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 없이 여의도에만 본사 사옥 3채·라이브러리 4개관 등 소유 부동산만 2760억원

KB국민카드(860억원)·신한카드(370억원) 등과 큰 격차…우리 31억원·하나 13억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 사옥 1관과 2관 전경. 현대카드는 맞은 편에 본사 사옥 3관 등 여의도에만 총 3채의 본사 사옥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현대카드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전업 카드사 7곳이 소유한 건물과 토지 등 업무용 부동산 현황을 살펴본 결과 현대카드가 카드사 중 최고의 ‘부동산 부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소유하고 있는 업무용 부동산이 아예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 현대카드, 소유 부동산 감정가액 2760억원 달해…타 카드사와 압도적 차이 1위

26일 전업 카드사 7곳(신한카드·KB국민카드·삼성카드·현대카드·우리카드·롯데카드, 2017년 9월말 기준 카드구매실적 상위 순)의 사업보고서(지난해 9월 30일 기준)를 직접 분석한 결과 이들 카드사들이 소유한 부동산 감정액은 총 4029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토지와 건물로 이루어진 영업용 부동산을 가장 많이 소유한 카드사는 현대카드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는 1411억3600만원 상당(이하 장부가액)의 토지와 1348억1400만원 상당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어 소유 부동산의 총 감정가액은 2759억5000만원에 달한다.

전체 전업 카드사들이 소유한 부동산 4029억원 중 현대카드사 1곳이 소유한 부동산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68.5%) 정도로 현대카드는 타 카드사 대비 압도적인 ‘부동산 부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카드가 소유한 부동산 규모는 부동산 보유액 2위 카드사인 KB국민카드보다 3배 이상 많고 3위 카드사인 신한카드보다는 거의 10배 수준으로 더 비싸다.

현대카드의 뒤를 잇는 카드사 부동산 부자 2위는 KB국민카드였다. KB국민카드는 517억1900만원의 토지와 342억4500만원의 건물을 소유해 총 보유 부동산 감정가액은 859억64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현대카드의 소유 부동산과 비교하면 채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그러나 KB국민카드는 부동산 부자 3위 카드사인 신한카드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더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이 본사 사옥을 임차해서 사용 중인 것과 달리 현재 KB국민카드가 본사로 사용 중인 광화문 사옥이 KB국민카드 소유 건물이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당사가 소유 중인 부동산은 광화문 본사 사옥 1채가 전부”라며 “다만 이 건물이 지대가 비싼 광화문에 위치한 관계로 토지와 건물 감정가를 합쳐 86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소유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부자 3위 카드사는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314억2100만원의 토지와 54억9000만원의 건물을 보유해 총 소유 부동산 가격은 369억1100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한카드 역시 카드업계 1위라는 회사 위치와는 달리 276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현대카드에 비하면 보유한 부동산의 감정가액이 10분의 1 수준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는 앞선 현대카드나 KB국민카드와 달리 본사 건물을 임차해 사용 중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 빌딩에서 을지로 파인에비뉴 빌딩으로 이전했지만 두 건물 모두 임차해 사용했거나 임차 계약을 맺고 사용 중인 건물들이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11월 이전한 서울 을지로 파인에비뉴 빌딩 전경. 사진=네이버 로드뷰 캡처

신한카드 관계자는 “당사가 현재 소유한 부동산은 1997년에 매입한 역삼 지점과 2006년 매입한 당산 센터 등 2채의 건물”이라며 “역삼 지점은 97년 당시 전산 센터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했지만 매입 후 점검 결과 전산 센터로 부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와 현재는 승인 센터와 콜 센터로 사용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당산 센터는 전산 시설 분산 수용을 위해 2006년 마련한 창고형 건물”이라며 “LG카드 시절 당시 마련한 이 건물은 2007년 당사가 신한금융그룹에 편입된 후 신한그룹이 죽전에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 지주사 산하 금융계열사 통합 전산 센터를 만들게 되면서 용도가 변경돼 고객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전산 센터로 사용하기 위해 역삼·당산에 건물들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당시 주변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전자파 발생을 이유로 전산 센터 설립을 반대하면서 뜻을 못 이룬 뒷사정도 있다”고 밝혔다.

◇ 부동산 부자 현대카드, 서울 시내 요지에 라이브러리 운영 등 스페이스 마케팅 ‘활발’

현대카드가 이처럼 타 카드사 대비 압도적으로 비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보통 1채로 이루어진 본사 사옥을 임차해서 쓰는 일반적인 기업들과 달리 지가가 비싼 여의도에만 3개의 독립된 사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카드가 활발히 벌이고 있는 스페이스 마케팅(공간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마케팅)의 영향도 크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당사의 본사 건물은 여의도에 독립된 3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을 뿐만 아니라 타 카드사와 달리 이 사옥들은 세 들어 사는 건물이 아닌 모두 본사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내 요지에 뮤직 라이브러리나 트래블 라이브러리 등 스페이스 마케팅(공간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마케팅)을 활발히 벌이는 것도 당사의 소유 부동산 가격을 높이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업무지구에는 하얀색 디자인으로 통일된 3채의 현대카드 건물들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옥 상층부에는 현대카드 CI와 각 사옥의 건물 번호를 의미하는 숫자인 1-2-3 이 각각 붙어 있어 이 건물들이 누가 봐도 현대카드의 본사 사옥 1관이고, 2관이며, 3관인지를 직관적으로 알아 볼 수 있도록 해놨다.

