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5.3% 인상, 교섭안에 담길 시 사측과 충돌 '불가피'

임한택(왼쪽에서 두 번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 등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업은행, 국세청, 국회에 노조의 경영 실사 참여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박창민 인턴기자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안 마련을 두고 한국지엠 노조 간 의견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확정된 기본급 5.3%(11만7418원)인상안 포함 여부를 두고서다. 업계에선 노조가 금속노조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한편, 한국지엠 측은 일정부분 양보된 새로운 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이날 노조는 오후 1시부터 인천 부평공장에서 대의원대회를 개최, 임단협 교섭안에 담길 내용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교섭안엔 노조가 줄곧 요구해왔던 △군산공장 폐쇄 철회 △구체적 신차투입 확약 제시 △내수·수출 생산물량 확대 △미래형 자동차 국내개발·생산 확약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지난 기본급 5.3% 인상이라는 금속노조 방침이다.

앞서 금속노조는 지난 12일 충북 청풍리조트에서 제4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 올해 임금 인상 요구안을 확정했다. 1군 사업장으로 묶인 현대자동차지부, 기아자동차지부, 한국지엠지부는 5.3%의 기본급 인상 요구 지침이 내려졌다.

그동안 한국지엠 노조는 임단협에 있어 금속노조 방침에 따라왔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에도 노조가 기본급 5.3% 인상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는 동시에, 노조 내 상당한 반발이 수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엔 기본급 5.3% 인상 요구를 교섭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찬반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애초 대의원대회 이후 교섭안을 마련, 이날 5시로 예정돼 있던 기자회견도 연기됐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 5.3% 인상이라는 금속노조 방침을 두고 금속노조 방침을 따를지, 임금을 동결할지, 임금을 양보하는 대신 신차 등 미래 발전 전망을 약속받을지 등의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3% 기본급 인상 요구가 노조측 교섭안에 담긴다면, 사측과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계 업계의 분석이다. 사측이 노조에 제시한 교섭안엔 임금동결·성과급 지급 불가·정기승급 시행 유보·명절 복지 포인트 삭제 등이 담겼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가 금속노조의 방침을 따른다고 해도, 이는 노사가 교섭으로 풀 사안”이라면서 “노조 측 교섭안이 확정 되는대로 빠르면 내일(16일) 혹은 다음주중 제5차 임단협 교섭 테이블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같은날 철수 논란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이 정상화 되려면 생산 설비를 줄여 가동률을 높이고, 고정비용은 연 9000억원 줄이며, 차입금 출자전환 외에도 1조원 규모의 추가 현금이 유입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한국지엠의 정상화 가능성 검토' 보고서를 통해 "한국지엠의 정상화 요건은 가동률 제고와 원가율 하락, 금융조달"이라며 "3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본사인 GM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GM의 글로벌 전략 변화의 영향으로 2014년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돼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한국지엠 매출액의 70%가량은 계열사 수출인데, GM이 유럽 시장을 철수하면서 한국지엠의 매출액 역시 2013년 15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7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2014∼2017년 누적 손실액은 3조원에 육박,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연구소는 또한 한국지엠이 정상화되려면 우선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하고 신규 생산물량을 확보해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의 생산 가능 규모는 91만대지만, 지난해 생산량은 52만대에 불과했다. 2020년 이후로는 추가로 17만대 가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전망이다. 여기에 한국지엠이 본사로부터 연 10만대 이상 팔릴 수 있는 신차를 배정받더라도 적정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 설비 규모는 60만대 이하이기 때문에 연구소는 설비 규모를 60만대 이하로 줄여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축소된 생산능력에 맞춰 연 8000억∼9000억원의 고정비용 절감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지엠은 2014년 이후 매출이 꾸준히 감소, 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유지되면서 원가율은 상승하고 있다. 이에 연구소는 우선 인건비 총액을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지엠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로, 이를 2010∼2013년 수준(평균 8.1%)으로 돌리려면 인건비 총액을 6000억원 이상 줄여야 한다는 게 연구소의 주장이다. 본사가 차입금도 전액 출자전환해 연간 이자비용(1300억원)을 줄이고, 업무지원비(750억원 내외)나 연구개발비(6000억원)도 줄이면 한국지엠은 연 8000억∼9000억원의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 밖에 차입금 출자전환과 1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연구소는 전망했다. 하지만 인력조정 등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1조원 가량의 현금 유입이 필요, 주주인 GM과 산업은행이 나서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