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당국 제동에 M&A도 실패…알리바바 "보호무역 희생양 됐다" 반발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가 미국 대중(對中) 공세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미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알리바바 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의 미 송금회사 머니그램 인수에 제동을 건 데 이어 알리바바의 대표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를 2년 연속 '짝퉁 시장'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이다.

14일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상표 위조 조장 등을 이유로 타오바오를 재작년에 이어 작년에도 '악덕 시장'(Notorious Markets) 업체로 지정했다.

USTR은 가짜상품의 제작과 판매는 미국의 지식재산권을 훼손하고, 근로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다며 위조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전세계 온라인 시장 25개와 오프라인 시장 18개를 '2017 악덕시장' 명단에 올렸다.

타오바오는 2011년 처음으로 USTR의 악덕시장 명단에 올랐다가 상표권자들과의 협업 등을 통해 짝퉁 퇴출 운동을 벌이겠다는 알리바바의 약속에 따라 이듬해 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가짜제품 판매 비중이 높아 미국 산업과 소비자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5년 만인 2016년 다시 악덕시장 업체로 분류됐고, 지난해에도 USTR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USTR은 타오바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알리바바의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알리바바가 사이트에서 판매된 가짜상품의 규모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기준을 밝히지 않았을뿐더러 짝퉁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재지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재지정 발표가 미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중국 견제 조치에 이어 나오면서 알리바바가 미국 대중 공세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USTR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이후 경제 분야에서 크고 작은 분쟁을 겪어왔다.

알리바바 그룹 자회사인 앤트 파이낸셜이 미 송금회사인 머니그램의 인수합병(M&A)을 위한 방안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에 제출했다 퇴짜를 맞고 최근 M&A가 무산된 것이 대표적 예다.

또 중국산 알루미늄 합금 시트에 대한 미 상무부의 반덤핑조사와 관련,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지난 12일 중국산 알루미늄 제품이 미국 산업에 실질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만장일치로 판결하며 미 정부의 중국 공격에 힘을 보탰다.

미국의 견제조치가 이어지자 중국 상무부도 "미국이 이처럼 독단적인 보호무역적인 행위를 이어간다면 중국의 합법적인 권리와 국익을 지켜내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경고했다.

USTR의 악덕시장 지정에 알리바바 측도 성명을 내고 반박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보호무역주의 부상의 결과 알리바바는 고도로 정치화된 환경 아래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점수를 따려는 USTR의 희생양이 됐다"며 "USTR의 조치는 미국 이외의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악덕시장 목록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 정부의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이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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