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MW급 효성중공업(주) MMC 방식의 HVDC 실증센터

제주도에 위치한 20MW MMC 타입 전력형 HVDC 실증센터. 사진=안희민 기자
[제주시(제주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제주도의 행원풍력발전단지와 성산변전소를 잇는 길 중간엔 한국 중전기산업의 미래가 자라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설치한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제주 실증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이 설비는 글로벌 중전기 강자인 지멘스의 설비를 해외 수주전에서 꺾은 적이 있는 스태콤과 그 기반 기술이 동일한 것이다.

데일리한국이 12일 효성의 제주 전압형 HVDC 실증센터를 찾았다.

◇ 전류형 HVDC보다 공간절약과 우수한 제어성능으로 해상풍력에 적합한 전압형 HVDC

초고압직류송전(HVDC)는 아직 한국인에게 낯선 전기설비다. 여전히 지멘스, ABB, GE 등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선진제국들의 전유물이기 때문이다.

전력 선진국을 희망하는 국가라면 HVDC 기술을 습득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만 결코 쉽지 않다. 일본의 도시바도 겨우 명함만 내밀었을 뿐 글로벌 HVDC 시장의 95% 이상을 지멘스, ABB, GE(舊 알스톰)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육지와 제주를 잇는 전력선과 몇 개의 시험설비가 있을 뿐이다.

관제실에서 지시를 내리는 효성중공업 직원, 사진의 인물은 김지훈 효성중공업 기술연구소 연구원. 사진=안희민 기자

MMC 방식의 HVDC는 전압형 HVDC 라고 하며, 글로벌 탑3 기업도 사업화를 이제 막 시작한 기술이다.

전압형 HVDC는 전류형 HVDC보다 좁은 공간에 집약할 수 있어 해상풍력에 적합하다. 해상풍력의 각종 설비는 말 그대로 바다 위에 설치되기 때문에 공간의 크기가 곧 비용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설치 붐을 타고 각 나라의 원근해에 설치되고 있는 해상풍력 설비에 맞는 형식이 전압형 HVDC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전압형 HVDC의 용량은 1,000MW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전류형은 8~12GW 가량이다. 해상풍력발전단지의 용량이 800~900MW이고 협소한 공간에 HVDC 설비를 설치해야하기 때문에 전압형 HVDC가 선호되고 있다.

반대로 전류형 HVDC는 설비비용이 저렴하지만 비교적 큰 설치 공간을 필요로 해 원전 등 대형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운송하기 적합하다.

한국에선 '전압형 HVDC'에 유일하게 효성이 오래전부터 도전해 왔다. 경쟁사들은 전류형 HVDC가 주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어실의 모습. 관제실에서 받은 지실을 광케이블을 통해 변환실로 전달한다. 사람의 두뇌에 해당한다. 사진=안희민 기자

전류형 HVDC는 변환 손실이 작고 대용량 구성이 가능하지만 설치 면적이 크고 쌍방향 운전시 운영이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압형 HVDC는 설치 면적이 작고 제어 성능이 우수하지만 전류형 HVDC보다 고가이고 변환 손실이 크다.

효성은 전압형 HVDC 실증센터를 제주도에 20MW 규모로 설치했다. 실증센터를 제주도에 설치한 것은 풍력설비와 연결해 실증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행원풍력발전단지와 성산변전소 중간에 위치해 있다. 행원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하는 교류전력을 받아 전압형 HVDC 컨버터로 전류를 직류(DC)로 변환시킨 후 다시 인버터로 교류(AC)로 변환시켜 성산변전소로 송전하는 방식이다.

변환실을 가득 메운 서브모듈. 서브모듈은 직렬로 연결돼 있어 한 유닛이 고장나면 바이패스해 전류가 흐르고 해당 서브모듈 유닛을 교체할 수 있다. 사진=안희민 기자

◇ 현재 20MW급 전압형 HVDC 실증, 추후 나주에서 한전과 함께 200MW급 운영할 예정

효성의 제주 전압형 HVDC 실증센터에서 교류를 직류로, 다시 직류를 교류로 전환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다.

사실 전압형 HVDC 기술의 꽃은 케이블이 아닌 컨버터와 인버터다.

케이블의 경우 전류형 HVDC용 케이블이 제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기술만 확보되면 전압형 HVDC 케이블은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LS전선이 전류형 HVDC 케이블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의 전압형 HVDC 컨버터와 인버터 사이에 전압형 HVDC 케이블을 가설하면 바로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게 된다. 케이블의 길이에 따라 수십에서 수천킬로미터 밖에서 전력을 보낼 수 있다.

