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15개 증권사가 37개 해외 사무소 운영…현재는 9개 증권사 15곳으로 감소

유안타증권 4곳 해외 사무소 모두 폐쇄…NH투자·한화투자 각 3곳씩 사무소 폐쇄

전문가 “비용 절감 차원 해외 사무소 줄인다지만 글로벌 금융환경 뒤처질 우려도”

서울 을지로 소재 미래에셋대우 본사 센터원 빌딩 전경. 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무소 개수가 6년 전에 비해 절반 미만으로 쪼그라 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해외 사무소를 개설했다가도 현지 사업성 조사 결과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연이어 해외 사무소를 폐쇄하고 있는 형국이다.

◇ 국내 56개 증권사 중 현재 해외 사무소 연 증권사 9곳…해외 현지 사무소 15개 ‘불과’

1일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원사인 56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금투협 전자공시를 통해 해외 사무소 현황을 전수조사 한 결과 현재(이하 지난해 9월 30일 기준) 해외에 사무소를 단 한 곳 이상이라도 운영하는 증권사는 전체 56곳 중 9개 증권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9개 증권사는 3개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인 미래에셋대우, 2개의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그리고 1개씩의 해외 사무소를 낸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SK증권으로 현재 이들 9개 증권사가 총 15개의 해외 사무소를 현지서 운영 중이다.

현재 해외 사무소를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는 곳은 미래에셋대우로, 베트남 호치민과 중국의 베이징과 상해에 3개의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어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이하 자기자본 상위 순) 등 4개 증권사가 각 2곳씩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은 영국 런던과 중국 상해에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고, 삼성증권은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에 해외 사무소가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본 도쿄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각 1곳,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상해와 베트남 호치민 등 총 2개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이어 KB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 SK증권이 각 1개씩의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KB증권은 중국 상해에 1곳, 하나금융투자는 중국 베이징, 대신증권은 일본 도쿄, SK증권은 중국 상해에 각 1곳씩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47개 증권사는 현재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 2011년, 16개 증권사가 37개 해외 사무소 운영…유안타·NH·한화, 감소폭 가장 커

금융투자협회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무소 운영 현황을 공시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증권사들이 가장 많이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6여년 전인 2011년 9월말로 이 때 당시엔 16개 증권사가 37곳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16개 증권사 중에선 NH투자증권이 5곳으로 당시 가장 많은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고,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유안타증권이 4곳,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이 각 3곳의 해외 사무소를 뒀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대신증권, 현대차투자증권, KTB투자증권, SK증권이 각 2곳,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골든브릿지증권이 각 1곳씩의 해외 사무소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현재 이들 16개 증권사가 운영하던 해외 사무소 개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해외 사무소를 가장 많이 없앤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으로 6년전 4곳에 달하던 해외 사무소를 모두 폐쇄해 지금은 단 한 곳의 해외 사무소도 운영하고 있지 않다.

서울 여의도 유안타증권 본사 전경. 사진=유안타증권 제공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20011년 당시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베트남 호치민, 캄보디아 프놈펜 등에 4개의 사무소가 있었지만 현재는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며 “지난 2013년 동양증권 매각 및 인수 이후 회사의 조직 정비 차원에서 해외 사무소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안타 인수에 따른 조직 정비 차원에서 해외 사무소를 정리한 대표적인 예가 베트남 사무소”라며 “호치민에 위치한 이 사무소의 경우 대만 유안타증권에서 이미 현지의 베트남 법인을 보유하고 있어 업무효율성 차원에서 폐쇄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NH투자증권이 6년전 5곳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3곳이 문을 닫아 2곳의 해외 사무소만을 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도 6년전 운영하던 해외 사무소를 3개를 모두 철수시켜 지금은 운영하고 있는 해외 사무소가 없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011년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국 베이징에도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이곳들이 모두 폐쇄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업에는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데 사업성이 확실하지 않은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며 “리스크 절감 차원에서 증권사들이 보통 해외 현지 진출 전 현지 업계 사정에 대한 리서치 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일명 ‘간보기’를 하는 곳이 해외 사무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사무소는 본격적인 해외 영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사전 시장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교두보라고 할 수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우선 이 해외 사무소에 소수의 인원을 파견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외 법인으로 승격시켜 본격적인 해외 영업에 나서게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해외 사무소 운영을 통해 현지 리서치를 해 보니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되거나 영업 환경이 아직 조성되지 않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해외 사무소는 철수 수순을 밟게 된다”며 “쿠알라룸프와 자카르타의 경우 현지 리서치 결과 사업성이 부족해 사무소를 폐쇄했다”고 말했다.

