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닮은꼴 의혹’…사정당국 수사 온도차 ‘극명’
사과 빨랐던 박삼구 회장…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6일 만에 ‘도심 집회’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회장의 사과가 빨라서일까, 아니면 사정당국이 차별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물컵 갑질’과 ‘기내식 대란’으로 각각 촉발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두 항공사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묘한 온도차를 보여 주목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총수 일가의 갑질·밀수 등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지만, 두 항공사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 속도와 강도 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감지된다는 지적이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닮은꼴 의혹’…사정당국 수사 온도차 ‘극명’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받고 있는 의혹은 총수 일가 갑질, 밀수, 외국인 등기임원 불법 재직 등 크게 세 가지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폭언·폭행 의혹 등으로 구설에 올랐고, 아시아나항공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과잉 의전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또한 총수 일가 물품을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세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밀수 의혹’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는 미국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등기임원 불법 재직 논란에 휩싸인 상태이며, 아시아나항공은 박 회장의 지인으로 알려진 미국인 ‘브래드 병식 박’씨가 불법적으로 등기임원으로 재직해 논란을 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으나, 관련 의혹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는 묘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사태는 이달 1일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후 17일째를 맞고 있지만, 현재까지 관련 의혹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압수수색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물컵 갑질(4월12일) 이후 16일째(4월27일)까지 총 4차례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히 두 항공사에 대한 관세청의 수사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관세청은 대한항공의 밀수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수사에 착수, 주말인 4월21일(토)에 한진그룹 3남매의 자택과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관세청이 재벌 총수 일가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관세청은 이어 4월23일에 서울 강서구 방화동 대한항공 본사 전산센터, 서울 소공동 한진관광 사무실, 대한항공 김포 사무실 등 3군데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4월24일에는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밀수 혐의 등에 대한 증거 수집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대한항공에 대한 관세청의 수사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많았다.

반면 관세청이 17일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의 밀수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벌인 적은 없으며, 관련 의혹에 대한 ‘제보방’을 개설하지도 않았다.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등기임원 불법 재직 논란에 대한 제재에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진에어의 외국인 등기임원 불법 재직 논란과 관련해 면허 취소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진에어 청문, 면허 자문 회의 등을 거쳐 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반면 국토부는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논란에 대해서는 “면허 취소 검토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측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미국인 ‘브래드 병식 박씨’가 2004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등기임원(사외이사)으로 재직했으나, 2010년 등기임원에서 제외돼 면허 결격 사유가 해소됐고, 당시 항공법상 외국인 등기임원 재직 여부가 면허 취소 강행 규정이 아니었다”고 밝힌 상태다.

국토부는 또한 “아시아나항공이 2014년 결격 사유가 없는 상태로 변경 면허가 발급돼 현 시점에서 면허 취소 등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법률자문 결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항공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의 외국인 등기임원 불법 재직에 대해 다른 제재 결정을 내린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변경 면허는 대표자 변경에 불과하고 새 면허를 취득한 것도 아닌데, 변경 면허를 근거로 외국인 임원으로 인한 면허 취소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제공
◇사과 빨랐던 박삼구 회장…아시아나항공 직원연대, 6일 만에 ‘도심 집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사태와 관련한 총수의 사과 시기에도 차이가 있었다. 박삼구 회장은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지 3일 만인 이달 4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였으나, 조양호 회장은 물컵 갑질 논란 10일 만인 4월22일 서면 형식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비리 제보와 도심 집회도 대한항공 직원들보다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 이틀만인 이달 3일에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해 각종 비리관련 제보를 쏟아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또한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지 5일 만에 서울 광화문에서 첫 도심 집회를 열었다.

반면 대한항공 직원들은 물컵 갑질 논란 6일 만인 4월18일에 비리 제보를 위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개설했으며, 22일 만인 5월4일에 서울 광화문에서 첫 도심 집회를 진행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비리 제보방 개설과 도심 집회는 대한항공 직원들보다 빨랐지만, 참여 인원은 대한항공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직원들의 첫 도심 집회에는 5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원이 참석했으나,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첫 집회에는 200여명 안팎의 인원이 참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 (사진 왼쪽부터) 대한항공 사태 이후 5월4일 열린 첫 도심 집회, 아시아나항공 사태 이후 7월6일 열린 첫 도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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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7/17 08:35:17 수정시간 : 2018/07/17 15: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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