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끈기 있게 개척한 이차 전지 사업

단호한 결단이 키운 OLED 등 디스플레이 사업

통신 사업으로 과감한 진출…통신 시장 판 바꿔..

구본무 LG 회장. 사진=LG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20일 오전 별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대 분야를 핵심 사업군으로 구축,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고 국가 산업 경쟁력 견인 및 경제 발전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LG 등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가전, 기초소재 등 전자와 화학 분야의 주력사업을 세계 최고로 키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선제적인 투자와 역량을 집중, 특히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

구 회장은 사업에 있어서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집념의 승부사’로 불렸다. 실제 회장 취임 후 “글로벌 경영에서는 초일류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해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경영철학 중 잘 알려진 지론은 “어떤 사업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그 과정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부단히 도전해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는 부회장 시절부터 끈기 있게 개척한 이차 전지 사업과 결단으로 키운 OLED TV 등 디스플레이 사업, 통신 사업으로의 과감한 진출 등에서 승부사의 면모를 나타냈다는 평가다.

구본무 LG 회장은 매년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열고 연구과제를 점검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2011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 회장이 미래 신사업 연구과제를 현미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제공
먼저 구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당시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이차 전지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20년 넘게 끈기 있게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했다. 그 결과 LG화학은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데 이어 현재 중대형 이차 전지 사업 경쟁력 면에서 글로벌 TOP으로 평가 받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오창공장을 비롯해 미국 홀랜드 공장, 유럽 폴란드 브로츠와프공장, 중국 난징공장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4각 생산체제를 구축,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했다. 또 올해부터 2020년까지 2년간 전기차배터리 등 전지 부문에서만 매출 5조원을 추가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20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이차전지를 현재의 주력사업으로 성장시켰다. 2002년 10월 구 회장이 전기차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사진=LG 제공

구 회장은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에도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이에 LG는 대형 LCD 글로벌 1위에 이어 해외 업체들도 포기했던 OLED TV 세계 최초 양산 등으로 글로벌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리드하게 됐다.

1998년 말, 구 회장은 당시 정부가 주도한 빅딜 논의로 반도체사업의 유지가 불확실해진 위기 상황에서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었던 LCD사업을 본격 육성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이는 별도의 LCD 전문기업인 ‘LG LCD’를 설립하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社로부터 당시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의 자본유치에 성공하고 3개월 후 합작법인 LG필립스 LCD를 출범시켰다. 이 합작으로 LG는 대규모 신규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세계 LCD시장의 급격한 수요 증가를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확보했다.

이후 LG는 2008년 필립스와 결별, 단독법인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시켰고, 이후 더욱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LG디스플레이는 TV, 모니터,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9인치 이상 대형 LC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무려 31분기 연속 시장점유율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구 회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던 대형 OLED의 본격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했다. OLED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 없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두께가 얇고 압도적으로 화질이 뛰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OLED는 TV 패널을 개발하던 세계 유수 업체들도 양산의 어려움 때문에 생산을 포기했었다. LG디스플레이도 첫 생산에서 수율이 0%가 나올 정도로 수 많은 시행착오와 기술적 난관을 겪어 회사 내부에서도 ‘OLED로 TV는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구 회장은 수 조원대에 이르는 연구개발 투자를 승인,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연구진을 격려했다. 결국 LG디스플레이는 2013년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디자인을 내세워 OLED TV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LG전자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사상 최대 실적과 영업이익률을 갱신했다.

구본무 회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개발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구 회장이 연구과제인 올레드TV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LG 제공

구 회장은 통신 사업 진출에도 진출, LTE에 이어 IoT 분야에 과감한 투자 결정으로 통신 시장의 판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정보화시대의 통신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속에 ‘전자-화학-통신서비스’ 3개 축으로 이뤄진 LG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게 됐다.

LG는 1996년 6월 통신서비스 사업권 획득에 성공하고 LG텔레콤을 출범했다. 2000년 유선통신사업체인 데이콤을 인수하며 통신사업을 강화했으며, 2010년에는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개사의 합병을 통해 유무선 통합 LG유플러스를 출범했다.

상용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8년 매출 약 1조원을 기록한 LG텔레콤은 통신 3사 합병 등을 거치며 종합통신사로 위상을 갖추고 2017년 매출 12조원대로 성장했다. 특히 구 회장은 LG유플러스 출범 이래 과감한 투자 결정을 통해 통신 업계의 약자였던 LG유플러스를 시장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기존 3G보다 5배 빠른 4G LTE 시대가 도래해 오자 구 회장은 LG유플러스 경영진에게 “단기 경영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네트워크 구축 초기 단계에서부터 과감히 투자할 것”을 독려, 이에 LG유플러스는 당초 3년 계획이었던 LTE 전국망 구축을 단 9개월 만에 끝내고 완성도 높은 품질의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앞선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LTE 핵심 서비스로 후발 사업자로서 10년 넘게 17%대를 맴돌며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점유율을 20%대까지 끌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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