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 미사리의 명물, 모 심은 논에 우뚝 선 태양광 발전설비

한수원, 태양광 발전시범단지서 연간 2200만원의 농가 수익 기대

정재훈 사장 “나주 평야에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하겠다”

한수원이 경기도 가평 미사리에 설치한 영농병행 태양광발전 시범단지.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서울에서 한시간 반 가량 운전해 15일 경기도 가평 미사리 소재 영농병행 태양광 시범단지에 도착했다. 한적한 교외 풍경에 절로 여유가 묻어나는 듯 했다.

여느 논과 다름없이 물이 들어찬 자리에 풋풋해 보이는 벼가 자라고 있었고, 백로는 때때로 이들 벼 사이사이를 거닐었다. 논두렁에는 농부가 낚싯대를 드리우며 세월을 낚고 있는 이색적인 모습이 보였고, 손자 손녀와 마실나온 또 다른 주민은 초여름 한낮의 신선한 풀내음을 한껏 즐기고 있는듯 했다.

겉으로는 여느 농촌과 다를바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이곳만의 특징이 있다. 이 논에는 높이 2.5m 가량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죽 늘어서 있다. 한쪽 구석엔 태양광 발전 분전반과 배전반 등이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는 마치 가을에 열매를 약속한 나무같이 하늘을 향해 태양광 모듈을 펼치고 있었다.

자라고 있는 어린 벼 사이엔 태양광 발전설비가 늘어서 있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준다. 일렬로 선 모들의 모습이 농기계를 이용했음을 보여준. 땅에선 벼농사가, 태양광 모듈에선 전기농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는 농사와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계화된 영농을 위해 태양광 모듈 지지대가 적당한 높이와 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안희민 기자

◇ 발전소 주변지역 농가소득 증대를 고심한 한수원의 흔적 역력

경기도 가평 미사리 소재 영농병행 태양광 시범단지는 원자력발전설비와 수력발전설비를 건설, 유지보수,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정재훈)가 낸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현장이다.

농지에서 진행되는 기존 태양광 발전사업이 농지를 잡종지로 변경해 태양광 발전사업만을 행할 수 있었다면 영농병행 태양광발전사업은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정재훈 사장이 직접 이양기가 탑재된 트랙터를 몰면서 영농병행 태양광 시범단지에서 모를 심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은 3명 정도가 탑승할 수 있는 이양기 트랙터에 정재훈 사장이 운전을 하고 있고, 옆에서 현지 농부가 함께 탑승해 지켜보는 모습이담겨있다.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의 태양광 모율 지지대는 농작물 생육에 필요한 햇빛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양광발전설비가 늘어선 토지의 85%를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안희민 기자

5월 초 배포된 사진의 논바닥엔 모가 없었는데 한달여 후 직접 방문해살펴보니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어 기계영농의 흔적을 보여줬다. 각종 농기계가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태양광 모듈이 장착된 거치대와 거치대 사이가 넓었다.

한수원이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시범단지에 투입한 사업 금액은 2억2000만원 가량이며, 설비용량은 73.125kW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 설비로 연간 2200만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수치는 계통한계가격 kWh당 80원, 공급인증서12만원, 가중치 1.2를 적용한 결과다. 월로 따지면 183만원이 수익이다.

한국농정에 따르면 2017년 농가의 평균소득이 3900만원에 근접했다지만 농가 평균소득과 상관없이 66.8%가 1000만원 미만의 농업소득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70세 이상의 농가 경영주가 41.9%에 달할 정도로 농촌에 활기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태양광 발전소에 2억2000만원을 투자한 농가가 기대할 수 있는 소득은 얼마나 될까. 꼼꼼히 따져보니 월 183만원의 소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농가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이자 귀농을 선택한 젊은 영농인들에겐 기본소득이나 마찬가지여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반응이다.

2018년 기준 은행들의 저축성 예금이나 적금의 이자율은 1.8~2.2% 가량이다. 1억원을 저축할 경우, 연간 180만~220만원을 이자수익으로 번다. 한달에 15만~18만원 꼴이다. 2억원을 저축했을 경우 월 30만~40만원 가량의 이자수익을 올릴 뿐이다.

따라서 1억~2억원의 금액을 은행에 저축하기보다 영농병행 태양광발전소에 투자하면 은행이자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수익을 태양광 모듈의 수명만큼 벌 수 있다. 태양광 발전소의 보증수명은 20년이고 기대수명은 30년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20년이 넘어도 초기 전력생산량의 80% 이상의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인버터, 배전반, 분전반 등이 들어선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 시설. 사진=안희민 기자

한수원은 LG전자와 파루, 정인ENG와 함께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시범단지를 건설했다. 한수원이 LG전자에게 공사 일체를 맡겼으며 시공을 파루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모듈은 LG전자에서 파루가 태양광 모듈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지지대를, 정인ENG가 솔루션을 제공한 것으로 추산된다.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사업이 시범사업인만큼 1MW당 30억원이 설치단가로 적용됐다. 현재 일반 태양광발전소는 1MW당 15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소의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한수원은 보급이 늘면 시공단가가 낮아질 전망이다.

한수원에서 신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정인혁 차장은 “아직 시범사업인 영농병행 태양광발전소의 현재 설치 단가가 다소 높지만 향후 수요가 늘어날 경우 규모의 경제를 이뤄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 사이를 한가로이 백로가 거닐고 있다. 백로는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농지가 친환경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안희민 기자

◇ 정재훈 한수원 사장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 확산위해 농어촌진흥공사 등과 협의 중”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시설에 거는 한수원의 기대는 매우 크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시설을 확대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 사장은 최근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를 통해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된 논밭의 85%를 영농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사장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기가 논밭에 설치된다하더라도 태양광 모듈이 작물의 생육에 필요한 햇빛을 가리지 않는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논밭에 영농병행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한 농가의 경우, 농사에서 얻는 소득과 태양광 발전에서 얻는 소득을 동시에 거머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논에서는 벼농사, 하늘에선 전기농사를 동시에 지을수 있으니 소득도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를 확산하기 위해 농어촌진흥공사 등과 제도개선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보통 논밭을 전용해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그 땅은 잡종지로 분류되는데 영농병행 태양광발전설비가 들어선 논밭의 경우 잡종지가 아니라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정 사장은 내다봤다.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의 뒷면. 사진=안희민 기자

정 사장은 태양광모듈 지지대가 선 자리만 잡종지로 지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면 영농병행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농민은 농지를 경영하면서 받는 혜택과 태양광발전설비 운영을 통해 받는 혜택 두가지 모두를 제도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이렇게 농가 소득을 배가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영농병행 태양광발전설비는 확대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사장의 관측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나주 평야에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겠다”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지평선이 보이는 들판에서 땅엔 풍성한 오곡이, 하늘에선 전기가 무한대로 수확되는 새로운 태양광 전성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영농병행 태양광 발전설비 사이에서 기계영농을 하고 있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 사진=한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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