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질, 탈황, 이산화탄소 감축 설비 보강으로 친환경성 강화해

탄소포집설비와 기술로 석탄발전 이산화탄소 감축, 확대 기대

약 100m 높이의 보령3호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복합발전 연료저장고인 LNG저장탱크와 함께 신보령발전이 보인다.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중부발전 소속 보령발전이 세워진 서해안 바닷바람이 제법 쌀쌀했다. 인근에 위치한 석탄 야외 저탄시설에서 탄가루라도 날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볼을 손으로 만져봤지만 다행히 손에 탄가루가 묻어나지는 않았다.

1994년 운전을 시작한 이후 한번도 고장이 나지 않았다는 500MW급 보령발전 3호기(이하 ‘보령3호기‘)는 ’6000일 무고장운전’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지지고 있다. 내년부터 550MW로 성능향상을 하며 친환경설비도 함께 갖출 계획이다. 친환경설비 보강으로 ‘기후변화대응’과 ‘탈석탄’ 시대에서 생존 투쟁을 벌이는 보령발전 현장을 8일 방문했다.

◇ 지상 100m 높이 구조물에 매달린 보일러

지상에서 96.7m에 위치한 보령3호기의 전망대에 오르기까지 관람자와 수행하는 보령발전 관계자 외에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900명이나 근무한다지만 워낙 부지가 넓은데다가 설비가 워낙 거대하기 때문이다.

보령3호기의 높이는 110m다. 물을 끓여 스팀을 만드는 보일러가 100m 지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보일러를 지면에 설치하면 옆팽창 때문에 설비가 고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보령3호기의 100m 전망대에선 석탄 벌크선을 정박하는 부두와 야외 저탄시설, 석탄발전과 더불어 들어선 복합발전을 위한 LNG탱크도 같이 볼 수 있었다. 한켠엔 최신 설비로 세워진 신보령발전소도 볼 수 있다.

옥외 석탄저장고 풍경. 보령화력은 석탄의 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지붕을 씌울 예정이다. 2025년에 완전히 지붕으로 덮힌다. 사진=안희민 기자

◇ 분진, 석탄회,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저감하려고 안간힘

석탄발전은 원료가 ‘석탄’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다.

석탄에서 나오는 분진, 석탄을 태워서 나오는 황산화물(SOx)와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CO2), 폐수 등이 나온다. 모두가 인체에 유해하다. 석탄 분진은 말할 것도 없고 황산물은 독성이 있다. 질소산화물은 공기 중 다른 입자와 결합해 미세먼지가 된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보령3호기가 살아남는 법은 간단하다. 분진,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폐수를 저감하면 된다.

중부발전은 보령3호기뿐 아니라 전 시설에 탈황설비, 집진설비, 탈질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석탄발전 1~6호기는 배출허용기준 대비 34%의 황산화물, 36% 질소산화물, 16% 먼지를 배출한다.

석탄발전7~8호기는 배출허용 기준 대비 20%의 황산화물, 55% 질소산화물, 19%의 먼지를 배출한다. 가스복합발전소는 배출허용기준 25%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 신보령발전의 배출 비중이 높은 이유는 강화된 기준 때문이다. 배출농도를 보면 1~6호기보다 7~8호기가 확실히 낮다.

폐수 무방류시스템도 보령발전의 자랑이다. 발전폐수는 종합폐수설비에서 처리 후 회 이송수로 100% 다시 이용한다. 탈황폐수처리설비는 생물학적 처리방법에서 증발농축법으로 교체 중이다. 향후엔 응축수를 전량 재이용할 예정이다.

석탄분진을 연료주입단계에서부터 없애기 위해 보일러 개량도 꾸준히 했다.

1984년 9월 준공한 500MW급 보령1,2호기는 아임계압 드럼형이지만 1993년 6월 운영하기 시작한 3,4호기와 1994년 4월 5,6호기, 2008년 12월 준공한 7,8호기는 초임계압 관류형이다.

초임계압 관류형은 541℃ 이상의 온도에서 석탄을 태워 대부분 연소한다. 신보령발전은 640℃까지 온도가 오르는 초초임계압 보일러를 사용한다.

연소한 재는 일단 땅에 묻는다. 석탄회라고 불리는데 건축물의 골재로 사용된다. 최근 건축용 골재에 석탄회를 50%까지 섞을 수 있도록 건축법이 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지만 보령3호기 전망대에서 본 풍경은 황량했다.

