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주행시험장, 新기술 '테스트베드'로 활용

연구개발비 부품 매출 대비 7%에서 10%로

레벨3 기술 2020년 확보, 2020년 양산 계획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 시뮬레이션 이미지.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서산(충남)=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현대모비스는 짧지만, 굉장히 많은 미래자동차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레이더 부문에선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글로벌 선도기업과 기술 격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지난 16일 현대모비스가 3000억원을 투자해 마련한 충남 서산주행시험장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그레고리 바라토프 현대모비스 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담당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서 모비스가 가진 기술력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00년부터 각종 레이더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이미지로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후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털에서 카메라 센서 개발을 총괄하다 지난해 7월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바라토프 상무는 “올해 안에 보급형과 고성능 레이더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인 레이더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높은 해상도로 표적 식별 능력이 뛰어나고, 원가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라토프 상무는 “카메라와 라이더(레이저 센서) 개발을 위해 혁신 기술을 가진 독일 업체 SMS사 및 ASTYX사와 기술 제휴를 맺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독자개발 센서를 통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충남 서산의 주행시험장에서 현대모비스 DAS설계실장 황재호(왼쪽부터) 이사, ICT연구소장 양승욱 부사장, 그레고리 바라토프 상무가 모비스의 미래차기술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는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2020년까지 확보, 2022년에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레벨3은 제한적인 조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돌발 상황에서는 여전히 운전자가 필요한 수준이다.

현대모비스는 센서의 성능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서산주행시험장에 전문 시험로를 구축,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독자개발 센서를 적용한 ADAS(운전자 지원 기술)도 종합적으로 시험하고 있다. 도심형 자율주행 시험 차량인 M.Billy(엠 빌리)에도 해당 센서를 장착, 성능과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또 부품매출 대비 7% 수준인 연구개발 투자비를 2021년 10%까지 늘리고, 이 가운데 50%는 자율주행과 밀접하게 연결된 ICT(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관련 연구개발에 투입되는 인력과 인프라를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 전문 업체와 기술 제휴 등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엠 빌리도 내년엔 20대(현재 3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ICT연구소장인 양승욱 부사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차 '엠 빌리'.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이곳 서산주행시험장 내 첨단시험로에서는 엠 빌리의 자율주행 시스템 평가가 매일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2㎞ 주행 실차평가에서는 수차례 오류가 확인돼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특히 제어시스템으로 넘어가는 통신이 간헐적으로 끊기는 오류도 발생하고 교차로에서 좌회전해야 할 차량은 경로를 바꾸지 못하고 직진하기도 했다. 결국 세 차례 시도 끝에 차량은 좌회전에 성공했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은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오작동 발생 시 차량에 타고 있는 개발자가 원인 파악에 나선다”면서 “개발 과정에 있기 때문에 오작동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모비스에 따르면 엠 빌리는 레이더와 카메라 등 8개 종류, 총 25개 센서가 장착돼 차량 주변 360도를 감지한다고 한다. 센서가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셈이다. 특히 엠 빌리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도 적용됐다.

현대모비스의 시험차량이 세라믹 타일에 물을 뿌려 빙판길을 재연한 저마찰로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이날 현대모비스는 112만㎡의 부지에 펼쳐진 아스팔트 위에서 라바콘을 이용해 차량의 고속핸들링 능력을 파악하는 슬라럼 테스트를 벌였다. 20m 간격으로 놓인 7개의 콘을 시속 80㎞의 차량이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테스트다.

아울러 비나 눈이 오거나 추위로 도로가 얼어붙은 날에 대비한 시험도 진행됐다. 이 시험은 아스팔트 길보다 10배 이상 미끄러운 것으로 알려진 세라믹 노면에서 이뤄졌다. 노면 양쪽에선 물도 흩뿌려졌다. 차량은 시속 50㎞로 전방을 내달리다 급정거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멈춰섰다.

이외에도 현대모비스는 벨지안로(울퉁불퉁한 마차도로) 등의 모형길도 조성, 다양한 형태의 길에서 차량 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제동시스템 실차 평가를 맡은 김규환 책임연구원은 “차량이 특이 상황에 놓인 길을 통과하면서 받는 충격, 균형, 승차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차량 별로 1~2주 동안 반복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길이 250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모비스 터널시험로에서 시험차량이 얼마나 멀리 있는 장애물을 식별할 수 있는 지 시험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험로도 찾았다. 이곳은 폭 30m, 길이 250m 규모다. 사방이 컴컴한 터널 속에선 지능형 하이빔(상향등) 시스템인 헤드램프(IFS)가 연구·개발되고 있었다. 또한 LED 램프가 상대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하면서 선별적으로 빔 패턴을 바꾸기도 했다.

양승욱 부사장은 "서산주행시험장은 14개 시험로와 4개 시험동을 갖추고 있고, 자율주행차에서부터 친환경차까지 미래차 핵심 부품의 성능과 품질을 종합 검증하고 있다"며 "지난해 ICT 연구소는 자율주행기술과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포함, 170여개의 특허를 출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현대모비스는 올해 매출 규모를 매년 8%씩 성장시켜 오는 2025년에는 44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2025년 매출 목표 44조원 가운데 11조원(25%)은 자율주행·커넥티비티카와 같은 미래차 사업 부문, 7조원(16%)은 제동·조향·전장 등 차세대 핵심부품 부문에서 각각 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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