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롯데호텔의 지분인수로 ‘금산분리’ 분리 문제에서 자유로워져

그룹 퇴직연금에 지나친 의존…K-ICS 도입땐 RBC 비율 더 하락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
[데일리한국 조진수 기자·박창민 인턴 기자]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이 지난 10일 호텔롯데에 이어 부산롯데호텔이 2대 주주가 되면서 수년간 불거졌던 ‘매각설’ 논란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오는 2021년 시행될 국제회계기준(IFRS17) 잣대로 보면 ‘재정건전성 악화’라는 빨간불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롯데손보, 한 고비는 넘겨 매각설은 수면 아래로

롯데손보 매각설은 지난 2015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변화시켜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처음 불씨가 지펴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롯데그룹이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금융자회사인 롯데손보를 매각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와 함께 롯데손보는 수년 동안 매각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지난 10일 부산롯데호텔이 대홍기획이 보유해오던 롯데손보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매각 우려를 일부 떨쳐냈다.

롯데지주 산하 계열사인 ‘대홍기획’의 지분을 지주에 편입돼있지 않은 ‘부산롯데호텔’이 인수하면서 금산분리 원칙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IPO 변수가 아직 남아있지만, 당장의 매각 위기에서는 벗어났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롯데손보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최근 인사 발표를 통해 김현수 롯데손보 대표이사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김 대표이사는 롯데손보 출범 10년 만에 첫 ‘사장급’ 대표이사가 됐다. 롯데그룹이 3월에 임기만료되는 김 대표이사의 연임까지 염두에 두고 경영난 극복의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 또 다른 위기,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매각설의 불씨가 잠잠해졌지만, 재정건전성 하위권인 롯데손보에게 또 다른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5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2021년부터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발표하면서 보험업계는 ‘부채 증가’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새롭게 도입될 IFRS17은 기존에 보험금 부채를 ‘원가’로 평가하던 방식과 달리 ‘시가’로 평가함으로써 이자 등이 부채로 포함돼 자본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한 보험연구원은 IFRS17 도입 시 국내 보험사의 부채가 40조원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새롭게 도입될 IFRS17로 인한 부채 증가에 보험사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보험업 감독 규정을 변경했다. 특히 당국은 특별계정으로 분류됐던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을 신용위험과 시장위험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포함한 ‘신 RBC제도(K-ICS)’ 도입을 발표했다.

앞으로 금융당국은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을 위험요소로 보겠다는 것이다. K-ICS는 퇴직연금의 리스크를 2018년 6월 35%, 2019년 6월 70%, 2020년 6월 100%로 순차적으로 확대·반영된다.

롯데손보는 IFRS17과 K-ICS 도입으로 타 손보사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퇴직연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2008년 이래로 롯데그룹 계열사의 퇴직연금 유치에 의존해 성장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9월말 기준 특별계정자산이 5조원에 달해 전체 자산의 43%에 육박했다. 상위 4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의 경우 약 5~10% 내외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특별계정은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자산 중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퇴직연금으로 마련한 셈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2014년에 김현수 대표가 취임한 후, 롯데손보의 적자운영을 막기 위해 퇴직연금 유치에 더욱 열을 올렸다”면서 “흑자 전환과 사세 확장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RBC비율은 한마디로 보험사가 일정 기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로, 소비자들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지표의 수치가 높을수록 지급여력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RBC비율은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보험회사의 순자산을 지급해야 할 보험금으로 나눈 값이다. 금감원의 RBC비율 권고 기준은 150% 이상이며, 100% 미만으로 떨어질 시 시정조치에 나선다.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2015년 144.4%, 2016년 150.1%, 지난해 3분기에는 159.1%로 금감원의 ‘권고’ 기준을 간신히 턱걸이 한 상태다. 3분기 기준 롯데손보는 손보업계 중 RBC비율 하위권에 위치했다.

2017년 상반기 기준 손보사 RBC 비율 평균은 218%이며 삼성화재가 RBC비율 359%로 손보사 중 가장 높았다. 타 보험사 RBC의 경우 삼성화재에 이어 DB손보가 204.5%, 메리츠화재 200%, 현대해상도 191.5%로 롯데손보보다 훨씬 높은 지급여력 능력을 갖고 있다.

내년 6월부터 K-ICS가 적용되면,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리스크가 RBC비율 산출식에 반영된다. 이와함께 퇴직연금 의존도가 큰 롯데손보는 RBC비율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롯데손보는 지난해 11월 증권신고서을 통해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퇴직연금 리스크 적용 시 RBC 비율이 136.7%로 하락할 것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롯데손보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왔다. 2012년 2번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지난해 9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후순위채 발행이 무산된 이후, 2017년 11월 900억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유효수요가 10억원 수준에 그쳐 시장흥행에는 실패했다. 기대치인 900억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다만 주관사인 'KB증권' 등 인수단이 매각되지 않은 잔여물량을 모두 인수하기로 결정해 외형적으로는 9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에 성공했다. 롯데손보에 따르면, 이번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비율이 180.1%로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K-ICS가 순차적으로 도입되면 RBC비율의 추가적인 하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6월부터 퇴직연금 리스크의 35%만 RBC비율 산출식에 포함돼도 롯데손보 RBC는 20% 포인트 가량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가적인 RBC하락 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후 추가적인 후순위채 발행시 후순위채를 매입할 수요자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 질 전망이다.

매년 매각설은 제기돼 왔으며 RBC비율 악화의 고비만 넘길 수 있다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굳이 매각을 고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김현수 대표의 사장 승진이나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발행 등은 롯데손보가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매각설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김 대표의 롯데그룹내 사장급 승진, 부산롯데호텔의 롯데손보의 2대주주 등극 등의 영향으로 롯데손보 매각설의 불길이 일시적으로 사그러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매각을 피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현수 대표가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부진한 재무건전성을 개선시켜야 하는 '아슬아슬 한 줄타기'를 어떻게 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