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당시 인·적성 검사서 두 차례 '부적합' 받고도 경영본부장으로 합격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최흥식 금감원장.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져 전격 사의를 표명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대표를 지낸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도 간부 채용을 놓고 '논란'을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향은 지난 2016년 10월 경영본부장을 공개 채용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인·적성 검사 '부적격' 결과를 받은 A씨를 최종 합격자로 선정했다.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지적되자 서울시향은 A씨의 합격을 취소하고 다시 채용 공고를 냈다.

하지만 재차 진행된 공채 과정에도 A씨는 채용에 지원했고, 인·적성 검사 '부적격' 결과를 받았지만, 결국 최종 합격했다. A씨는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에서 최고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인·적성 검사에서 연이어 두 번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이 경영본부장으로 최종 합격하자 채용 과정에 대한 의혹이 일었다.

당시 서울시향 관련 내규를 살펴보면 "인·적성 검사에서 부적격자로 판명된 지원자는 불합격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향 A 본부장의 채용 문제는 지난해 이뤄진 서울시 자체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서울시는 감사 결과에서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는 2014년 이후 총 9명의 직원 채용과 관련해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는데, 1차에서 최 대표가 최고 점수를 준 서류전형 합격자 9명이 2차 면접에서도 모두 최고 점수를 받아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시는 “1차 서류전형 심사위원과 2차 면접전형 심사위원이 중복해 참여해 자칫 객관성과 투명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시는 인·적성 검사 결과에 대해서 "부적격자로 판명된 A씨가 면접 전형에서 최고 점수를 받아 합격자로 결정돼 채용의 적격 여부에 대한 다툼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지적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A씨의 서울시향 본부장 채용 문제는 흐지부지 됐다. 당시 시향 내규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채용 결과 자체를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고 결론이 난데다 감사결과도 문제의 규정을 수정하는 정도에만 그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 서울시향 대표가 새로 취임한 만큼, 본부장 A씨등 과거 채용과정에서 잘못된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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