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유 시장 투자, 브랜드 이미지↑·차량 판매↑ 기대

국내선 택시업계 및 규제로 성장 가능성↓…"산업계 걸림돌"

현대차(왼쪽)와 호주 카셰어링 업체 카 넥스트 도어 로고. 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내 차량 공유 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불고 있는 '공유 경제' 바람에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기득권 집단의 반발과 규제가 계속되는 이상 국내 차량 공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는 동시에 우리 기업 역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현대차, 호주 카셰어링 업체와 사업 추진… 인기 차종 'i30'·'코나' 투입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는 호주 카셰어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가입자 수 6만2000명을 확보한 현지 업체 ‘카 넥스트 도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 오는 2020년까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한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와 손잡은 카 넥스트 도어는 2013년 호주에서 카셰어링 사업을 시작, 개인이 개인에게 시간 단위로 차를 대여해주는 개인간거래(P2P)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업체다. 차를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를 설정해 놓으면,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차가 필요한 다른 고객에게 연결해주는 형태다.

현대차는 카 넥스트 도어와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현대 오토링크’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호주 현지에서 판매하는 신차에 폰 커넥티비티를 활용, 문을 여닫는 것은 물론 차량 시동도 걸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해 현대차 소유자와 대여자 간 차 키 전달이 필요 없는 P2P 차량 공유 환경도 만들기로 했다.

이 서비스는 이르면 오는 2020년 'i30'와 '코나' 두 차종을 대상으로 시작된다. 이후 싼타페, 아이오닉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 공유, 세계적 흐름…중·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

현대차가 공유 경제 시장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호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카셰어링, 카헤일링(차량호출), 카풀(승차공유) 등의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2016년 6월엔 독일 가스 업체 린데에 카셰어링용 ix35 FCEV(국내명 투싼 수소전기차) 50대를 공급했다. 지난해 3월엔 환경부, 광주광역시와 함께 수소·전기차 카셰어링 시범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사업엔 현대차 '투싼ix 수소전기차' 15대와 '아이오닉 일렉트릭(EV)', 기아차 '쏘울EV'가 투입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아이오닉EV를 활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개시했다. 올해 1월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인 그랩에 투자를 단행, 전략적 협업을 모색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차량 공유 경제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업계 전망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래 사회에서 자동차가 소유보다 공유의 가치를 더 많이 지닐 것이라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역시 지난해 낸 보고서를 통해 차량 공유 서비스 확산으로 2030년 일반 소비자의 자동차 구매는 지금(2017년)보다 연간 400만대 줄어드는 반면 차량 공유용 판매는 200만대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하성용 신한대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는 “ICT 기술을 선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투자는 현대차의 중장기전략을 이행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카셰어링을 하게 되면 차량을 경험할 수 있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게 된다”면서 “이를 통해 현대차는 현지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판매 증가와 같은 성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車 공유 경제 시장, 국내선 왜 지지부진할까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차량 공유 경제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다소 움직임이 더딘 편이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2위 카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럭시’에 50억원을 투자, 국내 차량 공유 시장 저변 확대에 나섰다.

당시 현대차는 럭시와 공동연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통합 대응체계를 구축할 계획을 세웠었다. 또 카풀 알고리즘·시스템 공동 연구를 계획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확대할 구상이었다. 공동 연구에 앞서 차량 판매와 공유를 결합한 ‘카풀 이웃으로 내차 만들기’라는 프로그램도 준비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해 초 럭시의 지분을 100% 인수하겠다고 나선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분 20%를 매각했다. 현대차의 투자 계획을 들은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좌우될 수 있는 주요 고객의 반발에 결국 현대차는 1년도 안 돼 럭시와 잡은 손을 뗐다.

택시업체 뿐만 아니라 규제도 국내 차량 공유 시장의 성장을 막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카풀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던 ‘풀러스’는 이용 시간을 출퇴근 시간대에서 오후 시간대로 변경하려 했지만,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가로 막았다. 불법이라는 이유에서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사업권이 없는 자가용 자동차 운전자가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출퇴근 시간대’에만 허용하고 있다.

풀러스는 법규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5~11시’·‘오후 5시~익일 새벽 2시’로 보고 서비스를 제공했다. 택시요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운전자도 출퇴근길 부수입을 벌 수 있다는 장점으로 풀러스는 출범 1년 만에 가입자 수 65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말엔 2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풀러스의 카풀서비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 금지하고 있는 ‘자가용 유상운송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서울지방경찰청에 조사를 요청했다. 규제의 장벽을 무너뜨리지 못한 풀러스는 지난달 창립 2년 만에 대표 사퇴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제조사가 해외 공유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하나의 흐름으로 현대차뿐만 아니라 제조사 입장에서 공유가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만큼, 수익을 보강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국내에선 카셰어링이 합법화되지 않은 데다 이해관계자도 많아 상대적으로 활성화가 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우버’와 같은 형태의 카셰어링은 불법인 데다, 택시업계의 반발도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현대차와 같은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소수’, ‘약자’라고 표현하는 택시업계가 이 같은 패러다임을 방해하는 것은 결국 산업 육성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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