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인상 아닌 정상화", “일반용 전기요금 적용 시행 유보”

한국전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전력이 기본공급약관을 개정해 다가구, 다세대주택 거주자의 전기요금을 올리려던 시도가 불발됐다. 한전은 '전기요금 정상화'이라고 표현했지만 한국의 전기요금이 가격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을 알게된 주택용 전력사용자들의 강한 저항에 직면하면서 요금인상 계획을 접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전은 다가구, 다세대 주택 공동설비에 대한 일반용 전기요금 적용 시행을 유보한다고 17일 밝혔다.

한전은 “주거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4000원 가량의 필수 사용량 공제가 비주거용인 공동주택의 공용부분까지 적용받는 사례를 시정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한전은 이를 ‘전기요금 정상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2016년 12월 기획했으며 3개월의 안내기간을 거쳐 지난달 18일부터 시행했다.

전기요금이 오른 사실을 뒤늦게 안 다가구 다세대 주택 거주자들의 항의가 산업부와 한전에 빗발치자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한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일부 다가구, 다세대 주택 고객의 전기요금 부담이 다소 증가할 수 있어 이의 시행을 ‘유보하고, 다가구, 다세대 주택 고객들의 요금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 후 시행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가격’ 기능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국 전기요금

이번 전기요금 인상 시도 해프닝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일반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반인들이 전기요금 인상에 민감히 반응하는 이유는 가계경제에서 지출로 잡힌다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의 전기요금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가격’구조를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한전이 고시한 수치로 ‘가격’이 주는 신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요 선진국들의 1인당 전력소비가 줄어드는데 유독 한국만 늘어나고 있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산업용 전기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희천 인하대 교수(경제학부)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전력소비가 미국을 곧 추월할 전망이다. 한국은 경우 2005~2016년 10여년간 전력소비 규모가 44.2% 늘어났다. 이는 연평균 3.4% 오른 수치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동안 6.8% 줄어들었으며 이는 연평균 0.6%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21년에는 한국이 미국을 추월해 1인당 전력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로 등극할 전망이다. 미국은 2021년 1인당 전력소비가 1만2353kWh일 전망인데 한국은 1만2423kWh로 미국을 약간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의 전력소비는 1만1252kWh로 1만2754kWh를 기록한 미국을 추격하는 모양새다.

◇ 전기요금 인상하려면 전력수요 가장 많은 산업용에…

한국에선 산업용 전력수요가 가장 많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에선 산업용 전기수요가 2017년 기준 28만5970GWh(56.3%)로 가장 많다. 일반용 11만1298GWh(21.9%), 주택용 6만8544GWh(13.5%), 농사용 1만7251GWh(3.4%) 등이 뒤를 잇는다.

전력수요 증가는 교육용이 가장 증가 폭이 컸고 농사용, 일반용, 산업용, 가로등, 주택용, 심야 순으로 늘어났다.

주택용은 2001년과 비교해 2017년에 전력수요가 1.7배 증가했고, 일반용 2.11배, 교육용 3.15배, 산업용 2.01배 늘었다.

따라서 전기요금을 올리려면 주택용보다 수요가 많은 산업용이나 일반용 전기요금이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 이번 해프닝도 일반국민들에게 전기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져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전기요금 인상은 전기 사용량과 수요증가가 가장 큰 부분부터 시행해야 한다”며 “예전처럼 주택, 일반용 전기요금을 높여 산업용 전기요금을 교차 보조하는 행태는 더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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