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특별검사 발표, 최흥식 전 금감원장·김종준 전 하나은행장도 채용비리 연루

2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가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당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데 대해 금융감독원이 2013년 하나은행 채용업무에 대한 특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정황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한 ‘2013년 하나금융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단’을 지난 3월 13일부터 설치해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일 오전 여의도 금감원 브리핑룸에서 발표했다.

최성일 하나은행 채용비리 특별검사단장은 “특별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3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중 16명은 하나은행 내외 주요 인사의 채용 청탁을 통해 특혜 채용됐고,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한 최종면접 단계에서의 순위 조작으로 14명이 특혜 채용됐고, 2명은 최종면접에서 순위 조작을 통해 여성 합격자가 아닌 남성 합격자가 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성일 단장은 “주요 인사 청탁을 통해 특혜 합격한 16명은 서류전형부터 추천내용 항목에 ‘최종합격’으로 표기돼 있었고, 실제로도 최종합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추천자 중에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된 추천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단장은 “추천자 중 서류 전형에 ‘김○○(회)’로 기재된 추천자의 경우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면접에서 태도불량 등으로 인해 0점 처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합격했다”며 “검사단 조사 결과 하나은행 인사 담당자로부터 서류 전형에 표시된 '(회)'는 통상적으로 ‘회장이나 회장실을 의미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결국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정황도 밝혀졌다.

최 단장은 “추천 내용에 ‘함○○대표님(◇◇시장 비서실장 △△△)’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합숙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는데도 불구하고 임원면접에 올라 최종합격했다”며 “검사 결과 함○○대표는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 직급)였고, 이 지원자는 ◇◇시의 시장 비서실장 △△△의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13년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는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이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자신의 지인인 ◇◇시의 시장 비서실장 △△△의 자녀를 추천했고, 함 회장의 추천을 통한 지원자가 채용비리를 거쳐 최종합격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가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 결과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최 단장은 “추천내용에 ‘최흥식 부사장(최흥식 전 금감원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418점)가 합격기준(419점)에 미달했지만, 서류전형을 무사히 통과해 최종합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추천자가 ‘짱’으로 표시된 지원자 6명중 4명이 최종 합격했는데 이중 3명은 서류전형(2명) 또는 면접단계(1명)에서 합격기준에 미달했는데도 최종합격했다”며 “검사 결과 ‘짱’은 2013년 당시 하나은행장(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었으며, 그(김종준 전 행장)는 아들 친구 2명과 △△금융지주 임원의 부탁으로 △△은행의 자녀 2명을 추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천내용에 ‘국회정무실’로 표기된 지원자는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기준을 미달했지만 합숙면접에 올라 최종합격했고, ‘청와대 감사관 조카’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기준에 크게 미달했지만 서류전형 통과는 물론, 최종단계인 임원면접에서도 점수를 임의조작(상향 조정)해 합격했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추천 내용에 ‘감독원’으로 표기된 지원자가 2명 있는데, 이 지원자들은 서류 및 실무면접에서 특혜를 받아 통과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불합격했다”며 “이들을 추천한 금융감독원 직원을 특정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달자들이 이미 퇴사한 상태에서 검사단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해 추천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종 임원면접에서 합격권 내의 여성 2명을 탈락시키고, 합격권 밖의 남성 2명의 순위를 상향조정해 특혜 합격시켰고, 하나은행 인사부장과 인사팀장 등이 참여한 사정회의에서 국내 명문대와 해외유명대학 출신자 14명이 특혜 합격했다”며 “이 14명은 하나은행이 1등급 대학으로 분류한 특정대학 졸업자들로, 원래는 탈락자였지만 합격 처리를 시킨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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