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교체설 기우에 그칠듯…포스코, 스마트화·신(新) 시장 개척 ‘두 마리 토끼’ 잡는다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50년을 준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혹독한 구조조정을 펼쳐 회사의 체질 개선을 마무리한 포스코는 사업 전반의 스마트화, 월드 프리미엄(WP) 제품 확대, 리튬이온전지 소재 사업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2월7일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에서 열린 리튬 생산(PosLX) 공장 준공식에서 초도 생산된 탄산리튬 최종 제품을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포스코, 스마트화·신(新) 시장 개척 ‘두 마리 토끼’ 노린다

23일 포스코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사업 전반에 걸친 스마트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한편, 신 시장 진출을 통한 미래 먹거리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산업을 비롯한 에너지, 건설 등 주요 사업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융합하는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차별화된 사업을 발굴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는 게 포스코의 복안이다.

‘포스코 스마트화’는 권오준 회장의 핵심 경영 구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권 회장은 지난해 2월 독일 지멘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회사와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방문해 포스코 스마트화 추진 방안을 구체화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 스마트화 구체화를 위해 포스코 회장으로는 최초로 올해 1월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18’에 참관하기도 했다.

권 회장의 CES 참관 이후 포스코는 글로벌 회사들과 스마트화에 대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ICT는 올해 1월에 스마트 건설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DPR 컨스트럭션과 스마트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MOU를 맺었다.

2월에는 GE와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 접목을 위한 기술 협력 및 국내외 비즈니스 협력 강화에 대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체결로 포스코는 자사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과 GE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인 ‘APM’(설비 자산 성과 관리 솔루션)을 결합해, 제철 설비에 최적화된 스마트 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 플러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튬이온전지 소재 사업도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1월 정기 이사회에서 중국 화유코발트와 맺은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 법인 합작 계약을 승인해, 세계 최대 리튬이온전지 시장인 중국에 본격 진출했다.

전구체는 코발트, 니켈, 망간을 결합해 제조되고, 전구체와 리튬을 결합하면 최종 제품인 양극재가 된다.

전기자동차와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IT 용 대용량 배터리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양극재(리튬 포함),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포스코는 현재 리튬, 양극재, 음극재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상태다.

포스코는 남아메리카(남미), 호주 등에서 리튬 함유 염수와 광석 확보를 위한 사업 개발에 적극 참여해 안정적인 원료 기반을 확보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차세대 신(新)성장 동력으로 추진했던 리튬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포스코, 월드 프리미엄 제품 60%로 확대…경쟁력 강화 ‘박차’

포스코는 스마트화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추진하는 가운데, 기존 철강 제품의 경쟁력 강화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의 경쟁력 강화 전략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제품이 월드 프리미엄(WP) 제품이다.

WP 제품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한 월드 퍼스트(WF) 제품,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월드 베스트(WB) 제품, 고객 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이 모두 높은 월드 모스트(WM) 제품 등을 말한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WP 제품으로는 자동차 강판이 꼽힌다. 포스코는 중국, 인도, 멕시코에 자동차 강판 생산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 태국에 자동차 강판 생산 법인을 준공했다.

특히 지난해 4월에는 광양제철소에 연간 생산량 50만톤 규모의 ‘기가스틸’ 전용 생산 공장인 7CGL(용융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준공한 바 있다. 포스코가 개발한 기가스틸은 1㎟ 면적 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강판으로, 양쪽 끝에서 강판을 잡아당겨 찢어지기까지의 인장강도가 980MPa(1GPa) 이상인 제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가스틸을 자동차 소재로 적용하면 알루미늄 등 대체 소재에 비해 경제성, 경량화는 물론 높은 강도로 안전성도 우수하다”며 “기가스틸은 또한 가공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알루미늄 부품보다 더 복잡한 형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WP 제품 판매량은 2014년 약 1000만톤에서 지난해 1730만톤으로 증가해 70% 이상 성장했다. 포스코는 올해 WP 제품 판매량을 1890만톤까지 늘리고, 내년까지 전체 제품 가운데 WP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권오준 회장 교체설 기우에 그칠듯

포스코가 미래 먹거리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데다, 포스코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시작되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던 권오준 회장의 교체설이 잦아들고 있는 분위기다.

포스코 주요 계열사들은 21일부터 사장단 인사에 돌입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재선임됐고, 포스코에너지 사장에는 박기홍 전 포스코 사장(기획재무부문장)이 선임됐다. 포스코강판 사장에는 하대룡 포스코 전 상무가 선임됐다. 같은 날 권오준 회장은 3년 임기의 한국철강협회장으로 재선임됐다. 이를 두고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권오준 회장의 존재감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명단에 3차례나 제외되면서 교체설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 사업 추진 확대, 사장단 인사, 철강협회장 재선임 등 권 회장을 둘러싼 상황을 감안하면, 권 회장 교체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철강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철강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권오준 회장이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경제사절단 명단에 제외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권오준 회장이 무리 없이 임기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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