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장의 '소통' 행보…조종사 노조의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 이끌어내는 등 성과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설립 추진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기 안정화에 기여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이달 취임 1년을 맞은 가운데, 대한항공 안팎에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취임 1년 동안 소통을 강조해온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과의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등 의미있는 결과를 내놨다.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설립 추진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기 안정화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 소통 약속 지킨 조원태 사장

조원태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소통 경영을 강조해왔다. 조 사장은 지난해 1월 취임 공식 첫 행보로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인근에 위치한 3개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조 사장은 지난해 “노사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조와) 대화를 하다 보면 중간점을 찾을 수 있을 것” 등 노사 간 소통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며 실천으로 소통행보를 이어왔다.

조 사장의 소통 경영에 대해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가 수년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겉도는 등 갈등의 골이 매우 깊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난해 대한항공 노사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은 채 타결을 지향하며 결국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실제 조 사장 취임 전인 2016년 12월에 조종사 노조는 파업을 감행했고, 대한항공 노사 갈등은 해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록 심각했다. 반면 조 사장이 취임한 이후인 지난해에는 조종사 노조가 3월과 9월에 파업을 예고했으나 두 번 모두 협상끝에 철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필수 공익 사업장인 항공업 특성상 파업의 영향력이 미약해 파업을 철회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항공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비행이 가능한 전체 노조원의 20%만 파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종사 노조가 지난해 10월 황금연휴에 파업을 예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업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조 사장의 소통 경영으로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당시 조종사 노조 관계자들은 “조 사장 취임 이후 회사의 소통 경영을 믿어보려고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특히 이달에는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가 2015년과 2016년 임금 인상에 대해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노사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지속된 노사 갈등이 봉합단계에 들어가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평가가 많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김성기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잠정 합의안이 통과되길 바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6월23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이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협정을 체결한 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네 번째)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오른쪽 세 번째)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 조인트 벤처 설립 ‘9부 능선’…미래 먹거리 준비 ‘착착’

조 사장 취임 이후 대한항공의 미래 먹거리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6월 델타항공과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협정을 체결한 이후, 같은 해 11월에 미국 교통부(DOT)로부터 조인트 벤처 시행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현재 대한항공은 조인트 벤처에 대한 국토부 승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가 끝나는 대로 조인트 벤처 인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항공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늦어도 3월께는 심사를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3월이면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조인트 벤처가 본격 시행될 것으로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또한 인천공항 2터미널 조기 안정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개장하는 2터미널은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KLM, 에어프랑스 등 4개 항공사가 입주하지만, 대한항공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해 사실상 대한항공 전용 터미널로 인식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용객 편의를 위해 탑승 수속을 대폭 간소화하고,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2터미널 안정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 조원태 사장의 작은 변화, 혁신으로 이어질까…업무 강도·주주 배당 등 과제도 산적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조 사장이 취임 이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일성으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한 조 사장이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를 줘, 혁신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한항공 직원의 과도한 업무 강도, 주주 배당 등 조 사장이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해 있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대한항공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조 사장은 곧바로 문제점을 인정하고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노사 갈등에 대해서도 적극 소통하겠다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조 사장의 변화는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김포공항 직원 식당이 밥이 맛이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직접 김포공항 직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식비 단가를 올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퇴직한 직원이 경조사에 조 사장 이름의 화환을 요구하자 화환을 보냈고, 퇴직 이후 2년까지는 모든 직원에게 화환을 제공하도록 조치한 일도 있다. 이 같은 조 사장의 행보에 대해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큰 변화는 아니지만, 회사 경영진이 직원들을 신경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항공 시장 팽창에 따른 과도한 업무 강도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이 아직 주주 배당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조 사장이 풀어야 할 대표적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원태 사장이 1년 간 노사 갈등을 완화하는 등 대한항공 사장으로서 성공적인 안착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현재 조인트 벤처 설립이 늦어지고 있고, 향후 국제선에서 LCC(저비용항공사)들의 도전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 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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