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5G 기술 지배, 한국 생태계가 따라갈 수 있어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23일 IT월드 2018 개막식 직후 가진 기자와의 일문일답에서 5G 통신 조기 상용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내년 상반기 상용화가 예정된 한국 5G 통신시장이 중국 기술에 종속될 것을 우려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이 5G 통신기술의 시장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월드 IT쇼 2018’ 개막식 참석 직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사장은 “중국이 5G 통신기술에 대해 시장지배적(dominant)인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5G 통신 생태계(5G ecosystem)가 따라갈 수 있는 속도(speed)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세계 최초의 서비스를 만들고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고 싶지만 한국이 따라갈 수 있는 속도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에서 5G 통신 상용화 시기를 내년 3월로 못박은 상태다. 상용화시기를 내년 3월로 정해놓은 이유에 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장관은 장관의 직관적인 판단임을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당시 유 장관은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논리적 근거에 의존하기보다 감에 의존해 5G 통신 상용화를 선언했다”고 말했다. 전세계가 5G 통신 분야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 한발 늦게 진입해 팔로워(follower)가 되면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유 장관의 발언에 관해 통신업계는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지만 5G통신에 대한 국내외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박 사장은 MWC 2018에서 5G 통신망 도입이 이르다고 생각하는 유럽통신사들의 입장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

박 사장은 MWC 2018에서 “유럽의 많은 오퍼레이터들은 5G 벤더들이 장사하려고 혁신을 핑계로 투자하라고 한다"며 "그들은 4G 통신에 투자한 금액을 아직 회수도 못했다고 한다. 이런 입장이 80%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의 23일 발언은 한국의 5G 상용화 일정에 대한 우려를 다른 의미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5G 통신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한만큼 중국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그래서 나온다.

실제로 화웨이는 MWC 2018에서 MWC 글로모 어워즈 8개 부문에 걸쳐 상을 받았다. '최고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쳐', '최고 모바일 기술 혁신', '최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혁신' 등 총 8개 부문에서 상을 받아 최다 수상기업이 되기도 했다.

MWC 2018에서 화웨이는 5G 레디 초광대역(UWB) 무선 제품군, 클라우드 에어 솔루션, 5G 코어 솔루션 등5G 기술을 전시해 5G 통신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9플러스가 '최고 커넥티드 모바일기기' 상을 받았고 기어VR '최고 모바일 VR·AR 기기', 삼성페이가 '페이먼트 분야 최고 모바일 혁신상을 받았다.

SK텔레콤은 라이브케어 서비스로 '기업용 모바일서비스 혁신상', KT는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 및 플랫폼(m-Hospital)으로 '헬스분야 최고 모바일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5G 통신을 조기 상용화하면 중국에 이로운 일만 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통신업계에서 나오고 있고, 박 사장은 이러한 우려를 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박 사장은 국회 의결과정이 남은 보편요금제에 대해 통신업계의 자율과 시장원리에 맡기길 바라며 보편요금제가 아니더라도 고객들의 통신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박 사장은 휴대폰 리스사업과 함께 대학생과 해외로밍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음을 밝혔다.

기자와 일문일답하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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