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KETI 책임연구원 주도 1mS/cm급 황화물 고체전해질 습식합성 기술개발

일본 지배하는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분야 한국 도전장…소재전문기업 설립 필요

삼성SDI가 개발 중인 전고체전지. 사진=삼성SDI 제공
[제주시=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전고체 전지가 최근들어 각광받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에 고체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지이다. 전고체전지가 상용화되면 전지의 열폭주를 줄여 스마트폰이 사용 중 터지거나 운행 중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획기적으로 줄게 된다.

선두 주자인 일본 도요타도 양산품을 2022년에 생산할 계획이고 상용화까지 10년 정도 걸릴 전망이지만 종종 열폭주, 열팽창 후 발화하는 리튬이온전지의 단점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김경수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한국전지연구조합 주관으로 28~30일 제주에서 개최된 ‘2018 공존과 상생을 위한 이차전지 정보공유 포럼’에서 황화물을 이용한 습식 전고체전지 제조 방식에 대해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전고체전지가 상용화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고체전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발표가 끝난 후 황화물을 이용한 이유가 무언지, 습식이 기존 고상 방식과 다른 점은 무언지에 대해 청중의 질문이 이어졌다.

전고체전지 분야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이 가운데 도요타 자동차가 황화물 고체전해질 특허를 360개 보유했으며 이데미츠홍산 73개, 스미토모 60개, 파나소닉 41개, 일본화학 16개, 동경공업대학 13개, 미쓰이금속 광산 11개, 오사카부립대학 10개, 일본물질재료연구소 7개 순이다.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28개의 황화물 고체전해질 특허를 보유했지만 이 역시 일본에 위치한 삼성전자 일본연구소의 실적이며 일본 대학들과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특허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모두를 사용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로 유명한 기업이다. 프리우스가 전지를 탑재하는 만큼 도요타가 전지의 안전성 확보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여러 가지 고체전해질이 있지만 이 가운데 황화물을 이용한 고체전해질이 가장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화물은 구성원소가 황(S)으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황화물은 산화물보다 이온전도도가 10배 가량 우수해 각광 받고 있다.

황화물을 합성하는 방법은 습식과 고상합성법 두 가지가 있다. 습식 합성법은 기존 고상합성법으로 불가능했던 새로운 상의 고체전해질을 합성할 수 있어 많이 활용된다. 다만 이온전도도가 -0.1mS/cm로 낮아 연이은 연구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김 연구원이 연구개발목표를 ‘전기차용 1mS/cm급 황화물 고체전해질 습식합성 기술개발’을 둔 이유가 이와 같은 배경에서다.

김 연구원이 과제 책임자를 맡고 있는 이 연구는 정윤석 한양대 교수, 임태은 인천대 교수, 홍승태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도 참여하고 있다.

이미 작년말 1차 년도 사업이 끝났으며 올해 12월 2차 년도 사업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1차 년도에선 △습식합성용 황화물 고체전해질 소재 기술과 △황화물 고체전해질의 습식 합성 공정 기술개발이 가장 큰 성과다.

2차 년도에선 사업화가 추진된다. 현재 핵심원천기술 개발단계에서 황화물 고체전해질 가격이 kg당 500만원인데 공정 기술 스케일업을 통해 100만원까지 떨어트리고 생산 기술을 개발해 10만원까지 가격을 낮출 계획이다.

전고체전지 시장은 연평균 140%씩 급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황화물 고체전해질은 공급자의 영향력이 가장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가장 앞선 일본 도요타도 상용화 시기를 2022년으로 잡고 있고 최소 10년 이상 걸린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어 계속된 투자가 필요하지만 황화물 고체전지의 가치가 그보다 크다.

김 연구원이 습식합성법 핵심 기술 특허를 획득해 일본이 버티고 선 황화물 고체전해질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꾸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김경수 KETI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사진=안희민 기자
[인터뷰] 김경수 KETI 책임연구원 “황화물 고체전해질 소재기업 설립과 스케일업이 꿈”

“황화물 고체전해질 소재를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가장 앞선 일본 도요타는 소재를 일본 내에서만 돌리고 있어 연구를 위해 전자부품연구원이 소재를 손수 제작하는 실정입니다.”

김경수 전자부품연구원(KETI) 차세대전지센터 책임연구원은 황화물 고체전해질 연구에 척박한 한국 현실을 전했다. 일본이 지배자적인 위치에 선 고체전해질 분야에서 김 연구원은 연구를 하기 위해 소재부터 만들었다.

김 연구원은 “습식합성법을 개발한 이유 중의 하나가 소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고상합성법으론 한 번에 몇 g정도의 황화물 고체전해질을 만들 뿐이다. 습식합성법을 활용하면 황화물 고체전해질의 이온 이동 구조가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순도가 낮거나 용매가 잔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애로가 있지만 소재를 다량 생산하는데 유리하다.

습식합성법의 가치를 알아본 김 연구원은 연구개발 끝에 현재 습식합성법으로 생산한 황화물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성을 고상합성법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소재가 있어야 극판과 전지셀을 만들 수 있다는 자각 때문에 기업과 협력해 황화물 고체전해질 소재기업 설립하고 스케일업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소재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소재가 충분하지 않아 3cmX3cm 소형으로 만들고 있다”며 “크기를 키우고 자동차에 들어가는데 몇 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과 손잡고 소재기업을 만들고 시장에 기업의 진입을 유도하면 스케일업이 금방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전고체전지 연구에 국가 차원의 노력이 있음을 전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 정부는 전고체전지 분야에 올해부터 10년 계획 간 1000억원을 투자하지만 한국은 국가차원의 전고체 전지의 로드맵이나 프로젝트가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김 연구원은 많은 고체전해질 재료 가운데 황화물을 택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황화물의 우수한 이온전도성을 꼽았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황화물이 산화물보다 이온전도도가 우수하다.

황화물은 무른 특성이 있어 입자들이 뭉치기 좋다. 산화물은 세라믹 도자기처럼 딱딱해 입자 안에서 속도가 나오더라도 입자와 입자가 뭉친 자리에선 이온이 옮겨 다니기 어렵다. 실제로 산화물 고체전해질을 이용해 제작된 전고체전지에서 이온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황화물 고체전해질의 이온전도도가 10mS/cm(지멘스퍼센티미터) 이상이지만 산화물 고체전해질의 경우 황화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며 “황화물이 산화물보다 10배 빠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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