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시민단체들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항의 집회와 시위

원자력계 일부에선 원전마피아-원자력발전 선긋기 시도도

한수원, 국민 아이디어 공모하며 신뢰회복에 ‘안간힘’

환경시민단체가 4일 서울 원안위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결과가 원자력계에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항의 집회와 시위를 개최했고 원자력계 일부에서조차 원전부실 운영과 관리의 탓을 ‘원전 마피아’에게 돌리며 원자력발전과 원전마피아를 구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6일 파악됐다.

◇ 감사원, 15개 항목의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결과 발표

감사원은 27일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고리4호기 원자로 격납건물의 방사능 유출방지용 철판(CLP)의 실제 두께를 측정한 결과 143개 지점 중 45%에 해당하는 65곳이 허용 두께에 미달했다.

이들 65개 지점은 감사원이 측정하기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의 두께 검사를 통과한 곳이라서 더 충격이다. 감사원은 한수원의 측정방식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내진설계 대상 22개 건축물이 내진설계가 안 돼 있음을 확인했고, 5개 건축물은 관계서류 미비로 내진성능을 확인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일례로 한울원자력발전소 1·2호기 액체폐기물 저장고는 1988년 건설 당시 내진설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내진설계가 안됐다, 1983년에 준공된 고리원전 2호기 터빈건물은 관계 서류가 존재하지 않아 내진설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한빛원전 3·4호기 순환수 취수건물 등 59개 건축물이 내진설계는 됐지만, 이후 강화된 현행 내진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환경시민단체, 원안위에 몰려가 “몰랐냐?”

환경시민단체들은 원안위 앞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주무부서인 원안위가 모를리 없다는 것이 환경시민단체의 주장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최근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인용해 원안위가 안전규제기관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4일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그린피스, 녹색연합 등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원안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감사원이 30여 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문제를 밝혀냈는데 원안위는 이를 몰랐는지, 알면서도 넘어간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이들 단체는 원안위를 조사할 대책기구를 요구하며 원자력연구원 사업에 참여해 결격사유가 드러난 비상임위원 3명을 즉각 퇴직시키고 철저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 원자력계 일부, 원전마피아와 원자력발전 선긋기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원자력계 일부에서 감사원이 지적한 원전 안전부실을 일부 원전마피아에 돌리고 원자력발전과 구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자력안전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모 인사는 “원자력을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말은 미국서도 들었다. 적폐는 걷어내야 하지만 원전 안전성 문제는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감사원의 지적은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하며 개별 원자로 문제라면 처벌과 함께 폐쇄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원자력 정책은 심도있게 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냉정한 점검후 축소가 필요하면 축소하고 확대가 필요하면 확대하자”고 말했다.

또 다른 원자력계 인사는 “원전의 문제는 한수원 마피아의 근본 잘못을 시정하고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일벌백계하면 풀릴텐데 교각살우를 하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또다른 원자력계 인사는 이런 상황을 개탄했다.

원자력정책연대 소속은 모 인사는 “한수원의 어제 오늘 그리고 미래...창피하다”며 “이관섭 사장이 재임할 때까지만해도 한수원 원전은 안전하고 경제성이 있었지만 사장이 바뀌고 2달만에 한수원 원전은 경제성이 없고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추가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180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수원은 사장 이하 1만2000명의 임직원들이 종사하고 있다. 모두가 조용하다”며 “나는 행동할 것”이라고 썼다.

◇한수원, "국민 아이디어를 경영에 반영하겠다"...신뢰회복에 '안간힘'

한수원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연일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한수원 경영에 국민 아이디어까지 반영한다는 공모를 냈다.

정 사장은 6일 한수원 최북단 사업장이며 최대 양수발전용량을 지닌 양양 양수발전소를 방문했다. 정 사장은 토크콘서트를 통해 최근 이사회 결정과 경제성 논란, 지자체 요청, 실제 경영 여건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이날 오전 원자력산업회의 주관 조찬강연회에 참석해 월성 1호기 등 지난 이사회 결정을 둘러싼 팩트, 원자력업계의 소통 필요성, 미래세대를 위한 연구개발체제 개편, 한수원 주도의 총력 수출체제 구축 등에 대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사장은 3일엔 2011년 이후 운영하지 않던 한수원과 협력업체간 동반성장협의회를 확대개편해 다시 출범식을 가졌다.

정 사장의 노력 가운데 가장 주목할 것은 국민의 경영혁신 아이디어 공모다. 한수원은 4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국민과 함께하는 경영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한다고 5일 밝혔다.

한수원은 ‘경영혁신 국민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고, 한수원 혁신 추진 과정에 국민의 의견을 수렴, 정책에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문제점을 바라보고 개선안을 마련하는 혁신계획을 수립해 국민 주도의 상향식(Bottom-up) 혁신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정 사장은 이번 공모가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경영 활동에 반영하는 국민 참여형 경영혁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의미부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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