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은 무너지고 H&B(헬스 앤 뷰티) 스토어가 승승장구 하는 시대가 도래

신세계 시코르 강남점 매장 전경. 사진=동효정 기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2000년대 초반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명동 로드숍들이 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국내 소비자 트렌드가 변하면서 로드숍은 무너지고 H&B(헬스 앤 뷰티) 스토어가 승승장구 하는 시대가 왔다. 뷰티업계는 로드숍으로 승부하던 '명동'에서 서서히 대형·프리미엄 매장을 옮겨가고 있다. 어느새 새로운 뷰티 격전지가 명동에서 강남으로 옮겨간 느낌이다.

지하철 명동역 6번출구부터 유네스코 거리를 따라 즐비했던 로드숍에는 연일 외국인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들의 가슴에는 모두 중국어, 태국어 등 외국어 명찰이 구매사절단임을 과시하듯 반짝였으며, 이들 주위는 늘 제품 설명으로 시끌벅적하기만 했다.

하지만 사드 보복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국내 소비자들은 붐비는 명동을 피해 온라인이나 H&B 스토어에서 화장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이어지는 700여m의 강남대로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계열 브랜드숍은 물론 헬스앤드뷰티(H&B)까지 초대형 콘셉트 매장을 열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한 신 풍속도라 할만하다.

강남역 10번출구로 나오면 눈길을 사로 잡는 초대형 매장들이 자리잡고 있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매장은 미샤가 브랜드 최초로 연 플래그십 스토어다. 미샤의 M을 딴 갤러리M은 상품 판매와 함께 미샤의 브랜드 별 정체성을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샤 갤러리M 매장 전경. 사진=동효정 기자

갤러리M에서 만난 매니저는 24일 "하루 평균 500여 명이 방문하며 주말에는 1000명 이상 인파가 다녀갔다"면서 "단체 관광객은 아니지만 중국인은 물론 동남아, 유럽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의 호응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갤러리M을 찾은 20대 여성들은 사진을 찍으며 편안하게 매장을 둘러보고 피부 타입에 맞춰 추천한 제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갤러리M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신세계 뷰티편집숍 시코르가 자리잡았다. 시코르 강남점은 백화점을 벗어난 첫 로드숍이다. 전 세계 브랜드를 한 곳에서 테스트 할 수 있는 '한국의 세포라'를 표방한만큼 비교적 고가의 세계적 브랜드들이 입점했다. 타사 매장과 달리 시코르는 전문가의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헤어케어룸'과 '스킨케어룸'뿐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의 속옷 브랜드인 '엘라코닉'도 매장 안에서 만날 수 있다.

이날 시코르를 찾은 30대 직장인 신 모씨는 "점심시간에 들러 보통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를 테스트하고 구매하기도 한다"면서 "화장품의 경우 인터넷으로 구매하더라도 체험해보는 것이 필수인데 멀리가지 않아도 직접 피부에 발라볼 수 있어 자주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시코르에서 발길을 신논현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아리따움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가 눈에 들어온다. 해당 매장은 연면적 430㎡(약 130평)로, 국내 아리따움 매장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매장 내에는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3대 브랜드인 아이오페·라네즈·마몽드 등 각각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구성돼 있다.

반대편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이 터를 잡고 있다. 다른 곳보다 색조 수요가 높은 상권 특징을 반영해 1층을 색조 제품만으로 구성하는 등 상권 특화 전략을 세웠다. 이날도 10~30대 여성들이 제품 테스트로 여념이 없어 보였다. 매장에는 화장대를 구성해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도록 소비자를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 해제 분위기라 기대감을 갖고 중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하는 상황이지만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도 포기할 수 없지만 이미 인구절벽이라 프리미엄 제품을 강화하고 해외 신흥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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