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朴 정부 전방위 압박 속 면세점 청탁 "상상도 못할 일" 부인

법정향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힐까 노심초사했다고 털어놨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공정위, 국세청, 금감원 등에서 집중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9일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피고인 신문 도중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 나설 당시 심정을 밝혔다.

신 회장은 변호인이 "경영권 분쟁 이후 공정위와 국세청, 금감원 등에서 집중 조사를 시작해 당시 피부로 전방위 압박을 느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하기 전에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사장을 불러 대책 마련을 위한 의논 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두 임원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으니 대통령께 사과하고 앞으로 국가 경제에 최선을 다할테니 너그럽게 봐달라고 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정부의 다방면 압박과 경영권 분쟁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박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2015년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이 특허 심사에서 탈락한 것도 롯데에 대한 정부 압박의 일환으로 여겨졌느냐"고 묻자, 신 회장은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져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신 회장은 이인원 부회장과 의논 과정에서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당시 국세청이나 여러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게 너무 한꺼번에 들어오니까 우리가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면에서 앞으로 우리도 좀 조용해지니 더이상 압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저에 대한 경계심이랄까, 적대감이랄까 좀 없어진 것 같아 안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가 평창올림픽에 600억원을 후원한 것 등 설명을 경청했고 마지막으로 스포츠 지원, 국가적 사업지원을 당부했다"며 "그래서 제가 '알겠습니다. 되도록 협조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대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재판을 마치면서 "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주주총회에서 제가 이겨서 분쟁을 일단락됐다고 본다. 앞으로는 조용해진다. 그래서 더이상 시끄럽게 할 일 없을 것이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 재직 당시 면세점사업권 재승인 등 경영 현안과 관련해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와 관련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낸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됐다. 국정농단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는 지난 2월 신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하고 추징금 70억원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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