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수 경제부 기자
[데일리한국 조진수 기자] “2015년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광주은행 임원이 자신의 자녀 2차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례가 있음을 인정하고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절차를 마련하겠습니다.”

광주은행의 채용비리 사과문 중 일부다.

지난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한 수사 참고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5개 소관 지방검찰청에 배당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채용비리 수사대상은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2곳과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 3곳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친 조사에서 채용비리가 의심되는 사례 22건을 적발한 바 있다.

특히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일명 ‘VIP 리스트’까지 관리하며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은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리스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서로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채용비리 의혹을 놓고 금융감독기관과 굴지의 시중은행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은행이 5개 은행중에서 제일 먼저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광주은행은 “은행 내부에서는 당시 이 사실을 채용 절차가 끝난 후 인지해 해당 임원과 인사담당 부장을 전보 조치했으며 현재 이들은 모두 퇴사했다”고 설명했다.

또 광주은행은 “응시자의 이해 관계인이나 지인은 면접 등 채용 절차에 일체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전국은행연합회의 규준 등을 참고해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효율적인 방안을 즉시 마련하겠다”며 채용비리 재발방지와 사후관리에도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은 국내 대표 시중은행으로 꼽히는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입장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뭇 다른 행보를 보여 대조를 보였다.

금감원이 주장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VIP리스트’에는 55명 이름이 들어 있다. 이들은 지난 2016년 공채에서 전원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필기시험까지 통과한 6명은 조작된 면접 점수를 받고 최종 합격했다. 앞서 금감원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하나카드 전임 사장 및 거래처 사외이사 지인의 자녀도 리스트 안에 포함됐다.

국민은행 리스트에 올라온 20명 역시 전원 2015년 공채에서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이들 중 특혜가 의심되는 3명 가운데는 특혜채용 의혹을 받는 윤종규 금융지주 회장의 종손녀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해 청탁을 받았거나 합격시키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은행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민간 금융회사 재량의 영역”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된 명문대 출신 우대와 관련해서는 “명문대 출신 특혜를 받았다는 지원자(7명) 중 입사 포기자가 3명에 달했다”며 “이는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에 대한 특혜 제공이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지역인재, 이공계 지원자 등을 우대하고 지원자의 역량, 주요거래 대학 등 영업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입행원을 선발했다”며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제대로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역시 “각 채용단계별로 컷오프되는 과정을 금융당국이 오해한 것 같다”며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채용했다”고 주장하며 “검찰 조사에서 성실하게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주사위는 검찰로 넘어갔다. 금융당국이 확실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말이 맞을지, 아니면 국민은행·하나은행이 말하는 채용비리는 없었다는 말이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가려질 것이다.

이번 은행권 채용비리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청년들이 실력으로 경쟁해 취업에 성공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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