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17일 출국…사절단과 함께 美 자동차 232조 전방위 방어

현대·기아차, 이번주 중 해외법인장 회의 소집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무거운 관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현대기아차가 다급해졌다. 정부는 범정부 민관 합동사절단을 북미로 파견했고, 연간 120만대 이상의 차량을 미국 시장에 팔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금주 중 해외법인장 회의를 통해 대책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정부 사절단, 캐나다·미국·멕시코 등서 대대적인 대외접촉활동 착수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현종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차에 부과하려는데 대응하기 위해 이날 오전 캐나다로 출국, 오는 27일까지 미국과 멕시코 등을 잇달아 찾을 계획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 물품이 국가 안보를 해칠 경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수입 제한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23일 미 상무부에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 자동차 수입이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오는 19~20일엔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와 관련된 공청회가 열린다.

김 본부장은 가장 먼저 캐나다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무장관을 만나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232조를 적용하려는데 따른 공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마크 마신 캐나다 연금자산운용기관 회장과 만나 양국의 경제협력과 투자유치 방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할 예정이다.

수입차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논리에 따라 열리는 공청회를 앞두고선 미국으로 향한다. 김 본부장은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에 머물면서 관계부처와 자동차업계로 구성된 사절단과 함께 움직일 예정이다.

그는 이 기간 사절단과 미 정부 관계자, 현대·기아차가 투자한 앨라배마와 조지아주(州)의 의원 등을 만나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강조할 계획이다. 19~20일 열리는 미 상무의 공청회에는 강성천 산업부 통상차관보가 정부 대표로 참석,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한다.

김 본부장과 사절단은 태평양동맹(PA) 정상회의를 계기로 멕시코 푸에르토 바야르타에서 열리는 관계 장관회의에도 참석한다. PA는 멕시코·페루·콜롬비아·칠레 등 4개국이 2012년 결정한 지역 경제연합으로, 이번 회의에서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된다.

◇ 현대·기아차, 美시장 실적 하락에 '관세 폭탄' 우려까지

현대·기아차는 이번 주부터 다음주까지 서울 양재동 사옥과 경기 남양연구소에서 해외법인장 회의를 연다. 이 회의는 매년 7월과 12월 열리는 연례행사다. 일반적으로 7월에 열리는 해외법인장 회의에선 그해 상반기 판매실적 점검과 하반기 경영 목표 전략을 수립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판매량으로 볼 때 중국·유럽·인도시장에서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시장 만은 예외다.

현대·기아차는 사드보복 등 악재에서 벗어나면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43만8364대를 중국에서 판매, 전년 동기대비 16.3% 성장했다. 같은 시기 유럽시장에서는 전년 동기대비 6.6% 증가한 44만5842대를 판매했다. 또한 현대차는 인도시장에서 전년 동기대비 6.4% 성장한 22만9765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아직 인도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반면 이 시기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판매량은 50만7987대로 전년 동기대비 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올해 초 미국에서 터진 에어백 리콜 사건 등이 판매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초에 터진 현대·기아차의 (에어백) 리콜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데다 일본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면서 “중국시장에서 판매가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자동차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의 성패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현대·기아차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면서 “이번 해외법인장 회의를 통해 미국시장 판매를 끌어올릴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는 19~20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수입차에 적용하는지와 관련한 공청회가 미국에서 열리는 만큼, 현대·기아차엔 이미 ‘관세’라는 불똥이 눈앞에 놓인 상황”이라면서 “미·중 무역마찰로 인한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지난해보다 전체 매출액은 늘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업이익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성용 신한대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는 “이번 해외법인장 회의에선 프리미엄 서비스, 신차 확충, A/S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면서도 “수입차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적용 여부는 상당한 파급력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 사안이 중점으로 다뤄질 것이라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해외법인장 회의는 최고경영자(CEO)인 이원희 현대차 사장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이 주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 열린 해외법인장 회의에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 각각 주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 의제와 안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도 “하반기 경영 전략 및 판매 목표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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