효성이 전압형 HVDC 컨버터와 인버터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케이블 없이 바로 컨버터와 인버터를 마주보게 하는 방식을 BTB(Back to Back) 방식이라고 한다.

근거리에서 본 서브모듈의 모습. 사진=안희민 기자

케이블이 연결돼 있으면 PTP(Point to Point) 방식이라고 하는데 효성의 제주 전압형 HVDC 실증단지는 전자를 취한 셈이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효성이 전압형 HVDC 기술보다 스태콤 기술을 먼저 취득했다는 점이다. 효성은 국가과제인 20MW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MMC 방식의 스태콤을 개발했으며, 인도와 파나마의 스태콤 해외시장 및 국내 시장에 진출해 2000Mvar 이상의 수주실적을 확보했다.

◇ MMC(Modular Multilevel Converter) 방식 전압형 HVDC

효성은 제주도의 행원풍력발전단지와 한전 계통을 연계하는 MMC 방식 전압형 HVDC 실증센터를 설치했으며, 지난 2017년 10월에 성능 및 기능시험을 완료했다. 설치된 20MW급 변환소 내부에는 총 144개의 서브모듈이 설치돼 있으며, 변환소의 크기는 가로세로높이 50m×50m×10m로 구성됐다.

MMC 컨버터의 서브모듈은 전력반도체 스위치와 구동보드, 캐패시터 커패시터, SMPS등으로 구성돼 있다. 서브모듈은 12개가 직렬로 연결되어 밸브(Valve)를 구성하고 두 개의 밸브와 두 개의 밸브 리액터를 직렬로 구성해 하나의 상(Phase)를 구성한다.

3상으로 구성된 컨버터는 AC전력(교류전력)을 DC전력(직류전력)으로 변환하거나 DC전력을 AC전력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두 개의 컨버터를 이용해 두 개의 서로 다른 AC계통을 연계하기 위해서 AC전력을 DC전력으로 변환하고 다시 DC전력을 AC전력으로 변환하게 된다.

벽면에 설치돼 컨버터와 인버터에 전류를 보내고 받는 단자. 사진=안희민 기자
MMC 방식 HVDC 시스템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시스템의 사양에 따라서 서브모듈의 직렬연결 개수를 조정함으로서 유연하게 설계가 가능하다. 시스템의 용량 및 DC 링크 전압 설계에 따라서 서브모듈의 직렬연결 개수를 유연하게 설계 가능하며, 현재까지 약 1000MW 용량의 시스템이 상용화되어 있다.

스위칭 주파수를 낮게 동작시킬 수 있어 전력변환손실이 약 1% 이내로 낮게 운전될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전류형 HVDC의 전력변환손실인 0.7%와 매우 근접한 수준이며, MMC 방식 HVDC 시스템의 전력변환손실은 다양한 기술 개발로 더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DC전력을 AC전력을 변환하여 출력되는 AC 출력전압 파형이 사인(sine)파형과 유사하게 형성되어 고조파 발생이 매우 적으며, 이러한 특성으로 표준 AC 변압기 적용이 가능하다.

서브모듈의 직렬연결 개수에 여유율을 반영해 가용률을 높일 수 있다. MMC 컨버터는 서브모듈의 직렬연결로 구성돼 있는데 직렬연결된 서브모듈 중 일부 서브모듈에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바이패스(Bypass)시켜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 고장난 서브모듈은 유지보수 시 모듈 단위로 교체하면 된다.

변환실에 설치된 전력설비. 사진=안희민 기자

효성에서 국내 최초로 개발한 MMC 방식의 20MW 전압형 HVDC는 전력전송을 AC에서 DC로 바꿀 수 있게 하는 궁극적인 핵심기술로 효성 자체기술로 개발하고 실증한 것이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이번 실증으로 세계 시장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타의 공인을 받았다.

효성은 작년 11월부터 한전과 함께 200MW 전압형 HVDC 국산화개발을 시작했으며, 여러 중소기업들과 협력해 과제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효성은 2021년 10월까지 진행되는 이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국내에서 계획돼 있는 BTB시장, 수퍼그리드 한중연계, 남북 송전망의 HVDC 사업 등 약 1만MW 시장에 진출하려는 구상을 다지고 있다. 효성은 나아가 급격한 글로벌 전압형 HVDC 시장에 진출해 송전분야의 신시장을 선도하자는 전략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센터 외벽에 설치된 변전설비. 멀리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사진=안희민 기자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