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안양점 식품관 전경. 사진=동효정 기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매각한다고는 하는데…쉽게 되진 않을 거예요"

11일 롯데백화점 안양점 의류 매장에서 근무하는 한 점원의 말이다. 롯데는 지난 4월 안양역사에 있는 안양점의 영업권을 양도하기 위해 여러 유통업체와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2002년 안양역사와 2032년까지 30년간 임차계약을 맺었다. 개장 당시만 해도 안양 지역의 유일한 백화점이었지만, 직선거리로 3㎞ 정도 떨어진 곳에 2012년 롯데백화점 평촌점이 문을 열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안양점은 2017년 기준 34개 점포 중 31위(매출 1420억 원)로 매출 1위인 소공동 본점 매출(1조6000억원대)와 10배가량 차이난다.

최종 물망에 오른 사업자는 엔터식스패션쇼핑몰(엔터식스)이다. 엔터식스는 왕십리, 강변테크노마트, 상봉, 한양대 인근에서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중견 쇼핑몰업체다. 양측은 계약을 위해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이브존 등 3~4개 업체가 안양점에 관심을 가졌고, 엔터식스 쪽에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롯데백화점 안양점이 위치한 안양1번가는 역을 중심으로 안양 대표 상권으로 꼽힌다. 인지도도 상당히 높아서 안양시민 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도 많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날 기자가 찾은 롯데백화점 안양점은 평일 점심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한산한 편이었다. 최근 백화점과 쇼핑몰은 푸드코트와 식품관 매출이 전체 매출을 견인할 정도로 지표가 되는 곳이지만 안양점의 경우 고객 밀도가 굉장히 낮았다.

한편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부터 4월 중순까지 인천점과 부평점 매각 공고를 총 4차례 냈지만 희망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인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아 매각 기한은 2019년 5월19일까지 미뤄졌다. 이에 안양점도 매각이나 영업권 양도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안양점 식품관에서 제품을 고르는 고객의 모습. 사진=동효정 기자

부동산 업계 역시 최근들어 안양1번가가 같은 안양시 내 범계역 상권에 비해 발전이 더딘 편이라는 평가다. 안양역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교보문고와 핫트랙스가 폐업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상권"이라며 "아직은 건재하나 롯데백화점 위치에 브랜드 가치가 덜한 사업자가 들어와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근 주민들은 쇼핑 편의성이 높아진다면 롯데의 운영과는 관계없이 소비자들이 찾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안양9동에 산다는 김 모씨(31)는 "유통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구성의 문제"라며 "2030 여성 고객이 자주 찾는 MAC이나 입생로랑 등의 브랜드가 없어 차라리 평촌점으로 나가 구매를 하고 필요한 것을 한 번에 사는 편"이라며 "관심있는 브랜드가 입점하면 롯데가 빠지더라도 집에서 가까워 쇼핑을 하러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안양점의 영업권 양도를 추진하고 있고, 인수를 희망하는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으나 새로운 내용이 없는 상태" 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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