◇ 해외 사무소, 현지 사업성 리서치 결과 실익 적어 대부분 폐쇄

한화투자증권도 해외 사무소 3곳이 줄어 현재는 운영 중인 해외 사무소가 없다.

서울 여의도 한화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한화투자증권 제공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해외 현지에서 업황 자체가 그리 좋지 못해 해외 사무소의 운영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며 “해외 사무소를 운영해 본 결과 실익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가 6년전 해외 사무소로 이름을 올려놨던 3곳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해외에 사무실을 꾸리고 정상 업무를 수행한 곳은 중국 상해 사무소 뿐”이라며 “나머지 두 곳은 해외에 사무소 라이센스만 유지한 채로 존재하다가 이마저도 상해 사무소와 함께 모두 폐쇄했다”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은 6년전 운영하던 해외 사무소 두 곳을 모두 없애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해외 사무소가 없고, KB증권도 2011년 3개였던 해외 사무소가 현재는 1곳으로 2곳 줄었다.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과 홍콩에 사무소 두 곳을 운영해 오다가 2014년 당사 구조조정 당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베이징 사무소를 폐쇄했고, 홍콩 사무소는 그 이전에 이미 폐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사는 해외 영업망 네트워크 관리 차원에서 사무소를 왔지만 2014년 당시 구조조정 차원에서 해외 사무소를 모두 정리했다”며 “해외 사업이 워낙 돈이 많이 드는 분야다 보니, 사무소를 운영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해 초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합병 전 2011년 9월말 대우증권 해외 사무소가 4곳, 미래에셋증권 해외 사무소가 1곳으로 합산해 5곳이었지만, 미래에셋대우로 합병 후엔 해외 사무소가 두 곳이 감소해 현재는 3개의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

이어 메리츠종금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SK증권, 골든브릿지증권은 각 1곳씩 해외 사무소 개수가 감소했다.

◇ 전문가 “해외사업 실적 부진, 해외진출 소극적 악순환…국내 증권사 해외 진출 확대해야”

이에 반해 한국투자증권은 6년전과 비교해서 현재도 동일하게 2곳의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고, 삼성증권의 경우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오히려 해외 사무소 수가 늘어 6년전 1곳이던 해외 사무소가 현재는 2곳이 됐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국에서 상해 사무소만 운영하고 있다가 일본 도쿄에 오랫동안 운영해 오고 있던 영업지점이 있어 이를 해외 사무소로 비교적 수월하게 전환시켰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해외 사무소는 사업성에 대한 현지 리서치 조사 결과 오히려 사업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돼 본격적인 영업 업무를 수행하는 현지 법인으로 전환시킨 사례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법인이 사무소로 전환되기도 한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 사무소는 사업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돼 캄보디아 현지 법인으로 전환시켜 본격적으로 현지에서 영업 활동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NH투자증권의 런던 해외 사무소는 현지 런던 법인이 전환한 사례다. 또한 KTB투자증권의 경우 해외 법인이 해외 사무소를 흡수한 경우다.

서울 여의도 KTB투자증권 본사 내부 모습. 사진=KTB투자증권 제공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2011년 당시 유럽발 금융위기로 해외 업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비용절감과 효율성 강화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다”며 “당사는 2012년까지 미국과 중국에 해외 사무소를 운영해 왔는데 현재 운영 중인 미국과 중국, 태국 등 3개 법인 중 두 곳에서 사무소와 법인의 활동 섹터가 겹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사무소에서 직접적인 영업 실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던 상황인 만큼, 현지 법인과 효율성을 증대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법인이 사무소를 흡수하는 형식으로 사무소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성과가 부진한 탓에 해외 사무소 개설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실적이 뚜렷하게 성과물로 나오고 있는 바가 없다”며 “사실상 증권사들 입장에서 해외 사업 부문이 부정적으로 보이다보니,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 사무소 숫자를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해외 사무소의 감소 추세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 될 필요성은 분명히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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