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업계 1위 굳히며 최현만·조웅기 각자 대표 체제 그대로 유지

‘발행어음 유일 인가’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11연임…최장수 증권 CEO

‘반쪽짜리 초대형 IB’ 오명…NH투자증권·삼성증권, 수장교체로 분위기 전환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사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영채 신임 사장이 취임 기념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3월말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 되면서 증권가 CEO들의 연임과 교체가 이뤄지는 등 각 증권사 수장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상위 5대 증권사들 중 올해 3월에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곳의 증권사 수장 임기가 만료된 바 있다.

KB증권의 전병조·윤경은 사장은 이미 2017년 12월 각자 대표이사 체제 임기를 1년 더 연장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나머지 증권사 4곳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등 2곳은 수장이 연임됐고,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2곳은 ‘새 피’를 수혈했다.

◇ ‘초대형 IB’ 5대 증권사 중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발행어음 인가 따낸 한국투자 CEO ‘유임’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춘 5개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증권사로 거듭난 가운데 지난달 말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안을 주요 의결로 내건 곳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다.

이중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CEO를 그대로 연임시켜 ‘안정속에 발전’을 택했다.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는 지난달 27일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사장을 재선임했다. 옛 미래에셋증권을 이끌어오던 최현만 부회장과 조웅기 사장은 지난해 1월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을 순조롭게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 업계 순위로 통용되는 자기자본 규모 역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7조4068억원(이하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수준에서 올해 2월 약 7000억원의 배당우선주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서 8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업계 2위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가 4조8247억원(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인것을 감안하면 격차를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늘린 셈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최 부회장과 조 사장을 각자 대표 체재로 둬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최 부회장은 디지털금융·글로벌·IT·경영지원 부문에서 대표직을 책임지고, 조웅기 사장은 IB·트레이딩·홀세일 부문을 맡게 된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왼쪽)과 조웅기 미래에셋대우 사장. 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다만, 증권업계 수위업체인 미래에셋대우가 초대형 IB 업무의 핵심인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따내지 못한 점은 최 부회장과 조 사장에게 있어 이번 임기 기간에 있어 가장 큰 숙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미래에셋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관련해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가 나지 않고 있다”며 “미래에셋그룹이 20대 그룹 안에 편입된 이상, 앞으로도 공정위 조사는 계속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최고경영자 단독후보인 유상호 사장의 연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유 사장의 임기는 오는 2019년 3월 주총까지로 1년 연장됐다.

유상호 사장은 지난 2007년 47살로 최연소 CEO 자리에 오르며 한국투자증권 수장직을 맡은 이래 이날 또 다시 연임을 확정하면서 11연임, 12년째 한국투자증권을 이끌면서 최연소 증권 CEO에 이어 최장수 증권 CEO 기록을 또 다시 스스로 경신했다.

특히, 증권사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3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11번째 연임 기록은 더욱 돋보인다는 것이 업계 내외의 평가다.

유상호 사장이 11번째 연임에 성공한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5대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따내는 등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 컸다.

또한, 유 사장이 2007년 3월 한국투자증권 수장 자리에 처음 올랐을 때만 해도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7952억원 수준(2007년 3월 31일 기준)이었지만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을 12년째 이끌면서 자기자본을 4조2418억원까지 불리며 덩치를 두 배 이상 키우데 성공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한국투자증권 제공

◇ ‘발행어음 인가’ 발목 잡힌 NH투자증권, ‘IB 베테랑’ 정영채 사장 선임해 초대형 IB 준비 ‘박차’

이에 반해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수장 교체를 선택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2일 주주총회를 열고, IB사업부의 정영채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영채 IB부문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NH투자증권이 대형 증권사의 미래 먹거리 사업 흥망성쇠가 IB사업에 달려있고, 이 부문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자기자본 4조원 요건 이상을 충족해 지난해 11월 초대형 IB로 거듭난 국내 상위 5대 증권사 중 업계 2위 NH투자증권이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따내지 못하면서 돌파구 마련을 위해 IB사업부의 수장인 정영채 사장을 구원투수로 올린 것으로 보인다.

단기어음 발행업무는 초대형 IB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1년 만기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이다. 이는 현재 5대 증권사 자기자본의 3배 규모인 10~20조원 가량을 어음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받지 못한 초대형 IB는 사실상 ‘절름발이 초대형 IB’나 ‘반쪽 초대형 IB’와 다름없이 취급된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초대형 IB인가는 받았지만 정작 이 사업에 있어 핵심적인 부분인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따내지 못했다. 한때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2015년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지만 김 회장은 최근 금감원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금융감독 당국은 NH투자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어음 업무인가가 늦어지고 있는 요인이 김 회장의 금감원 채용비리 청탁 의혹이라고 확정지어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 NH투자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가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현재 단기어음 발행인가 업무를 받지 못한 증권사들은 모두 이유가 있어서 그리 된 것”이라며 “NH투자증권은 지주사인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NH투자증권의 지분 49.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결국 NH투자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금융당국이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영채 신임 사장은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의 IB부문 대표를 2005년 8월부터 맡은 이래 현재까지 14년째 NH투자증권의 IB사업을 이끌고 있다. 혈로가 막힌 NH투자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따내고 초대형 IB사업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14년차 IB 베테랑인 정 사장이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4층 대강당에서 열린 사장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정영채 신임 사장이 기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단기어음 발행업무 심사가 좋은 방향으로 나도록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삼성증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중에 50대 젊은 CEO 내세워 ‘세대 교체’

한편, 삼성증권은 지난달 21일 주주총회를 열고 구성훈 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삼성증권 사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증권 역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따내는데 있어서 발목을 잡았다. 국정농단의 주인공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구속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었던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증권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 0.0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증권과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지만, 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영향력을 감안해 발행어음 심사를 중단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따른 것으로 개선안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를 기존의 ‘최대 출자자 1인’에서 ‘최대주주 전체 및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로 확대했다. 금융당국이 이재용 부회장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주주로 본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올해 주주총회에서 60대 이상의 삼성 금융 계열사 CEO들은 연임이 되지 않고 모두 교체됐다”며 “이는 삼성증권이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세대 교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사진=삼성증권 제공

이 같은 삼성증권의 세대교체는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라는 측면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968년 6월생으로 올해 만 49세인 이재용 부회장이 정상적으로 경영 일선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이재용 부회장과 위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젊은 50대 CEO들을 삼성 금융 계열사 수장으로 대거 경영 일선에 대거 내세운 것이다.

구성훈 삼성증권 신임 사장은 1961년 6월생으로 만 56세다. 또한, 지난 2월 5일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2심 판결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 구속 상태는 면한만큼, 신임 구 사장은 약간의 부담을 덜어낸 상태에서 단기어음 발행어음 인가에 도전하게 됐다.

물론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대주주가 형사상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집행 완료 후 5년이 경과하지 않았거나, 집행유예 상태인 경우는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어 삼성증권이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를 받기에는 앞길이 여전히 험난한 것도 사실이다.

또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은 이제 막 2심이 끝난 상태로, 최종심에서 어떠한 판결에 나오느냐에 따라 삼성증권의 단기어음 발행업무 인가 여부가 더욱 표류할 가능성도 있어 구성훈 사장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