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채용비리·금융지주 CEO 셀프 연임 등 적폐 해결할 금융개혁가로 기대 높아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 해외외유·더미래 셀프후원 등 논란 터지며 결국 낙마

‘할 말 없습니다’…선관위의 위법성 해석 발표가 나기 3시간 전인 16일 오후 서울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 탄 김기식 전 원장이 기자의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눈을 감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날 간담회는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으로서 수행한 마지막 일정이 됐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참여연대를 이끄는 시민운동가에서 국회의원을 거쳐 금융감독원장까지 오른 김기식 전 원장이 결국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17일 스스로 낙마하면서 그는 ‘15일’이라는 역대 최단명 금감원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퇴하자 지난 3월 30일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이 최 전 원장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이 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지난 2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렸던 신임 금융감독원장 취임식에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참여연대 창립 핵심 멤버이자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 당시 재벌과 금융권을 질타하며 강한 개혁을 요구한 그가 금감원장이 취임하면서 금융권에서는 ‘금융권 저승사자’가 왔다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벅찬 취임 포부’…지난 2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렸던 신임 금감원장 취임식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이 직원 대표가 달아준 금감원 배지를 만지며 원장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그는 이달 2일 취임식을 갖고 정식으로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게 됐지만 곧바로 여러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우선 19대 국회의원(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을 지내던 2014년과 2015년에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 등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미국과 유럽,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외유를 다녀왔다는 사실이 회자되며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아야했다.

‘기자님들 첫 상견례, 잘 부탁합니다’…지난 2일 금감원장 취임식을 마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금감원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자리에서 금융권 채용 비리 등 여러 산적한 문제들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누구보다 국회의원들의 해외 외유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던 그가 정작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를 수시로 드나든데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래미연구소의 20대 여성 연구원을 국회의원실 인턴 직원으로 채용시키고 몇 달 사이에 9급에서 7급으로 고속 승진 시키는가 하면, 이 여직원을 데리고 해외 외유에도 함께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자 금감원장 사퇴 압력은 전방위적으로 더욱 거세졌다.

‘쉽지 않네’…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자신이 소장으로 있던 더미래연구소에 자신이 국회의원 시절 받은 정치 후원금 50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지자 비난 여론은 더 들끓었다.

결국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전 원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들에 대해 선관위에 위법성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위법 사실이 밝혀질 경우 사임토록 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어떻게 하지’…16일 오후 서울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김기식 전 금감원장(사진 오른쪽)이 모두발언을 마치고 옆에 앉은 윤창의 금감원 부원장보와 귓속말을 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이에 16일 저녁 선관위는 더미래연구소의 셀프후원 논란에 대해선 위법성이 있고, 국회의원 시절 해외 외유에 대해선 판단을 보류한다고 전격 발표했고, 김 전 원장은 이날 늦은 밤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 날인 17일 신속하게 김기식 전 원장의 사표를 수리함으로써 김 전 원장은 이달 2일부터 17일까지 15일이라는 짧은 금감원장 재임 기간을 남긴 채 ‘금융권 저승사자’에서 ‘최단기 금감원장’이라는 오명의 장본인이 됐다.

‘사퇴 할까’…16일 오후 금감원장으로서 마지막 업무가 된 서울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마친 김기식 원장이 금감원장 사퇴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응대를 하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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