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한국산 철강 제품을 비롯한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에 달하는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미국 정부의 수입 규제안이 오는 23일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의 철강 관세 면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언급을 하면서,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미국의 관세 부과 면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여기에 관세 부과 국가에 포함된 일본 정부도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한국도 관세 면제 국가에 포함될 지 모른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한국이 관세 면제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국의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4열연공장 내부. 사진=연합뉴스

◇미국발 ‘관세 폭탄’ 발효 코앞…전운 감도는 철강업계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수입 규제안 발효가 임박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한국이 관세 면제 국가에 포함될 수 있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미국의 관세 발효 결과가 나올 때까지 미국 수출 선적을 잠정 보류한 상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확정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수출을 잠정 보류한 것”이라며 “관세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따라 향후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 철강업체 휴스틸은 이달 초부터 당진공장의 7개 생산라인 가운데 대미 수출용 라인 1개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발효되면,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업계는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이 관세 면제 국가에 포함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 역시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중소 철강업체와 협력업체들은 관세를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폭탄이 발효되면 경북 지역에서만 5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한국, 미국발 ‘관세 폭탄’ 피하나 미국의 관세 폭탄 발효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이 관세 면제 국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이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백운규 장관이 19일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조금 더 기다리면 이번 주 안에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철강업계의 기대감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된 일본에서도 관세 부과 면제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은 20일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일부 품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면제 가능성에 대해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은 “미국의 관세 부과 면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의견이 있는데, 한국과 미국의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관세 부과 면제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며 “통상 협상에서 막판에 기류가 바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제현정 차장은 “한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 면제 국가에 포함될지, 아니면 한국이 수출하는 철강 제품 가운데 일부 품목이 관세 부과 면제 품목으로 분류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