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관리(DR), ESS, 에너지자립마을 등 다양한 전력공급과 절전원 발굴

태양광 발전소가 설치된 LS산전의 부산사업장 모습. 사진=LS산전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전국적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전력당국은 여유롭다. 전력예비율이 10% 이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전력당국은 ‘걱정되는 것은 것은 천재지변 뿐’이라고 호언장담이다.

수요관리(DR)사업,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피크저감, 에너지자립마을 확충 등 에너지효율을 높여온데다가 다양한 전력공급처를 발굴했기 때문인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 폭염에도 예비율 충분, 신뢰성 DR에 참여기업에 정부의 전력감축 지시 한번도 없어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원전 예방정비로 인해 올해 겨울 종종 발동됐던 신뢰성 DR(수요관리)은 20일 기준으로 현재 한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신뢰성 DR은 전력수요 폭등 때 등록된 수요자원에 전력사용 감축요청을 발동해 전력예비율을 유지하는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예비력이 10GW 이하로 낮아지는 상황에서 전력수요가 88.3GW를 초과하는 등 상황에서 DR을 발동하기로 했다.

‘폭염’이긴 하지만 한국의 전력예비율을 위협하기엔 아직 이른 더위다.

하루 종일 찜통 더위였던 19일 최대전력은 87.59GW였지만 공급능력은 97.93GW에 달래 공급예비력 10.34GW, 예비율 11.8%를 기록했다. 전날인 18일 예비율은 12.7%, 17일 12.5%, 16일 11%를 기록했다.

신뢰성 DR을 발동하지 않고 전력예비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력을 다양하게 확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력거래소는 경제성 DR로 노원열병합발전소 1기분인 21MW 가량을 확충했다. 경제성 DR은 기업이 아낀 전기를 전력망에 되파는 제도를 의미한다. 신뢰성 DR이 정부의 감축요청이 있을 때만 발동하는 반면 경제성DR은 기업이 필요할 때 전력을 팔 수 있다.

가령 A기업이 사내 체육대회 등으로 특정날짜에 전력 사용을 대폭 줄일 경우 줄인 량을 절감량으로 인정받아 수입으로 잡을 수 있다. 전력당국은 경제성 DR에 참여하는 기업의 아낀 전기를 구입하고 있다.

산업부는 비상상황에 대비해 올 여름 약 680MW 규모의 추가 자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서남해상풍력의 해상변전소와 풍력발전기. 사진=안희민 기자

◇ 공장에 설치된 태양광-ESS, 섬마을 태양광…에너지절감과 전력생산에 효자

각급 공장에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전력절감에 한몫 한다.

전기값이 싼 심야시간 때 ESS에 전력을 비축해뒀다가 전력이 비싼 낮동안 꺼내쓰면 그만큼 기업엔 이득이다. 한국에선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SK D&D, 현대중공업, 효성중공업, 벽산파워 등이다.

SK D&D는 에너지저장장치를 확충하고 ESS 운영을 그리드위즈에 맡겼다.

신뢰성, 경제성 DR에도 참여하는 그리드위즈는 자신이 관리하는 DR 사업장과 ESS의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워룸(WAR ROOM)을 꾸몄다. 워룸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ESS 운영을 극대화하는 접점을 찾는다. 원격으로 ESS를 제어할 수 있다.

태양광-마이크로그리드가 설치된 신성ENG의 용인신공장. 사진=신성이엔지 제공

효성중공업과 벽산파워는 원격으로 조정이 가능한 ESS 사업의 선구자다.

효성중공업 기술연구소는 신재생에너지발전소에 ESS를 설치해 주파수 평탄화 등에 활용해왔으며 공장에도 ESS를 설치해 에너지절감을 하고 있다.

벽산파워는 ESS를 활용해 신뢰성 DR사업을 전개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효성중공업과 벽산파워는 최근 비하인드미터 시장이라고도 불리는 건물ESS 저장전력 판매 시장에 한국 최초로 기술을 공급하기도 했다.

‘폭증’이라고 표현해도 손색없는 태양광 발전설비도 전력난 없는 여름철 실현에 한몫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현대자동차는 울산 현대차공장 출고대기장에 30MW의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한수원은 2030년까지 7GW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태양광-ESS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 인버터 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스마트그리드망인 KT-MEG를 이용해 에너지효율 작업에 나선 것도 전력난 경감에 일조한다.

신성이엔지는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 개최하고 있다.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기업, 학계, 연구단체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는 이 세미나엔 신성이엔지뿐 아니라 한화, LS산전 등 관심있는 기업 관계자도 참석해 모색하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용인신공장에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해 2년 이상 운영데이터(track record)를 쌓았다.

한화에너지는 죽도에 설치한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 최근 운영실적을 공개했다.

죽도엔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 외 디젤발전도 함께 운영 중인데, 태양광-ESS 설비의 성능이 좋아 날씨가 나빠 태양광 발전을 하지 못하는 시간 중 95%(87시간)을 ESS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했고 나머지 5%를 디젤발전기를 돌렸다.

이례적인 사실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 한화에너지의 태양광-ESS 마이크로그리드와 디젤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인다는 점이다.

태양광발전설비가 설치된 고속도로. 사진=픽사베이 제공

◇민간주도 에너지자립마을, 전력난 없는 여름나기에 기여

민간주도로 설립된 에너지자립마을도 전력난 경감에 큰 역할을 수행한다.

에너지자립마을은 공동주택 등 마을 공동체가 절전소를 운영하고 전구를 LED로 바꾸고 미니태양광과 베란다 태양광을 설치해 에너지 절약과 생산을 주도한다. 절전소는 마을도서관 등에 자발적으로 일주일 혹은 한달간 절감한 전력량을 그래프로 표시하는 마을 공동체 운동이다.

처음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시작됐다가 이의 가치를 알아본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데 이르렀다.

에너지자립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다. 에너지자립마을을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3+1 절전법 보급, 절수기 공동구매 등을 추진했다.

3+1 절전법인 에어컨코드 뽑기, TV 절전모드 설정, 냉장고 온도 높게 설정하기, 무선와이파이셋톱박스 끄기 등을 말한다. 매일 1분씩 투자해 매달 5000~7000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있다.

에너지자립마을은 에너지절약으로 거둔 수익을 아파트 경비원 임금향상 등에 도움이 되도록 역할을 하는 등 훈훈한 미담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에너지자립마을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도엔 7개소에 불과했으나 2016년엔 55개소, 2017년엔 75개소로 늘어났으며 2018년엔 100개소에 이를 전망이다.

베란다 태양광설비를 부착해 에너지절감에 나선 에너지자립마을.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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