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구입시 업체지정…직원 자녀 채용 청탁"

현대제철 측 "현업 부서에 확인 결과, 사실무근"

지난 2015년 12월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전달된 문자 메시지. "재래시장상품권을 회사 임의로 구입하여 지급하지 말고, 현대제철로부터 지급되는 상품권으로 해달라"고 적혀 있다. 사진=독자제공
[데일리한국 권오철·이창훈 기자] 사내하청업체 통폐합 추진으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현대제철(대표이사 우유철)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상품권 강매와 취업청탁, 업무지시 등의 갑질 및 불법파견을 자행한 정황이 포착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13일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현대제철 당진공장 관계자의 문자 메시지에는 “재래시장 상품권을 회사 임의로 구입해 지급하지 말고 현대제철로부터 지급되는 상품권으로 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해당 문자는 2015년 12월 하청업체 대표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상품권 구입처를 현대제철이 지정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는 60여개 하청업체가 있으며, 약 6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임단협 성과금 및 추석과 설 명절 선물비로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30만~40만 원의 상품권이 지급됐다”며 “매번 현대제철이 지정한 특정 업체에서 상품권을 구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원청이 하청업체에 상품권을 강매한 것은 ‘하도급법 12조2’를 위반했다고 판단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12조2(경제적 이익의 부당요구 금지)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금전, 물품, 용역,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현대제철 직원이 하청업체를 상대로 취업 청탁을 한 정황도 포착됐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 파일에는 현대제철 간부급 직원 A씨가 올 초 하청업체 대표 B씨에게 “C라는 사람이 면접을 볼 텐데, 잘 봐 달라”고 말했다. C씨는 현대제철 직원의 자녀로서 당시 면접자 리스트에 없었으나 이 같은 대화가 오간 후 실제로 채용됐다는 후문이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D협력업체의 경우, 직원 20%가 현대제철 직원들의 자녀 또는 지인”이라며 “초봉이 4000만 원이 넘고, 재판에서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이 최종 인정될 경우, 협력업체 직원이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직원 채용 시 현대제철 측의 청탁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직원이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전화해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담긴 녹취 파일도 확인됐다. 현대제철 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이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혼재작업’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황은 현대제철 불법파견의 증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원청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상의 지시를 했을 경우, 불법파견으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는 재무제표를 비롯해 직원 임금, 4대 보험, 비용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운영 현황’을 현대제철(협력관리팀) 측에 제출해야 했다. 사진은 현대제철 사내협력업체에 전달된 문자 메시지. 사진=독자제공
이 외에도 현대제철 측이 각 하청업체에 재무제표를 비롯해 직원 임금, 4대 보험, 비용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운영 현황’을 매월 요구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 노무사는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들을 보면 원청(현대제철)이 불법파견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체가 하청업체를 상대로 취업 청탁이나 상품권 강매 등을 했다면, 도가 지나치는 갑질”이라며 “최근 대기업 갑질 논란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 있는데, 이 같은 갑질은 사회적으로도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측은 하청업체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업 부서에 확인해본 결과, 취업 청탁이나 상품권 강매 사실은 없었다”며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이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불법파견과 관련해 당진공장 노조는 1심 판결을 앞두고 있고, 순천공장 노조는 1심에서 승소한 뒤 2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한편, 현대제철은 당진공장 60여개 하청업체 중 22개 업체에 대한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22개 업체 중 14개 업체는 이달까지 폐업하고, 8개 업체는 기존 업체로 흡수합병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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