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고시 원안대로 확정되면 LG전자와 삼성전자 희비 엇갈릴듯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관심이 높다. 최근 예고된 환경부 개정고시는 국내 기업의 희비를 엇갈리게 할 전망이다. 사진=GS칼텍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환경부가 고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지난 7일부터 20일 동안 의견수렴에 들어간 ‘외부사업 타당성 평가 및 감축량 인증에 관한 지침’ 일부개정고시에 대해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 고시는 UNFCCC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통해 줄인 온실가스를 한국 배출권 거래제(ETS) 시장에서 인정해주며 범위와 제한을 규정한 지침이다.

이 때 해외에서 진행한 CDM 사업에 국내 기업이 시설이나 지분을 확보하지 않고 단순히 지원만 했을 경우 최빈국에서 CDM 사업이 이뤄져야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아 국내 ETS 시장에서 배출권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최빈국 외 중국, 베트남, 케냐 등 개도국에서 진행한 CDM 사업은 아무리 많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보여도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

이는 최빈국 우선이라는 국제 추세에 발맞춰야한다는 의견과 중개사업, 영리법인 출연 등 배출권 거래제의 산업화 기회를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서로 맞부디치면 토론의 장이 되고 있다. 쟁점을 알아봤다.

삼성전자는 케냐에 쿡스토브를 보급한다. 이 사업은 케냐가 최빈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내 ETS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지 못할 위기에 빠졌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온실가스 감축주체 규정에 대한 규정 원안대로 확정되면 LG전자 웃고, 삼성전자 울고

쟁점이 된 외부사업 타당성 평가 및 감축량 인증에 관한 지침의 내용은 별표 9에 있다. 별표9는 온실가스 감축사업 사업주체에 대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사업 사업주체는 △감축시설을 법적으로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사업자 △UN청정개발체제 사업에서 확인 가능한 사업참여자를 말한다.

별표9는 이와 더불어 ‘국내 기업 등이 외국에서 직접 시행한 사업’에 대한 개념정의도 내리고 있다.

국내 기업 등이 외국에서 직접 시행한 사업은 △ 온실가스 감축시설에 대한 국내 기업 등의 소유권 또는 운영권 지분비율이 20% 이상인 사업 △국내 기업 등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비율이 20% 이상인 사업 △온실가스 감축사업 또는 온실가스 감축시설의 성격상 국내 기업 등이 소유 또는 운영하기 어려우나 지속가능한 개발의 지원 등에 필요하다고 부문별 관장기관의 장이 인정한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논란의 씨앗은 세 번째 규정에서 배태됐다. 세 번째 항목은 ‘※’ 표시를 표기하고 ‘사업계획서 최초 등록시점 당시 UN에서 규정하는 저개발국가(Least Developed Countries) 에서 시행한 경우에 한함’이라고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 규정은 해외 CDM 사업에 참여하는 한국 기업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인도에서 온실가스 감축 기술이 적용된 고효율 냉장고 보급 사업을 진행하는 LG전자는 고효율 냉장고의 기술 개발비용을 부담했다며 CDM 사업에 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고효율 냉장고를 판매해 얻은 온실가스 감축량만큼 국내 ETS 시장에서 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케냐에 태양광 쿡스토브 보급 사업을 진행했는데 삼성전자의 사업이 시설이나 지분을 가진게 아니라 단순하게 쿡스토브 보급을 지원했으며 케나가 최근 최빈국에서 졸업했다는 이유로 온실가스 감축을 인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환경부의 이번 고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얻는 이득이 서로 다르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고시가 원안대로 확정되면 서로 다른 입장에 놓이게 된다.

LG전자는 인도에 고효율 냉장고를 판매하는 사업이 CDM 사업으로 인정받았다. LG전자는 고효율 냉장고 개발 기술을 소비자가격에 포함하지 않고 자사가 부담한다는 명분으로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사진=LG전자 제공

◇ 최빈국 우선주의와 국내 ETS 산업 활성화 관점 격돌

국내 ETS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고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환경부 고시의 최빈국 국한 규정이 파리협약 등 국제적인 추세와도 일치하는 것이라는 의견과 ETS 관련 다양한 국내 산업의 출연을 막는다는 의견이 격돌하고 있다.

이들 의견은 근본적인 관점의 차이가 있다.

최빈국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실질적으로 벌일 수 없고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이기 때문에 최빈국의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이 환경부 고시의 최빈국 제한 규정을 지지한다.

반대로 국내 ETS 시장이 활성화돼야 ETS 중개 사업 등이 새로운 산업이 발생하고 고용창출과 국부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 환경부 고시의 최빈국 제한 규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미 한국 기업은 최빈국이 아닌 중국, 베트남 등지에서 CDM 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이들 사업이 한국에서 배출권으로 인정받게 된다면 이들을 모아 ETS 시장 거래를 대행하는 중개업 등이 활성화될 수 있다. 이미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중개사업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환경부는 충분한 의견 수렴 후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고 있다.

김정한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국내 ETS 시장에 배출권이 무한대로 들어오도록 방임할 순 없지만 기업과 전문가들이 나름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2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 중 충분히 의견수렴을 거쳐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ETS에서 인정되는 외부사업의 요건을 확인할 때 어떤 입장에 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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