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전송 가능한 ESS’ 설치 후 전력망과 연동해 전기 판매

효성중공업이 전남 가사도에 설치한 ESS. 사진=효성중공업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기업이 처음으로 미국 비하인드미터(BTM, Behind The Meter) 시장에 참여한다. 변전소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해 주파수 제어 등 미국 전력시장에 참여한 사례는 있지만 미국 전력망과 연동된 건물 ESS에 저장된 전기를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핵심기술을 공급하는 미국 마이크로녹(MicroNOC)이 PG&E의 비하인드미터 시장 사업자 모집에서 사업자로 선정된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PG&E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종업원 2만명 규모의 미국의 복합가스와 전력기업이다. 중부와 북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1600만 주민에게 청정에너지를 공급한다.

그간 PG&E가 ESS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 설치해 주파수 보정, 주파수 평탄화 등을 진행한 적은 있으나 일종의 전력 중개사업자를 설정해 각급 건물의 ESS에 저장된 전기를 구매, 부족한 전력을 확충하는 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하인드미터 시장은 건물에 설치된 ESS에 저장된 전력을 구입하는 시장이다. 이와 대비된 개념이 프론트오브더미터(Front of The Meter)다. 프론트 오브더미터는 발전소에 설치된 ESS를 활용하는 개념이다.

이번 미아크로녹의 사업자 선정은 한국기업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효성중공업과 벽산파워가 국내에서 쌓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최초로 미국 비하인드미터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과 벽산파워는 국내에서 각급 공장에 ESS를 설치해 에너지절감 사업을 벌여왔다. 이 사업에 뛰어든 한국 기업은 현대중공업, SK D&D 등이 있다.

이들은 주로 자사의 공장에 ESS를 설치해 에너지절감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미국 비하인드미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효성중공업과 벽산파워가 최초다.

PG&E는 캘리포니아공공발전위원회(CPUC)에 등록된 4종의 총 567MW 규모의 에너지저장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올해 1월 CPUC는 PG&E에 캘리포니아 중북부 협곡에 위치한 특정 지역 3곳에 신뢰성있는 에너지저장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을 직권으로 권유했다. PG&G는 2월 28일 사업을 공모하고 몇몇 기업의 참여의사를 받았다.

심의 결과 발전소 소유의 프로젝트 1개소와 제3자에 소유된 3개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이들 모두 캘리포니아 사우스 베이에 위치해 있다.

제안된 발전소 소유 프로젝트는 182.5MW의 리튬이온전지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BESS)이며 PG&E의 모스랜딩 보조스테이션에 위치해 있다.

전송망이 연결된 BESS는 지역의 설비요구기준을 충족하며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자(CAISO) 시장에 참여해 에너지와 보조 서비스를 공급한다.

에너지저장은 캘리포니아의 미래 청정에너지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동시에 향후 수십년간 PG&E의 발전믹스 중 한 부분이 될 것이다. PG&E는 1980년대에 헬름 압축저장 플랜트를 개소한 이래 지속적으로 에너지저장장치의 종류와 수를 늘려왔다.

최근 전지는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통적인 에너지저장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대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지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이 전반적인 그리드 신뢰성을 확장하며 고객의 에너지와 돈을 절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3자가 소유한 나머지 3종의 계약도 리튬이온전지 프로젝트이다.

고객사이트와 이에 연결된 사우스 베이의 보조스테이션에 10MW급 비하인드미터 전지 프로젝트와 모스랜딩 지역 모간힐市에 설치될 전송 가능한 독립형 75MW급과 300MW BESS다.

PG&E는 전력품질이 악명높은 피스와 보그 지역에 전송 솔루션을 설치할 예정이다.

CPUC가 승인하면 PG&E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2019년말부터 전력을 공급하고 2020년말에 다른 프로젝트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박승용 효성중공업 기술연구소장(전무)는 “국내에서 그룹사의 공장에 ESS를 설치해 에너지절감 활동을 벌여온 한국 기업이 미국 비하인드미터 시장에 진출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애플, 구글 등이 본사에 태양광 ESS를 덧붙여 전력수급에 나서고 비하인드미터 시장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을 밝게 봤다.

최중인 벽산파워 사장은 “벽산파워와 효성중공업이 PG&E의 비하인드미터 시장에 참여하는 시기는 2019년 10월부터”라며 “PG&E가 비슷한 입찰을 이미 한차례 진행해 다른 기업이 수주했지만 전력공급 개시가 2020년 10월로 1년 늦어 한국 기업이 PG&E의 비하인드미터 시장의 문을 여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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