서울 여의도 소재 현대카드 본사 3관 전경. 사진=현대카드 제공
오피스 빌딩에 세를 드는 것이 일반적인 여타 기업들과 달리 이들 3채의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 사옥 건물들을 모두 현대카드가 소유한 부동산들이다.

일반적으로 1채만의 본사 사옥을 운영하거나 임차를 통해 본사가 들어와 있는 타 카드사들보다 소유 부동산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

뮤직 라이브러리나 트래블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등 카드사들 중 유일하게 스페이스 마케팅에 매진하는 것도 타 카드사들과 차별되는 현대카드 만의 특이점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3년 2월 ‘라이브러리 마케팅’의 시작이자 현대카드 제1호 도서관인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적한 한옥촌 내에 지었다.

주위 한옥 풍경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전체적인 건축 컨셉을 옛스러운 한옥 디자인으로 차용함과 동시에 현대적이고 심플한 결합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내부에는 전 세계의 유명 디자인 관련 서적들을 채워넣었다.

현대카드가 2013년 2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지은 ‘디자인 라이브러리’ 전경. 현카 ‘라이브러리 마케팅’의 시작을 알린 건물이다. 사진=현대카드 제공
이어 현대카드는 2014년 5월 두 번째 라이브러리이자 여행 전문 도서관인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건설했다.

2015년 5월엔 요즘 서울에서 가장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이태원에 희귀 음반과 LP들을 전시해 놓은 뮤직 라이브러리를 개관했고,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엔 서울 압구정에 음식 문화 전문 도서관인 ‘쿠킹 라이브러리’를 네 번째 문화 도서관으로 지었다.

이처럼 현대카드의 경영 철학인 스페이스 마케팅을 펼치러면 건물이나 땅을 빌려 쓰지 않고 직접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이 필요하다.

또한 마케팅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지가가 비싼 중심지에 많은 자원을 투자해 디자인 한 건축물을 지어야 하는 만큼, 타 카드사들보다 현대카드가 특히 더욱 비싼 부동산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 삼성카드·롯데카드 소유 부동산 ‘0’…모그룹 산하 타 계열사 소유 건물 임차해 본사로 사용

앞선 3개 카드사에 이어 우리카드가 24억8700만원의 토지와 6억5800만원의 건물을 소유해 총 31억4500만원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276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한 현대카드와 각 860억원과 370억원 정도의 부동산을 가진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에 비하면 우리카드의 소유 부동산은 크게 적은 편이다.

이는 우리카드가 보유한 31억원의 부동산이 우리카드 본사 건물 및 토지, 또는 센터와 지점 등 영업용 부동산이 아닌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곤지암 창고 부동산 장부가격이기 때문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곤지암 창고는 당사가 2013년 4월 우리은행에서 분사하면서 당시 은행과 같이 쓰던 문서 보관용 창고”라며 “분사 이후 곤지암 창고의 소유권을 당사가 취득하면서 현재는 당사 전용의 서류 창고로 쓰여 카드 신청서 등의 서류를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곤지암 창고를 제외하고 현재 당사의 광화문 본사 사옥이나 전국 지점들의 건물들은 모두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2015년 5월 현대카드가 서울 이태원에 개관한 '뮤직 라이브러리' 전경. 사진=현대카드 제공

마지막으로 소유 부동산이 가장 적은 카드사는 하나카드로 1억2000만원의 토지와 12억원의 건물 등 총 13억2000만원의 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는 하나카드가 현재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건물이 아닌 사원 전용 콘도의 등기 가격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당사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은 없다”며 “업무용 부동산으로 잡혀 있는 13억원은 하나콘도와 대명콘도 등에 당사 사원 전용으로 배정해 놓은 콘도 회원권 일부를 등기제로 등록해 놓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7개 전업 카드사들 중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전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삼성카드와 롯데카드는 모 그룹 산하의 타 계열사 소유 건물을 임차해 본사 사옥으로 사용 중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측은 소유한 토지나 건물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당사는 삼성생명 소유의 26층짜리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건물에서 20층부터 26층을 임차해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지난해 삼성생명에 본사 사용에 따른 임차료로 96억900만원을 지급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당사는 서울 남대문 롯데손해보험빌딩 소유 건물에 임차 계약을 맺고 본사 공간으로 사용 중”이라며 “이 건물은 총 20층짜리 건물로 당사는 5층 일부와 10층부터 17층까지 공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서울 압구정에 현대카드가 네 번째 문화 도서관으로 개관한 음식 문화 전문 도서관 ‘쿠킹 라이브러리’ 전경. 사진=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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