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감시 사각지대…"공정위 규제대상서 제외된 하위그룹 겸직 많아"

자료=CEO 스코어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대기업 오너일가의 계열사 등기이사 과다겸직이 지나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진 하위 그룹에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라는 지적이다.

3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3월 말 기준 총수가 있는 국내 100대 그룹 오너일가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개 이상 계열사 등기이사 겸직자는 10명에 달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36개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최다’를 기록했다.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사장(17개), 박상훈 신안 대표(금융부문, 15개),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박순석 신안 회장(각 14개), 김영훈 대성 회장(13개), 박훈 휴스틸 사장·이진철 신안 총괄사장(각 12개), 김정주 대성홀딩스 사장(11개),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10개) 등 10명이 10개 이상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중이다.

SM그룹은 삼라건설이 전신이며 우방그룹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는데, 우 회장은 68개 계열사 중 절반이 넘는 36곳(52.9%)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안그룹 역시 전체 계열사가 22개인데, 박순석 회장과 장남 박훈 사장, 차남 박상훈 이사, 사위 이진철 등 오너일가 4명이 10개 이상 계열사 등기이사를 겸직중이다.

CEO스코어는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다”며 “이사회 개최 건수가 연간 15차례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0개사 등기이사에 등재할 경우 이사회만 150회 가량 참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과도한 등기이사 겸직은 ‘오너일가 배불리기’란 비판 외에도 부실경영 초래 우려때문에 금기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기이사를 2곳 이상 겸직한 오너일가는 총 108명이고, 이들의 등기이사 등재기업수는 평균 5.0개로 조사됐다.

1인당 등기이사 겸직기업 수를 그룹별로 보면, SM그룹이 36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안(13.3개), 사조(11.5개), 아이에스동서·롯데·무림(각 9개), 대성(8.6개), 현대(8.0개), 하림(7.0개), 농심(6.5개)이 겸직 기업 수 상위 ‘톱10’에 포함됐다.

이 가운데 신안, 사조, 아이에스동서, 무림, 대성, 현대, 농심 등 7곳은 공정위가 정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60개 그룹에서도 벗어나 있다. 이에 오너일가 자녀 등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밖에 S&T·효성·코오롱(각 6개), 대명(5.5개), 한진·금호석유화학·셀트리온·아모레퍼시픽·현대산업개발(각 5.0개) 등 19개 그룹이 오너일가 겸직기업수 평균인 5곳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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