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7곳-KEB하나은행 6곳-KB국민은행·NH농협은행·IBK기업은행 각 1곳 順

우리銀 대학가 석권 비결, 올해 대학에 117억원 출연…‘대학 기부금 1위 은행’ 올라

대학 주거래은행 경쟁, ‘미래 잠재 고객 확보’…보여주기식 지나친 출혈 경쟁 지적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캠퍼스 전경. 사진=고려대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우리은행이 주요 대학들과의 거래에서 '주거래 은행' 지위를 가장 많이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소재 4년제 종합대학 전체 28개 학교(이하 ‘주요 대학’으로 표기)를 대상으로 주거래 은행을 전수조사한 결과 우리은행이 주거래 은행을 맺고 있는 대학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2곳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은행이 주요 대학 28곳 중 7개 대학에 주거래 은행으로 입점해 있고, KEB하나은행이 6개 주요 대학과 주거래 은행 계약을 맺고 있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은 각 1곳씩의 주요 대학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 우리은행 연세·서강·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 중 절반 가까이 주거래은행 협약

22일 은행권과 28개 주요 대학 등에 따르면 서울 소재 4년제 종합대학 가운데 주거래 은행 협약을 가장 많이 맺고 있는 은행은 우리은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이 주거래 은행을 맺고 있는 대학은 주요 대학 28곳 중 12개 대학에 달한다.

주요 대학 주거래 은행 현황.
우리은행은 국민대, 삼육대, 상명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세종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이하 대학명은 가나다 순) 등과 주거래은행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주요 대학과 두 번째로 많은 주거래은행을 맺고 있는 은행은 신한은행으로 건국대, 동국대, 서경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 7곳에 주거래은행으로 입점해 있다.

다음으로는 KEB하나은행이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명지대 등 6개 대학에 주거래은행으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B국민은행은 성신여대에만 입점해 있어 신한은행과 리딩뱅크 경쟁을 하고 있는 은행권 브랜드 명성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은 서울대 1곳, IBK기업은행도 한성대 1곳에만 주거래은행으로 진출해 있어 역시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대학가 주거래은행’ 경쟁에서 확연하게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 우리銀, 대학가 사로잡은 비결은 막대한 출연금 지원…올들어 117억원 출연

이처럼 우리은행이 주요 대학 중 절반에 가까운 대학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대학가에 그만큼 막대한 출연금을 기부하는 등 대학 고객 확보에 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올해 대학 출연금 기부 현황.
전국은행연합회의 이익공제공시 자료 및 각 시중은행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각 은행들이 대학에 기부한 출연금 액수는 우리은행이 117억44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결국 우리은행이 주요 대학 중 가장 많은 대학과 주거래 은행 협약을 맺고 있는 것은 그만큼 대학에 가장 많은 기부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은행 다음으로는 신한은행이 올해 들어 대학에 77억2600만원을 기부해 두 번째로 많은 출연금을 대학에 지원했다. 덕분에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다음으로 많은 7곳의 주요 대학에 주거래 은행으로 입점해 있다.

이어 ‘대학 기부금 3위’ 은행은 하나은행으로 올해 75억3800만원을 대학에 출연금으로 냈다. 하나은행 역시 기부금 순위와 동일하게 28개 주요 대학 중 세 번째로 많은 6곳의 대학과 주거래 은행 계약을 맺고 있다.

다음으로는 국민은행이 올해 57억원의 기부금을 대학에 출연해 대학 기부금 순위와 주요 대학 주거래 은행 수가 4위로 일치했다. 다만, 60억원에 가까운 기부금 액수에 비해 주요 대학 중 주거래 은행 수는 확연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주요 대학 중 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각 1개 대학들과 주거래 은행 협약을 맺은 상태인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아직 올해 들어 대학에 기부금을 출연한 바가 없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전경. 사진=서울대 제공

◇ 은행권, 대학가 주거래은행 체결 경쟁 ‘치열’…홍익대, 지난 4월말 우리→신한으로 변경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가장 많은 대학과 주거래 은행 협약을 맺을 수 있었던 비결은 대학 기부금 출연 등을 활발히 한 영향이 컸다”며 “은행권이 더 많은 대학들과 주거래 은행을 맺기 위해 대학들에 다양한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매년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학생증이나 등록금 납부 등을 주거래 은행을 통해 이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거래 은행과 친숙해지게 된다”며 “결국 은행권이 대학과 주거래 은행 협액을 맺는다는 것은 해당 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 모교 주거래 은행을 졸업 후에도 계속 이용하는 ‘미래 잠재 고객’ 확보 차원과 직결되기 때문에 각 은행들의 대학 주거래 은행 확보 경쟁도 치열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신한은행은 우리은행과 10년간 주거래 은행 관계를 이어오던 홍익대와 주거래 은행 협약을 맺고 주거래 은행 계약을 우리은행으로부터 뺏어오는데 성공했고, 결국 지난 4월 말 홍익대에 신한은행 지점을 개점했다.

지난 4월 25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홍문관 소재 홍익대 신한은행 지점 개점식에서 위성호 신한은행장(오른쪽 첫번째)이 개점 축하를 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당행보다 더 많은 대학들과 주거래 은행 계약을 맺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대학 출연금 기부 액수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주거래 은행으로 더 많은 대학에 입점하려면 그만큼 대학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하는 만큼, 하나은행은 대학가 주거래 은행 경쟁이 아닌 타 부분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타 시중은행들에 비해 많은 대학들과 주거래 은행 관계를 맺어오고 있지 않지만, 대신 개인고객이나 기업 영업 등에 나름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잠재 고객 확보 차원에서 더 많은 대학과 주거래 은행 협약을 맺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은행권, “대학가 주거래 은행 경쟁, 영업 측면에선 오히려 손해…지나친 출혈 경쟁” 지적도

한편, 은행권의 대학가 주거래 은행 확보 경쟁이 실질적인 영업 측면에서는 오히려 손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대학과 주거래 은행 계약을 맺기 위해 대학에 기부하는 막대한 출연금 액수를 감안하면, 대학에 주거래 은행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은행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남는 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학과 주거래 은행 협약을 맺으면 등록금이나 기부금, 교직원 급여 지급 통장 등의 계좌 개설 및 거래를 통한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 되는데, 이를 다 합쳐도 은행권에서 대학에 기부하는 출연금 액수를 감안하면 대학과의 거래를 통해 흑자를 보는 은행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언더우드관 전경. 사진=연세대 제공

또 다른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이 얼마나 많은 대학과 주거래 은행 거래를 하고 있는지 여부가 업계 내에서는 은근히 은행권 순위 서열로서 인식되면서 각 은행들끼리 주거래 은행 대학 수를 서로 민감하게 의식하고, 물밑에서 대학들을 상대로 주거래 은행 협약권을 뺏어오는 등의 쟁탈전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다보니 은행들이 더 많은 대학과 주거래 은행 관계를 트기 위해 다소간의 손해를 감소하고 라서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학가에 앞 다퉈 기부를 하고 있다”며 “대학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각 은행들이 얼마나 많은 대학과 주거래 은행을 맺고 있는지 등의 ‘외부로 보여지는 숫자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지나친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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