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금호타이어 노사가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등 회사 경영진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를 설득하기 위해 대화를 제안했지만, 금호타이어지회 측은 14일 총파업에 나서는 등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 노조 설득에 ‘총력’

13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김종호 회장은 전날(12일) 해외 매각 저지를 위해 광주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인근 송신탑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호타이어지회 집행부를 만나 대화를 제안했다. 김종호 회장은 12일 오후 전대진 금호타이어 생산기술본부장(부사장)과 함께 크레인을 이용해 농성장에 직접 올라, 농성을 하고 있는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 김 회장은 현재 회사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고, 노사 모두에게 가혹한 시련이 될 수밖에 없는 법정관리는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또한 노조 측에 농성을 풀고 내려와 대화를 통해 함께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고 금호타이어는 전했다.

김 회장은 최근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함께 중국 더블스타를 방문해 차이용선 더블스타 회장 등을 만나 확인한 사실과 내용도 노조 측에 알렸다. 김 회장은 더블스타의 구체적인 인수 목적 및 조건, 투자 계획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회사의 독립 경영, ‘3승계’(고용 보장, 노동조합, 단체협약), 국내 공장 투자 등에 대한 회사의 핵심 요구 사항을 더블스타에 전달했다. 김 회장은 더블스타 측으로부터 회사의 요구 사항과 관련해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노조 측에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금은 금호타이어가 처한 현실을 노사가 냉철하게 바라보고 대화를 통해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안타깝게도 현재 회사는 자력으로는 정상화가 불가능하고 외부 자본 유치와 채권단의 지원이 있어야만 법정관리를 피하고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한 “지금은 노사가 주어진 현실을 모두 인정한 상태에서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호소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간부가 이달 2일 오전 5시쯤 광주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인근 송신탑 정상부에 올라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결사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제공

◇금호타이어 노조, 14일 총파업 ‘강행’…“법정관리 가더라도 해외 매각은 안 돼”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사측은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하다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지만,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측은 14일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해외 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에 따르면 광주공장과 곡성공장, 평택공장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조합원을 포함한 총 4000여명의 조합원들이 14일 해외 매각 저지를 위해 총파업에 나선다. 이들은 14일 오전 6시30분부터 15일 오전 6시30분까지 24시간 동안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측은 “해외 매각 반대 철회는 없다”고 못 박고, 해외 매각 저지를 위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삼수 대표지회장과 정송강 곡성지회장은 이달 2일부터 광주시 광산구 영광통사거리 인근 송신탑 정상부에 올라 해외 매각 저지를 위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노조 측은 이달 9일 광주공장과 곡성공장에서 부분파업을 벌였다.

반면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금호타이어 사측은 더블스타로의 매각 외에 금호타이어를 정상화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현재로서는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해외 매각을 놓고 금호타이어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돌입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3월 말까지 금호타이어 노사에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서’(MOU)를 체결하라고 요구한 상태로, 해당 기한까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차입금 만기 유예도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8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채권단의 상환 유예가 끝나면 금호타이어의 유동성이 끝난다고 보면 된다”며 “법적인 절차에 의존하는 것은 제 의지를 넘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노사가 3월 말까지 경영 정상화 계획에 대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측은 향후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해외 매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관계자는 “향후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를 간다고 해도, 해외 매각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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