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9일까지 개인에 사전 판매…원유 50억 배럴 담보

아이사미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 발행국은 최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베네수엘라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석유 자원에 토대를 둔 디지털 암호 화폐인 '페트로'를 발행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부터 오는 3월 19일까지를 사전 판매 기간으로 정해 놓고 총 3840만 페트로를 개인들에게 판매한 뒤 추가로 4400만 페트로를 경매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베네수엘라는 지난 달 중순을 기준으로 한 자국산 원유 1배럴 가격을 토대로 할인율을 적용, 1 페트로의 최초 판매 단가를 60달러로 책정했다. 이후 페트로의 가치는 유가 시장의 변동에 따라 변하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총 1억 페트로를 발행할 계획이다. 가치로는 60억 달러(약 6조4440억 원)에 달한다.

페트로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원유 매장량 2670억 배럴 중 50억 배럴을 담보로 삼고 있다. 원유는 베네수엘라 전체 수출의 96%에 달할 정도로 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자원이다.

베네수엘라는 사전 판매 기간 중 미국 달러 같이 국제적으로 널리 유통되는 경화를 지불하는 경우에만 페트로를 지급할 방침이다. 특히, 4자리 수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율을 보이는 볼리바르 화는 판매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영 뉴스통신 AVN 보도에 따르면 타렉 엘 아이사미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페트로가 태어났다"며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평했다.

아이사미 부통령은 "천연자원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나라는 우리가 최초"라면서 "페트로 발행으로 베네수엘라가 미래 시대의 선봉에 서게 됐다"고 보도는 전했다.

하지만 우파 야권이 장악한 베네수엘라 의회는 페트로 발행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라파엘 구스만 국회 재정위원회 위원장은 "태어난 페트로는 불법이자 헌법에 어긋나므로 죽었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 속에 심화한 경제난과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12월 암호 화폐인 페트로의 도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자국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베네수엘라와 새로 금융거래를 트는 것을 제한하는 금융제재를 내렸다. 이로 인해 베네수엘라는 기존 부채의 이자 등 상환조건을 갱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국제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의 대외 부채가 1500억 달러(161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로이터와 AFP는 금융 전문가들이 페트로가 실물 화폐를 담보로 하지 않은 데다 미 재무부가 페트로를 구매할 경우 금융제재를 위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온 점을 감안, 페트로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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