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폭스바겐 판매망·브랜드이미지에 합종연횡 흐름 작용했을 것"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2013년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가 아우디와 수소차 동맹을 맺은 이유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적과의 동침’을 하는 데 있어 아우디가 다른 브랜드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2일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수소차 동맹 상대로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를 선정한 데 대해 크게 △넓은 판매망 △준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합종연횡 흐름 등을 꼽았다.

폭스바겐그룹은 아우디를 비롯해 그룹 내 10여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글로벌 전 지역에서 연간 1000만대 이상 판매하는 세계 최대 완성차업체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수소차 보급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에선 폭스바겐 그룹 내 브랜드 차종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폭스바겐그룹을 통해 중국과 유럽 등에서 수소차 저변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중국 브랜드의 약진으로 수익 창출이 힘든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는 공급 시작단계에 와 있다”면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오는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와 충전소 1000기를 목표로 보급계획안을 만들어 놓은 만큼, 성능이 우수한 고가의 수소차가 아닌 보급형 수소차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아우디를 선택한 것은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면서 “실질적인 수익성을 창출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성용 신한대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에 성공하는 등 우수한 기술을 확보했지만,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폭스바겐그룹을 통해 유럽 내 수소차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관측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폭스바겐그룹은 대중적인 브랜드라기보단 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준 프리미엄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양성과 수익모델의 극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현대차로서는 상당히 좋은 ‘벤치마킹 모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차업계 전반에 퍼진 합종연횡의 흐름도 고려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개발 비용을 줄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업체 간 합종연횡과 함께 수소차 출시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토요타는 BMW와 동맹을 맺고 2020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수소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을 세워 수소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동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닛산과 포드-다임러도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과도한 경쟁의식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합종연횡에 뛰어들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아직 수소차 시장이 형성되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패러다임의 변화를 뒤따라가려는 위기의식에서 폭스바겐과 손을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교수는 “그동안 ‘순혈주의’를 강조해왔던 현대차는 합종연횡 같은 ‘적과의 동침’을 통한 미래차 개발에 취약했다”면서 “이 같은 동맹을 통해 저변 확대와 기술 공유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래차를 개발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흐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약에서 현대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은 수소차 기술 확산과 함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허 및 주요 부품을 공유하는 데 합의했다. 수소차 시장 선점과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기술 협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협약은 양 그룹 산하 모든 브랜드에 효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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