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장·차관 일정 변경 없어… 면담 성사 가능성 '미지수'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왼쪽)과 배리 엥글 지엠 본사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배리 엥글 지엠 본사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이 백운규 산업통상부 장관과 면담을 요청했다. 지엠본사가 한국지엠에 빌려준 3조2000억원의 대출금을 주식 형태로 출자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정부가 어떤 반응을 내비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전날 실무진을 통해 백 장관과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일은 오는 22일로 알려졌으며, 이 자리에선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지엠의 재정 지원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만, 면담 여부 조차 현재로서는 유동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엥글 사장이 면담을 요청한 날 백 장관은 청년일자리 박람회 참석차 부산으로 향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부 내부에선 이인호 산업부 차관이 백 장관을 대신할 것인지 논의됐으나 같은 날 이 차관도 세종청사에서 현안조정회의에 이어 차관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22일 차관 일정에 변동이 생기긴 했지만, 엥글 사장을 만나는 것은 정해지지 않은 사항”이라며 “장·차관 일정 변경 시 추가 자료를 배포해 알리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홍영표(왼쪽) 한국지엠대책TF 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배리 엥글 지엠 본사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면담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엠 본사는 지난 13일 한국지엠 군상공장을 5월 말까지 가동한 이후 이후 폐쇄하기로 했다. 1만6000여명의 임직원 가운데 상무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재정 지원에 있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자 엥글 사장은 전날 국회를 찾아 한국지엠의 회생을 위해 3조2000억원의 대출금을 주식 형태로 출자 전환하겠다는 의향을 전달했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각각 SUV와 다목적차량(CUV) 신차를 배정, 연간 50만대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에 ‘한국지엠 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통화에서 “지엠 본사 경영진을 서너 차례 만난 결과,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을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면서 “일단 지엠 본사는 ‘구조조정을 거쳐 50만대 수준의 공장을 한국에서 유지, 이에 대한 신차종 투입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위원장은 정부의 지원책과 관련해선 “지엠 본사가 최종적으로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략 추산해봐도 2조~3조원 정도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로 투자하는 부분 중 산업은행의 지분이 얼마나 투입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군산 공장 재가동 실패에 대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위원장은 “지엠 본사가 철수를 결정한 호주 사업장은 영국 철강회사가 사들여 전기차 공장이 됐다”면서 “정부는 군산에 신성장 사업을 유치·육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홍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도 출연, 지엠 본사와 한국지엠에 대한 견해를 털어놨다.

홍 위원장은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공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무리한 요구에 대해선 수용할 수 없다”면서 “지엠 본사가 외국인 직접투자에 따른 세제상 혜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그렇게(세제 혜택을 줄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한 것과 달리, 지엠 본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해 온 ‘미국우선주의’(아메리칸 포스트) 기조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지엠 본사는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 페어팩스 공장에 2억6500만달러(약 2846억원)를 투자했다. 이 공장은 중형세단 쉐보레 말리부를 생산해온 곳으로, 투자금은 SUV인 '캐딜락 XT4'를 생산하는 데 투입된다.

한편 엥글 사장은 21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을 방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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