업의 기술력을 뛰어넘는 것이지만, 완성차 업체가 성능은 약간 부족해도 기술 개발에 나서야 향후 ICT기업들이 내놓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적정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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