마침 부두엔 석탄을 가득 실은 벌크선 한 대가 접안해 있었다. 부두 배면엔 야외 저탄시설이 펼쳐져 있었고 야외 저탄시설 저편엔 석탄회 매립지가 있었다. 석탄회 매립지는 석탄이 발전에 이용된 후 타고 남은 찌꺼기로 일단 매립 후 재활용을 기다린다. 황산화물의 경우 석회석과 반응시켜 석고보드의 원료로 만들어진다.

보령3호기 배면의 야외 저탄시설은 종종 언론에 보도되며 ‘탈석탄’의 논거가 되곤 한다. 탄가루가 날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보령발전은 석탄 입자가 굵고 탄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갖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겪는 어려움은 같다.

결국 이와 별도로 지은 신보령발전 저탄시설은 길이 400m, 폭 100m, 높이 40m의 저탄고로 만들었다. 저장할 수 있는 석탄량은 50만톤이다. 저탄고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저탄고 지붕에 얹은 태양광발전소의 설비용량이 3MW다.

보령발전은 야외 저탄시설에 지붕을 얹을 계획을 갖고 있다. 문제는 한 번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발전을 위해 여러 종류의 탄을 섞어 쓰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 절반을 덮고 2025년 마무리할 예정이다.

탄소포집시설. 습식방식으로 연간 7만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사진=안희민 기자

◇ 신재생설비와 탄소포집설비로 기후변화대응

보령발전의 가장 큰 자랑은 탄소포집설비다. 보령석탄발전은 연간 7만톤의 이산화탄소 포집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액화하면 5만톤 규모다.

보령발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연간 350만톤 규모이기 때문에 현재 설비는 터무니 없어 보이지만 연간 10만톤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내 사업장이 525개이기 때문에 이미 상용화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수 있다.

보령발전 관계자는 “국내 이산화탄소 시장 규모를 감안해 설비를 당장 늘리지 않고 있으나 향후 해외 사업이 활성화되고 포항분지에 이산화탄소매립장이 운영되면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령발전에 설치된 탄소포집기기는 습식 흡수제가 있는 알려져있다. 탈질, 집진, 탈황 과정을 거친 배기가스를 흡수제가 이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보령발전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압축, 정제, 액화 과정을 거쳐 순도 99.99%의 산업용 이산화탄소로 탈바꿈한다.

기자가 방문한 당일에도 탱크로리 2대분의 이산화탄소가 반출됐다고 보령발전 관계자는 전했다. 이산화 탄소는 현재 주로 일산 파프리카 농장으로 반출되고 있고 향후 용접, 음료, 드라이아이스 제조용으로도 용처를 넓힐 예정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반도체 세척용으로 쓰는 이산화탄소가 순도 99.999%인데 보령발전 측은 순도를 높여 상품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산화탄소는 한국에서 톤당 10만~23만원으로 60만~70만톤이 거래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선 순도 99.999%의 이산화탄소를 30만원에 구매해간다.

해외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오일 추출용으로 쓰인다. 시추공에 이산화탄소를 투입하면 다른 편 시추공에서 오일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또한 보령발전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이산화탄소 판로다.

탄소포집저장엔 돈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보령발전 관계자는 4000억원 정도를 들이면 한 개호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고 전했다. 포항 앞바다 동해 가스전의 빈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사업에 2조원이 들 전망이다.

보령발전 관계자는 탄소포집저장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LNG탱크의 냉매와 열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LNG는 액체상태로 저장하기 때문에 상당히 저온이다. 이 저온 상태를 이산화탄소 응축에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령발전과 LNG터미널은 1KM 떨어져 있다. 냉매를 순환시켜 냉동기 없이 탄소포집설비를 돌려보는 것이 2018년부터 시행하는 1단계 사업이고 2019년 시행하는 2단계 과제는 종합사옥의 냉방기를 연결시키고 발전소의 각종 칠러시스템을 LNG터미널의 냉매를 사용하는 사업이다.

보령발전관계자는 “탄소포집기술과 시설이 세계최고라고 자부한다”며 “꾸준한 시설 개선과 보강으로 탈석탄 시대에 적응하고 지역주민과 전력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발전소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보령발전에 기자와 동행한 기후변화센터 리더십 아카데미 16기 일행과 보령발전 관계자들. 사진=안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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