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주주총회 직후 데일리한국에 밝혀…“원가 반영안된 왜곡된 소비행태 교정”

김 사장의 '두부공장론'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 일각의 우려에 대한 실질적인 답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은 인상하되 낮시간대 전기요금은 인하하는 방안 추진하는듯

데일리한국이 16일 한전 주주총회에서 만난 김종갑 한전 사장. 사진=안희민 기자

[나주(전남)=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 조정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현재의 상태를 왜곡된 소비행태로 정의하고 이를 시정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 사장은 16일 오후 임시주주 총회를 마친 후 데일리한국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종갑 사장은 “원전 가동 여부와 관계없이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지 이러한 왜곡된 소비행태는 바꾸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낮 시간의 전기요금을 내리는 전기요금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사장의 발언은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당초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춘 이유는 상대적으로 부하가 낮은 심야 시간대로 전력사용을 분산하기 위한 의도였다. 하지만 정부가 막상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자 심야 시간대 기업들의 전기 사용이 폭증해 기저부하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LNG발전소까지 가동해 전력을 공급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 한전의 분석이다.

현재 LNG(액화천연가스)발전은 원전이나 석탄발전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싸다. LNG에는 원자력 연료나 무연탄에는 붙지 않는 관세는 물론 수입부과금까지 다양한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반면 원전과 석탄발전에는 고준위방폐장 등 환경관련 과세가 이뤄지기 전이어서 가격이 낮게 책정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LNG발전까지 동원해 심야 산업용 전기 수요에 부응하는 것은 지나친 낭비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김 사장 발언의 배경이다.

한전은 2012년경 연료연동제 요금을 도입했지만 각계의 반대에 부딪쳐 시행하지 못했다.

한국 전기요금 체계 상 계통한계가격(SMP)은 유가에 연동돼 있다. 유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계통한계가격이 오르는 것(연료연동제)이 맞다. 하지만 한국의 전기요금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가격’이라기 보다는 정부가 임의대로 정한 요금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즉, 시장 상황이 달라져도 현행 전기요금은 변하지 않는다. 작년말 배럴당 40달러하던 유가는 올해들어 70달러선을 돌파해 한전이 전력을 구매할 때 발전사에 지급하는 계통한계가격도 올랐지만 전기요금이 고정돼 있어 그만큼 한전의 적자 폭도 커질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아직 한전이 연료연동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이 싼데다 연료연동제가 도입되지 않은 한국 전기요금의 현실이 한전의 적자를 키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전은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심야 시간보다 높게 책정된 낮 동안의 전기요금은 내릴 계획이다.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사용 중인 기업에는 전기요금이 '인상’되지만 한전 입장에서는 낮 시대간대 요금을 낮추는 만큼 이득도 손실도 없는 '평형(even) 상태'라는 것이 한전측의 설명이다.

김 사장이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왜곡된 소비행태의 '교정'으로 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같은 이유때문에 한전측은 ‘한전이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해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김 사장은 자신의 SNS에 ‘두부공장론’을 올려 화제가 됐다. 두부공장론은 한전을 두부공장에, 전기를 두부에, 발전을 원료인 콩에 비유한 것으로 "콩 보다 싼 두부를 판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즉 한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두부값(전기요금)을 정상화해 두부공장(한전)이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일궈내겠다는 것이 두부공장론의 요체인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기 위해 군불을 땐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이날 "심야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것은 원가가 반영되지 않는 왜곡된 소비 행태를 교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전기요금시장을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을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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