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개 자치구 중 24개 ‘1금고’ 우리은행 차지…용산은 신한은행이 1·2금고

강남구 금고 규모 1조1164억원 ‘금고 예산 1위’…금천구 4155억원 ‘최저’

연말 모두 약정 만료…지선 끝나는 7~8월경 입찰 후 하반기 새 주인 찾아

서울시 신 청사 전경. 사진=서울시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지난달 초 서울시 본청 금고 운영권이 104년만에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서울 각 자치구청들의 구청 금고(이하 구금고) 운영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25개 구청들은 서울시 본청 금고와 마찬가지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와 기금 운영을 담당하는 2금고의 복수 체계 금고를 운영하고 있고, 이들 금고들은 각 은행들이 관리하고 있다.

이중 실질적으로 ‘메인 금고’라고 할 수 있는 1금고의 경우 25개 서울 자치구 중 용산구를 제외한 24개 구청의 1금고를 우리은행이 장악하고 있다. 비교적 예산 규모가 적은 2금고까지 범위를 넓혀도 25개 자치구 중 21곳에 우리은행 깃발이 꽂혀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독점상황은 오래 가지 못할 전망이다.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서울 내 모든 구금고의 약정 기간이 만료되는 관계로 새롭게 금고를 관리할 ‘새 은행 찾기’작업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 되기 때문이다.

◇ 예산 규모 큰 1금고, 서울 25개구 중 24개가 ‘우리은행’ 관리…용산구만 ‘신한은행’

3일 서울 25개 전체 자치구의 재무과 지출팀(1금고 담당) 및 기획과 예산팀(2금고 당담)을 대상으로 각 금고의 관리은행과 올해 연간 예산 규모를 전수조사 한 결과 우리은행이 구금고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었다.

자료 출처=25개 전체 서울 자치구 재무과 지출팀(1금고), 기획과 예산팀(2금고) 전수조사 취재 결과
서울시 구금고는 지난 3일 104년만에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운영권이 바뀐 서울시 본청 금고와 마찬가지로 1금고와 2금고로 나뉜다.

1금고는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관리하는 금고다. 구청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위해 수시로 돈을 넣고 빼는 입출금통장 역할을 하는 금고인만큼, 예산 규모도 크고 사실상 구금고의 ‘메인금고’라고 할 수 있다.

2금고는 새 구청 건립기금 등 구내 다양한 목적의 특정목적기금을 관리하는 성격의 금고로, 일정한 목적의 사업 집행을 위해 일정기간 돈을 묵혀두는 정기예금 성격이 강한 금고다. 다만, 한정적인 이유로 돈을 모아두는 금고인만큼 예산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실제로 이달 초 관리 주체가 우리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넘어간 서울시 본청 금고 역시 1금고의 올해 예산 규모가 31조8141억원에 달했지만 2금고 예산 규모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2조2529억원이었다.

또한 구금고가 구청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1금고와 구청 내 특정 사업을 위한 기금을 관리하는 2금고를 나눠진 복수 금고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관계로, 구청의 구금고 담당 부서 역시 1금고는 해당 구청 재무과 지출팀이, 2금고는 각 구청의 기획과 예산팀이 관장하는 등 이원화 돼 있다.

이에 따라 25개 구청 재무과 지출팀과 기획과 예산팀 전수조사 결과,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 중 24개구에서 메인 금고인 1금고를 우리은행이 맡고 있고, 예외적으로 용산구 한 곳만 신한은행이 운영하고 있었다.

서울 강남구청 청사 전경. 사진=강남구 제공
비교적 예산 규모가 적은 2금고의 경우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와 용산구는 신한은행이, 노원구와 양천구는 KB국민은행이 관리하고 있고, 나머지 21개구의 2금고는 모두 우리은행이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시가 1915년 최초로 경성부금고라는 이름으로 시본청 금고를 운영한 이래 당행이 104년간 서울시 금고를 맡아오면서 서울 내 각 구청들도 본청 금고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는 우리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당행에 구금고를 맡기는 편이 안정적이라고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래도 서울 구금고 역시 시스템이나 관리 체계 등이 서울시 본청 금고와 유사한 만큼, 시금고 운영의 오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이 서울 자치구의 구금고 역시 오랜 기간 동안 운영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용산구청 한 곳은 2금고는 물론이고, 예산규모가 큰 2금고 역시 신한은행이 운영 중이다.

이에 대해 한정미 용산구청 재무과 지출팀장은 “지난 2014년 구금고 관리 은행 입찰 경쟁 과정에서 외부 심의위원회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사업계획서를 심의한 결과 신한은행이 우리은행보다 용산구에 더 많은 출연금을 기부하는 등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운영권을 가져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신 청사 전경. 사진=용산구 제공

신한은행 관계자는 “서울시 본청 금고와 마찬가지로 서울 구금고 역시 오랫동안 우리은행이 운영해 오던 상황에서 당행은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 우선 첫 번째로 용산구를 전략 지역으로 타켓팅하고, 지역사회에 우리은행보다 더 많은 기부를 하는 등 공을 들인 결과 구금고 운영권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구금고 예산 규모, 강남구청 유일하게 1조원 넘기며 1위 올라…금천구, 4155억원으로 가장 낮아

한편, 서울 25개 구청 재무과 지출팀 및 기획과 예산팀 취재 결과, 각 구청의 1금고와 2금고를 합친 구금고의 올해 연간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강남구청으로 구금고 예산이 1조1164억원에 달해 서울 구금고 중 유일하게 예산 규모가 1조원을 넘겼다.

