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일-백수현-이개명 교수 “탄소제로섬2030 달성 할 것” 이구동성

황우현 한전 제주본부장 ESS 역할하는 전기차 주차타워 구상 중

제주 서귀포시의 모습.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2030년까지 도내 필요한 전력을 100%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제주도의 꿈이 에너지기술 발달에 힘입어 이뤄질 전망이다. 에너지전문가들이 제주도의 탄소제로섬 2030 목표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보는 가운데 전기차가 에너지저장장치를 대신할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전 제주본부는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과 주차타워에 주차한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사업을 구상해 실증단계에 접어들었다.

탄소제로섬2030을 낙관하는 전문가들. 왼쪽부터 백수현 동국대 석좌교수, 문승일 서울대 교수, 이개명 제주대 교수. 사진=안희민 기자

◇ 전문가들, 제주도의 탄소제로섬2030 달성 낙관

제주도 서귀포에서 2~6일 닷새간 열리는 국제전기차엑스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탄소제로섬 2030로 불리는 제주도의 정책목표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봤다.

탄소제로섬 2030은 2030년까지 제주도 내 내연기관차랑 37만대를 전부 전기차로 바꾸고 3.4GW의 풍력, 태양광발전설비를 확충해 전력을 자급자족하고 스마트그리드를 통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정책이다.

현재 디젤발전, LNG발전, 풍력과 태양광발전이 주요 발전원인 제주는 단계적으로 디젤발전과 LNG발전을 줄여나가고 육해상풍력과 태양광발전만으로 제주도 내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만으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당시에 꽤 야심찬 계획이었기 때문에 2010년 탄소제로섬2030이 발표됐을 때만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로 치부됐다.

2010년 당시 우근민 제주지사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으며 2011년 제주에너지공사가 설립될 때 해상풍력으로 제주도내 필요한 전력 100%를 충당하겠다고 상술해 발표했다. 탄소제로섬2030은 이후 3.4GW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으로 구체화됐고 지금까지 이어왔다.

이 계획이 낮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재생에너지를 계통에 연결하려면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한데 당시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현재도 에너지저장장치의 가격은 비싸다고 추론된다. 2015년 기준 1MWh의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는데 4억 5000만원이 필요했다.

이러한 우려는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 V2G(Vehicle to Gride) 기술이 개발되며 기우로 바뀌었다. 전기차 보급이 활성화되면 별도의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면 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가령 60GW의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경우 100GWh의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다”며 “V2G기술을 이용해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한다면 별도의 에너지저장장치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가 ‘오름’이라고 불리는 구릉이 많아 자동차의 회생제동장치를 활용해 전기를 쉽게 충전할 수 있는 지형적 특징도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또하나의 이유가 됐다. 회생제동장치는 자동차가 언덕을 관성의 힘으로 내려올 때 별도의 에너지소비 없이 전력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백수현 동국대 석좌교수는 “한라산이 가운데 솟은 제주도는 내리막에서 자동차의 회생제동장치를 통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은 제주도가 전기차 이용에 적합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태양광 가격의 급속한 하락도 탄소제로섬2030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현재 태양광모듈의 가격은 W(와트)당 33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W당 1달러선이 붕괴된 이후 계속 하락을 경험하는 셈이다.

따라서 바람, 여자, 돌이 많다고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가 풍력을 주요 전력공급원으로 쓰려던 계획이 일부 수정됐다. 태양광이 유력한 전력원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이개명 제주대 교수는 “태양광 모듈 가격이 현재 W당 33센트 수준”이라며 “태양광 모듈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태양광발전의 비중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우현 한전 제주 본부장. 사진=안희민 기자

◇ 충전로봇을 이용 자동 충전, ‘전기차 주차 타워’를 대형 ESS로 활용

실제로 제주도는 전기차를 이미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우현 한국전력 제주본부장은 한전 제주본부 주차장에 전기차 20대를 한꺼번에 충·방전하는 설비를 갖춰 실증 작업 중이며 이를 확장시켜 전기차 주차타워를 건설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할 계획이다.

황 본부장이 제시한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다.

500대의 전기차가 주차할 수 있는 원통형태의 주차타워를 건설하고 중심에 수직형 풍력발전기와 전기차 충전을 자동으로 진행할 충전로봇을 설치한다.

전체 전지용량이 40% 남으면 충전하는 것이 전기차 사용자의 운행습관이 때문에 주차타워에서 정차된 전기차엔 여분의 전기가 남아있다. 이 여분의 전기를 전력수요가 피크일 때 10%만 사용하고 나머지 시간엔 충전한다는 것이 황 본부장이 제시한 청사진이다.

황 본부장은 “28kWh의 전지를 장착한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의 경우 10kWh만 쓰고 충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인데 500대의 주차타워에서 대당 10kWh만 전력 피크 시간에 되팔 경우 5MWh를 공급할 수 있다”며 “이런 주차타워를 100대만 만들어도 500MWh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본부장은 5회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자동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충전로봇을 중소기업과의 협업으로 선보였다. 한전 제주본부 주차장에 있는 충전시설을 모듈화해서 주차타워를 실현할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황 본부장의 움직임은 탄소제로섬 2030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30년 40만대의 전기차가 제주도에 보급된다는 가정 하에 20만대가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된다면 200,000대 × 10kWh = 2,000,000kWh(2GWh)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전기차 40만대 전부를 활용하고 해상풍력과 태양광이 발전하며 스마트그리드 확충을 통해 제주도의 에너지절감과 효율을 증가시킨다면 탄소제로섬2030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기차를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해 전력독립을 이루겠다는 제주도의 꿈이 실현될 날이 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열린 제5회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전기차가 기존 ‘탈 것’에서 ‘에너지저장장치’로 재조명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향후 구체적으로 탄소제로섬2030이 실현되는 모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 ICC 컨벤션 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와 LNG 저장탱크.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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