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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최근 유통 대기업이 앞다퉈 가구·인테리어 분야에 진출하면서 '홈퍼니싱'이라고 불리는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나 조명은 물론 침구·조명·소품 등 집 가꾸기를 총칭한다.

국내 홈퍼니싱 업계는 외국계 이케아와 토종 브랜드 한샘이 맞붙으면서 '2강체제' 구도가 확립되고 있다.

광명과 고양시에 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이케아는 2호점 개관 이전 2017년 회계연도(2016년 9월~2017년 8월) 실적 기준으로 365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오는 2020년까지 총 6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한샘은 2016년 공시 기준 1조9345억원 매출을 올린 명실공히 국내 가구 업계 1위 기업이다. 주방가구, 욕실용품, 침대, 소파에서 건축용 자재까지 생산하고 유통하는 업체다. 한샘은 현재 전국 300여개 대리점과 대형 직영매장인 플래그샵 9개, 키친&바스 전시장 27개, 리하우스 전시장 10개, 온라인 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홈퍼니싱'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자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빅3’는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하면서 모두 홈퍼니싱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유통업계 정체 상황 속에서 홈퍼니싱 분야는 계속 커지고 있다. 관련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7조 원 수준이던 전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15년 12조 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23년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 빅3가운데 가장 먼저 업계에 뛰어든 것은 현대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은 리바트를 인수하면서 홈퍼니싱 시장에 진입했다. 인수 당시 5049억원이었던 리바트 매출은 지난해 8700억원(추정치)으로 늘었다. 여기에 리바트가 현대백화점 계열 산업·건설 자재 B2B 기업 현대H&S을 합병하면서 올해 매출 규모는 1조3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리바트는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 B2C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며 생산 시스템 정비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상품 라인업도 ‘리바트’를 중심으로 ‘리바트 키친’, ‘리바트 키즈’ 등 11개의 B2C 브랜드와 ‘리바트 빌트인‘, ’리바트 하움‘ 등 4개의 B2B 브랜드로 세분화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인 윌리엄스소노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해외 직매입 리빙 편집숍 ‘엘리든 홈’을 강남에 론칭했다. 지난해 8월에는 1호점의 두 배 규모로 플래그십 매장을 잠실에 추가 오픈했다. ‘칼 한센’ ‘에릭 요겐슨’ 등 디자이너 명품 의자 브랜드를 포함해 황실 조명으로 유명한 ‘앵글포이즈’와 프리미엄 테이블 ‘칠리위치’ 등 명품 리빙관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가구 업체 인수 등으로 홈퍼니싱 분야에 직접 뛰어들진 않았지만 글로벌 최대 브랜드인 '이케아'의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4년 이케아 광명 1호점에 아울렛을 동반 출점한 데 이어 고양 2호점에도 롯데아울렛을 선보였다. 이케아 집객효과를 이용해 상권 동반성장 효과를 노린 것이다.

롯데와 이케아는 공식적인 계약 관계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케아 부산점이 들어설 오시리아(동부산)관광단지에도 이미 롯데몰 동부산점을 운영 중이어서 전략적 공생관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4일 신세계 그룹은 국내 6위권 가구 전문기업인 까사미아를 약 1800억 원에 인수하며 가구업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까사미아는 2016년 기준 매출액 1220억 원, 영업이익 93억 원의 국내 가구 6위 업체다. 지난 36년간 제조사업을 영위했으며 현재 전국에 7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는 2015년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의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후 첫 M&A 사례다. 업계는 신세계가 기존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홈퍼니싱 사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까사미아 자체가 홈퍼니싱 시장에서 차지하던 비율이나 브랜드 파워 등이 약해 신세계의 유통채널을 이용하더라도 업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자회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먹거리 확보' 정도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다.

신세계는 "5년내 매출 4500억원으로 끌어올리고 10년 뒤에는 매출 1조원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한다"고 밝혔으나 유통 노하우가 다른 홈퍼니싱에서 신세계의 전략이통할지 미지수다.

한편 업계는 이케아를 '의무휴업에도 굳건한 가구공룡'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달 이케아 등 대규모 전문점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오는 6월 발표되는 연구 용역 결과에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이케아 역시 의무휴업 등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수준의 영업규제를 받을 수 있다. 업계는 이케아가 의무휴업일을 실시해도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대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에 판매 품목 규제·의무휴업일 지정 등 영업제한이 실시되더라도 국내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현재 이케아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고 이케아가 문을 닫았다고 국내 다른 점포에서 사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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