강남구청 금고의 올해 예산을 1금고와 2금고로 나눠서 살펴보면 1금고가 8120억원, 2금고가 3044억원이다. 강남구 금고는 1금고는 우리은행이, 2금고는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서울시 본청 금고를 포함해 대다수의 서울 타 자치구의 경우 일반적으로 2금고 규모가 1금고 대비 10% 수준에도 채 못 미치지만, 강남구청의 경우 2금고 예산 규모가 1금고의 절반 수준에 가깝다.

이는 강남구 2금고의 경우 올해 예산 3044억원 중 신 청사 건립기금으로 적립해 놓은 건축 목적 기금 1829억원을 포함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실제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2금고 예산 규모가 1금고 예산 대비 10% 이상인 곳은 강남구 외에도 종로구와 광진구, 강북구, 양천구, 강서구 등 5곳이 더 있는데, 이들 구청은 모두 2금고 예산의 대부분을 신 청사 건립기금이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종로구는 1금고 예산이 3842억원, 2금고 예산이 1249억원으로 2금고 예산이 1금고 못지 않게 상당한데 2금고 예산 1249억원 중 대부분인 1079억원이 신 청사 건립기금 목적의 적립금이다.

광진구는 1금고 예산이 4442억원, 2금고 예산이 959억원이고, 2금고 예산 가운데 신 청사 건립기금이 793억원에 달한다. 강북구는 1금고 예산이 5464억원, 2금고 예산이 787억원이고, 2금고 예산 중 신 청사 건립기금이 576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양천구도 1금고 예산이 5686억원, 2금고 예산이 718억원으로 비교적 2금고 예산이 큰 편인데 2금고 예산 718억원 중 406억원을 신 청사 건립기금으로 모아놓고 있다. 강서구 또한 1금고 예산 7652억원, 2금고 예산이 1173억원인데 이중 436억원의 신 청사 건립기금이 포함돼 있다.

◇ 올 하반기 서울 25개 구금고 ‘새 은행 찾기’ 빅뱅 열린다…‘우리銀’ 수성에 맞서 ‘신한·KB국민’ 뒤집기 나서

우리은행이 서울 구금고의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조만간 바뀔 수도 있다. 서울 25개 구금고의 약정 만료 기간이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내년부터 새롭게 은행과 금고 약정 계약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현재 구금고 은행 약정 기간은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시작된 것으로 2014년 하반기 공개 입찰을 통해 현재와 같이 금고 관리 은행이 선정된 바 있다.

25개 서울 구금고 중 중구의 경우 이미 지난 5월에 공개 입찰 공고를 낸 상태다. 나머지 24개 구들의 경우 일단 이달에 지방선거를 치르고 구청장이 바뀐 이후 오는 7~8월경에 공고를 내 10~11월경 최종적으로 금고 관리 은행을 지정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청 청사 전경. 사진=중구 제공

주상천 중구청 재무과 지출팀장은 “시본청 금고가 약정 만료를 여유있게 남겨두고 미리부터 새 금고 관리 은행을 결정한 만큼, 중구도 6월 지방선거에 상관없이 조속하게 내년도부터 구금고를 관리할 은행을 결정할 것”이라며 “이르면 이달 안에 금고 관리 은행을 지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난 달 초 104년 만에 서울시 본청 금고 운영권을 우리은행으로부터 가져오는데 성공한 신한은행은 기세를 몰아 서울 구금고 확보에도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서울시 금고 운영권을 따냈고, 용산구 금고 역시 지난 4년간 운영해 온 경험을 살려 하반기 서울 구금고 입찰 경쟁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 금고 운영권에 도전할 것”이라며 “가장 먼저 공고를 낸 중구청 금고 사업 계획서를 준비 중에 있고, 하반기에 나머지 24개 자치구에도 모두 제안서을 내겠다”고 밝혔다.

수성에 나서는 우리은행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서울 본청 금고는 여러 사정으로 운영권을 내주게 됐지만 서울 구금고는 사정이 다를 것”이라며 “무엇보다 그 동안 서울 구금고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구청들이 다음 금고 관리 계약 때도 우리은행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자신했다.

노원구와 양천구의 2금고를 운영하고 있는 KB국민은행도 이번엔 더 많은 서울 구금고 운영에 도전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서울 구금고들이 1금고와 2금고라는 복수 금고를 운영해 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행이 지난 4년간 2금고를 운영해 온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2금고뿐만 아니라 1금고 운영권도 더 많이 따낼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에 새 구금고 은행으로 지정된 은행들은 오는 2022년까지 4년간 서울 각 자치구청의 금고를 관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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