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진행되고 있는 명동의 거리. 사진=동효정 기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코리아그랜드세일? 거리에 붙어있는 건 봤는데 무슨 행사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위원회(이하 방문위) 주도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지난 18일 시작됐다. 하지만 명동 거리를 찾은 중국·태국·일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은 코리아 그랜드 세일에 대해 묻자 대부분 알지 못 하는 분위기였다. 거리를 지나는 내국인들 역시 "들어보기는 했으나 구체적 행사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해 정부는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이름으로 9월 28일부터 10월 31일까지 대규모 유통 할인전을 실시했다. 당시 참여한 100여곳의 유통기업 총매출은 10조 8060억 3300만원으로 알리바바 광군제 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코리아그랜드세일’ 주최 측과 참여 유통업체는 적극적인 이벤트를 펼치며 고객 유인에 나섰지만 홍보 부족과 추운 날씨 탓에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정부는 이번 행사는 항공, 숙박, 뷰티,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700여개 기업에서 5만 2000여개 매장이 참여해 외국인에게 상품할인, 사은품 제공 등의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선전하지만 유통업계의 속내는 달랐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평창 동계올림픽은 물론 중국 춘절 기간과 겹치지만 유통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특수 회복에 대한 기대는 접은 분위기다. 현재 면세점·백화점 업체들은 다음 달 춘절 때도 중국인 관광객 대상 프로모션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축소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회복하려면 2~3개월 전부터 조짐이 보여야하는데 춘절을 앞두고도 조용한 분위기"라며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쇼핑 축제가 아니라서 외국인들이 생소한 것은 물론 구매를 할 관광객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그랜드세일 주요 참여 기업으로 선정된 한 호텔업계 관계자 역시 "사실 정부 주도 행사라 할인율을 걸어 놓긴 했으나 실제 외국인 관광객이 행사에 대해 묻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지난해보다 규모가 대대적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비슷한 수준이고 특수를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일년이 넘도록 금한령이 지속돼 이제 중국인 관광객 없이도 살아남는 노하우와 마케팅을 터득한 셈"이라며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관광객이 주도하는 매출 변화에 대한 기대는 없다"고 밝혔다.

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 분위기가 변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중국 태도가 변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당장 단체 관광객 입국이 허용되긴 힘들어도 개별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관련 홍보를 진행하고 소소한 이벤트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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