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법 준수 해야하는 입장” vs 시민사회 “공사기간 인가기간 연장 말아야”

시민사회 “환경부-국회 협력 요청” vs 산업부 “연료전환, 文정부-포스코에 부담”

백운규 산업부 장관(제일 왼쪽)이 8일 에너지미래포럼 강연 후 참석자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백 장관 오른쪽은 이재훈 에너지미래포럼 대표, 윤동준 포스코에너지 사장. 이재훈 대표 뒤는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사진=안희민 기자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삼척 포스파워를 8차 전력수급계획상 석탄발전으로 인정할 움직임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사회는 문재인정부의 ‘탈석탄’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로 해석하고 있다.

삼척 포스파워는 당초 LNG 연료전환 대상이었지만 사업자 포스코의 의지대로 석탄발전으로 ‘모색’되고 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을 비롯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법 준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연료전환에 지대한 노력을 했다고 강변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사건의 발단은 삼척 포스파워에 대한 산업부의 달라진 태도가 시민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데서 비롯됐다.

산업부는 △사업자인 포스코에너지의 사정이 어렵고 △삼척 현지 주민이 무엇이든 사업을 해야한다는 분위기며 △산업부가 법을 준수해야하기 때문에 삼척 포스파워를 석탄발전화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박원주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법치국가이니 법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설득밖에 없다”면서 “포스코는 거기서 돌아서 망하면 지역주민들이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지내니까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한 끝에 당진에코 2기라도 연료전환하기 위해 노력해 성공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전환 대상 기업과 산업부가 소송전을 벌이면 산업부가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 실장은 “우리가 법적수단이 무엇이 있느냐? 승인 안 내주는 것도 결국 재판 가서 이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백운규 장관을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백 장관은 삼척 포스파워의 연료를 석탄에서 LNG로 바꾸기 위해 가장 노력한 분이다. 현행법 틀에서 (삼척 포스파워 연료전환이) 회사 하나를 망가뜨리지 않고선 안된다는 것을 알고, 정무적으로도 이 정부에 부담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지못해 수용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백 장관도 아쉬움을 일찌감치 표현했다.

백 장관은 8일 에너지미래포럼 강연에서 “환경세 등이 강화되는 미래엔 석탄발전이 사업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우리가 10년후 돌아볼 때 그때 그러지 못했다는 후회가 들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 장관은 "친환경 연료전환하기로 한 9기의 신규 석탄발전소 중 1기만 연료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곧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됐다. 그도 "산업부는 법을 지켜야 하는 조직"이라는 말을 나중에 추가로 덧붙였다.

백 장관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자 박 실장은 1기가 아닌 2기, 즉 삼척 포스파워 2기가 연료전환의 대상에서 빠진다고 기자에게 설명해왔다.

산업부의 이러한 논리는 발전사업을 고려할 때 경제성 외 환경성과 안전성을 고려해야한다는 올해 3월 개정된 전기사업법의 법리와도 맞지 않는다.

석탄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이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은 방기한채 사업자 포스코에너지의 어려운 경영상황과 소송으로 갈 경우 산업부가 입을 피해가 삼척 포스파워의 석탄발전 유지의 명분으로 전면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사실 삼척 주민들 입장에선 석탄발전이든 LNG발전이든 상관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가 줄 정도로 지역 경기가 나빠지자 무엇이든 공사를 시작해야한다는 분위기라는 것이 산업부 담당 공무원의 전언이다.(본지 12월 5일자 '산업부 삼척 포스파워 석탄발전 추진설… 문 정부 탈석탄 역주행?' 참조)

포스코에너지는 삼척 포스파워을 원안대로 석탄발전으로 유지한다하더라도 늘어난 기후변화대응과 환경비용이 또다른 골치거리가 될 수 있다.

중부발전이 운영하는 보령발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기당 4000억원의 탄소포집설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척 포스파워가 석탄발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100%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8000억원의 설치 비용이 추가로 든다.

여기엔 환경 친화적 설비에 드는 비용은 배제돼 있다. 탈질, 집진설비, 탈황설비 설치비는 물론 저탄 시설의 옥내화, 석탄이 타고 남은 찌꺼기인 석탄회의 보관과 매립지 확보를 위해 추가로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가스복합화력의 경우 질소산화물이 주요 대기오염물질이다.

보령화력의 석탄발전의 경우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먼지가 측정대상이지만 같은 보령화력 소내에 설치된 복합발전은 질소산화물만을 주요 대기오염물질로 상정하고 있다.

경영난에 직면해 삼척 포스파워의 석탄발전 유지를 택한 포스코에너지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백 장관도 설득하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백 장관은 앞으로 석탄발전이 돈이 안된다는 사실을 기업에게 꾸준히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8일 강연에서도 언급했다.

요컨데 산업부는 현행법상 발전사업이 최우선 고려해야하는 경제성, 환경성, 안전성과 문재인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의 기본 취지 외에 포스코에너지의 경영상황과 산업부가 소송에 직면할 위험성 등도 추가로 고려하다보니 삼척 포스파워의 석탄발전 유지안을 내놓았다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산업부의 태도에 대해 시민사회는 즉각 반박했다.

우선 산업부가 법을 준수하기 때문에 삼척 포스파워의 석탄발전화를 추진한다는 주장에 대해 (사)기후솔루션(SFOC)의 이소영 변호사는 산업부가 법 준수 의지가 있다면 삼척 포스파워의 공사계획 인가기간 연장을 하지 말았어야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이 변호사는 “삼척 포스파워는 2013년 7월에 발전사업 허가를 득하고도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한 사업이고, 4년이 훨씬 경과하도록 환경영향평가 협의조차 완료하기 못한 단계이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법적인 기득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3년내에 착공을 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발전사업 허가의 필요적 취소사유가 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가 두 차례나 착공기한을 연장하며 선처를 해 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사업법이 '공사계획 인가기간'이라는 제도를 두고 발전사업 허가취소 사유로 삼는 것은 삼척화력과 같이 기초 인허가만 받고 사업권을 사고 팔면서 실제 사업은 지연시키는 경우를 제재하고 설비계획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달 말에 다시 한번 착공기한이 도래하고 발전사업 허가취소 사유가 발생하게 될 삼척화력에 대해 산업부가 '법적인 이유로 취소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설명”이라고 비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알리는 산업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 팀장은 “이렇게 민감한 문젤 공식 발표도 아닌 방식으로 슬쩍 흘리는 방식이 과연 공정하고 적절한 방식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부가 이런 식으로 흘리기를 하면서 언론의 간을 보고 삼척 포스파워의 석탄발전 안착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노리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척 포스파워가 석탄발전으로 가면 환경경영향평가 반려하라고 환경부에 요청하고 8차 전력수급계획이 국회 산업위에 보고하는 수순이 남아 있으니 국회에 협력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삼척 포스파워의 석탄발전 유지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실이 아니다.

이를 반영한 8차 전력수급계획은 국회 산업위 보고 전이며, 공청회도 개최해야 한다. 삼척 포스파워가 연료전환에서 제외됐다는 사실도 그간 풍문으로만 존재했다.

산업부의 의지가 공식화된 현 시점에서 시민사회가 일전을 벼르고 있어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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