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고객, 스타벅스 카드를 발급받아야

美 시애틀 매장 이어 한국에 두 번째 적용

"일부 현금 사용자엔 카드발급 강요 느낌도"

스타벅스 삼성역점. 사진=권오철 기자
[데일리한국 권오철 기자] “죄송합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현금 주문이 안 됩니다. 혹시 카드 있으세요?”

23일 오전 서울 스타벅스 삼성역점 매장 직원이 커피를 주문하며 현금을 건넨 <데일리한국> 취재진에 한 말이다. 이 직원은 “현금만 있으면 스타벅스 카드를 충전해서 주문이 가능합니다. 충전하시겠습니까?”라고 말을 이었다.

결국 기자는 현금으로 커피를 주문하고 잔액이 담긴 스타벅스 카드를 받았다. 스타벅스 카드의 최초 충전 금액은 5000원 이상이다. 다만 삼성역점, 판교H스퀘어점,구로에이스점 3곳은 4100원(아메리카노 가격)부터 충전이 가능하다. 재충전은 1만 원부터 만원 단위로 가능하며 잔액은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날 스타벅스코리아(대표 이석구)는 삼성역점을 비롯해 판교H스퀘어점, 구로에이스점 등 3개 매장에서 ‘현금 없는 매장’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금 사용은 불가하며 신용카드 외에 스타벅스 카드, 모바일 페이 등으로 주문이 이뤄진다.

<데일리한국> 취재진은 커피 주문을 위해 현금을 지불하고 잔액 대신 스타벅스 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사진=권오철 기자

스타버스 측은 “고객들의 모바일 결제나 신용 카드 등의 현금 외 사용 결제가 지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보다 혁신적이면서 원활한 지불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보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서 현금 사용 결제 비중은 2010년 31%에 달했으나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7%대로 떨어졌다. 삼성역점 매장 직원은 “저희 매장은 현금 사용 고객이 3%에 불과해 시범 매장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는 지난 1월 미국 시애틀의 스타벅스 매장이 ‘현금 없는 매장’을 시범 운영한 이후 한국 매장 적용이 두 번째 사례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데이터와 카드 사용이 높은 시장 트렌드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과 전국 매장으로 확대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범 운영의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오늘 처음으로 실시된 만큼 전국 매장 확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삼성역점 매장 카운터 앞에 놓인 '현금 없는 매장' 시범 운영에 대한 안내문. 사진=권오철 기자
다만 스타벅스 측은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모바일 결제와 신용카드 등의 현금 없는 결제가 고객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인지 분석해 보고, 추후 매장 운영 계획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를 찾은 송 모(29)씨는 “평소 스타벅스 카드로 주문한다”면서 “스타벅스 카드 충전 역시 신용카드로 가능하기 때문에 현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향후 ‘현금 없는 매장’이 확대될 경우, 스타벅스 카드 사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월 기준 스타벅스 카드를 온라인 등록한 사용자는 390만 명에 달한다.

스타벅스 카드를 이용하면 음료 한 잔 당 샷·시럽·드리즐·휘핑·자바칩 등을 무료로 추가할 수 있으며, 사용량에 따라 무료 음료쿠폰도 지급된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자주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박 모(38)씨는 “소수의 현금 사용 고객은 어쩌나. 스타벅스 카드 발급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쓰지 않는 현금이 스타벅스 카드에 묶이게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고객의 이같은 '사소한' 반감 역시 결국은 스타벅스측이 풀어야할 숙제가 하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 거스름 돈을 세는 등의 시간을 절약해 고객 서비스에 더욱 신경을 쓸수도 있겠지만 현금 소비를 고집하는 일부 소비자군을 고려한다면 '현금없는' 매장이 '카드사용 강요' 매장이라는 엉뚱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점을 두루 파악하기 시범매장을 운영했다는 점에서 스타벅스의 의도는 성공적이라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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