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풀무원 제공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고령화시대를 맞아 '실버푸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한국은 내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2026년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처럼 노인 인구 증가에 맞춰 식품업체들은 다양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등을 포함한 국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는 2011년 5104억원에서 2015년 7903억원으로 5년 새 54.8% 성장했다. 관련 업계는 2020년 이 시장이 16조6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실버푸드에 뛰어든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아워홈, 한돈자조금

CJ프레시웨이는 2015년 실버 전문 식자재 브랜드 헬씨누리를 론칭, 고령자 맞춤형 전용상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노인 질환 및 영양 불균형 해소를 위한 맞춤형 식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메뉴만 70여 가지에 달한다.

최근 CJ프레시웨이는 헬씨누리 브랜드의 전면 리뉴얼에 착수했다. 지난 3년 간 운영해오며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국공립 시설, 중소요양원, 개인요양원 등 고객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 전략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CJ프레시웨이는 음식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는 노인이나 환자를 위해 '무스식'을 제공하고 있다. 무스식은 식재료를 잘게 갈거나 다져 만든 음식으로, 혀나 잇몸으로 으깰 수 있는 정도의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미래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용곤충(갈색거저리-고소애)를 활용한 치료식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소애는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단백질의 밀도를 높일 수 있고 식욕이 없어 식사 섭취량 자체가 적은 암환자에게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노인 대상 건강전문식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일반 음식과 맛과 모양은 동일하면서도 먹기 편한 연화식(蓮花食)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 전문 브랜드 ‘그리팅 소프트(Greating Soft)’를 새롭게 선보였다. 연화식은 치아 등 구강구조가 약한 고연령층 및 유·아동이 섭취하기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병원에서 음식을 씹고 삼키는데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액상 형태 ‘연하보조식’과는 구분된다.

회사 측은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연화식 전문 제조시설을 갖추고 ‘부드러운 생선’ 등 연화식 기술 2종에 대한 특허를 출원한 상태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품목별로 특허를 추가 신청할 계획이다.

아워홈도 국내 최초로 효소를 활용한 연화 기술을 개발, 실버 푸드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올 10월 효소를 통해 육류 떡류 견과류의 물성을 조절하는 기술 세 건을 특허 출원했다. 고기 떡 견과류는 영양학적으로 필수권장 식품군에 속한다. 이들 음식은 노화에 따른 치아 및 소화 기능 약화로 고령자들이 섭취에 애로를 겪는 대표 품목이다.

아워홈이 특허 출원한 육류 연화 기술은 육질이 질긴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 모든 적색육의 물성을 조절할 수 있다. 프로테아제를 감압 방식으로 고기에 침투시켜 육질의 부드러운 정도를 30~70%까지 원하는 수준에 맞춰 조절할 수 있다.

아워홈은 육류 떡 견과류를 활용한 고령자 친화식품을 시험 생산 중이다. 시장성 테스트를 거쳐 내년 안에 소고기사태찜, 구이용 가래떡 등 고령층 선호도가 높은 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풀무원 계열 식자재 유통전문기업 '푸드머스'는 최근 실버케어 전문기업 '롱라이프그린케어'와 고령자 식생활개선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실버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푸드머스와 롱라이프그린케어는 이번 협약을 통해 다가오는 고령사회를 대비, 고령자를 위한 표준화된 급식서비스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또 향후 롱라이프그린케어가 직영하는 전국 15개 주야간보호센터에 '소프트메이드' 등 고령자 맞춤형 상품과 식자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한돈자조금은 대한영양사협회와 함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돈 건강식 메뉴 개발 발표회’를 갖고 단백질 섭취가 어려운 노인, 환자, 유아를 대상으로 우리 한돈을 활용한 한돈 건강식 메뉴를 선보였다.

지난 13일 한돈자조금이 대한영양사협회와 함께 선보인 한돈 건강식은 우리 돼지고기 한돈을 주재료로 연화식 형태로 개발해 일반 음식과 동일한 맛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비드 조리법(저온진공조리법)을 활용해 음식을 씹고 삼키기 편한 특징이 있어 씹는 데 불편함이 있거나 소화 기능이 약한 노인, 환자, 유아가 섭취하기 좋다.

하태식 한돈자조금 위원장은 "한돈 건강식 메뉴를 통해 노인뿐 아니라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나 유아, 어린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한돈의 맛과 풍미를 즐기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돈자조금은 한돈 건강식의 대중화를 위해 대한영양사협회와 업무 협약을 체결, 레시피 책자 배포, 영양사협회 홈페이지, 교육 사업 등을 통해 한돈 건강식의 맛과 영양을 알릴 예정이다.

◇ 아직 포트폴리오 단순, 제도적 기반 미흡하다는 지적도

하지만 실버푸드 시장은 아직 제품 포트폴리오가 단순하고 그나마도 중대형 병원을 통한 식자재 공급이나 연화식 개발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10월 고령친화식품 한국산업표준(ks) 제정안을 마련했고, 이달 말 공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고령친화식품 관련한 법적·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식약처 등 관련부처에 제도 정비 및 신설 등을 요구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13일 식약처·식품업계 CEO간담회에서 실버푸드 시장에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는만큼 농림축산식품부 '고령친화식품 KS' 제정에 따른 관련 기준 및 규격' 신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식약처는 식품위생법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해 '고령친화식품 관련 기준 및 규격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식품 시장과 차이점이 분명히 있는 분야"라며 "고령친화식품 시장이 활성화되면 고령 소비자의 건강과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는만큼 기업과 정부차원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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