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직은 사임했지만 부회장직과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돼

롯데 "한일 협력관계 악화 예상되지만 황각규 부회장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1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사임했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이날 일본 도쿄 신주쿠 본사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최근 한국 법원에서 횡령과 배임 등이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은 신동빈 대표이사의 사임 의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신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 앞서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이사들에게 밝혔다.

롯데홀딩스 이사진은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츠쿠다 타카유키 대표이사(사장), 고바야시 마사모토, 카와이 카츠미, 아라카와 나오유키, 고쵸 에이이치, 사사키 토모코(사외), 미타치 타카시(사외) 등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사임 결정으로 일본롯데홀딩스는 쓰쿠다 사장 단독 대표 체제를 갖추게 됐다. 다만 이사회는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명예회장의 경우도 2017년 6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에서 최종 배제됐지만 명예회장으로 추대된바 있다. 당시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총괄명예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면서 회장직은 두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한국 롯데 경영은 비상경영체제를 총괄지휘하고 있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이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측은 "일본 롯데홀딩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본법 상 이사회 자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라며 "롯데홀딩스의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의 경우 기소 시 유죄판결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표이사가 기소될 경우 해임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당사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신동빈 회장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에 신동빈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이사 부회장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해온 신 회장의 공백을 우려하면서도 롯데의 경영권은 흔들림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 측은 "‘원 롯데’를 이끄는 수장의 역할을 해온 신 회장의 사임으로, 지난 50여 년간 지속되며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해온 한일 양국 롯데의 협력관계는 불가피하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롯데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일본 롯데 경영진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신 회장의 구속 이후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막기 위해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다.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허수영 화학BU장, 이재혁 식품BU장, 송용덕 호텔서비스BU장, 이원준 유통BU장 등을 주축으로 운영된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결정에 따라 신 회장 주도로 추진해온 롯데의 지배구조 개혁과 일본에서의 상장 준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 회장은 한일간의 경영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신 회장의 사임으로 상장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영권 분쟁 등 여러차례 위기를 겪으며 고비마다 어려움을 극복해온 롯데가 또다른 차원에서의 새로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