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현대중공업 노사가 2년 동안 접점을 찾지 못했던 임금 및 단체협약에 대해 연내 타결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의 새 집행부는 지난 5일부터 노사 협상에 돌입했다. 노조 측은 오는 18일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로 ‘릴레이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순환휴직과 단협 승계 등 노사가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7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지난 5일 노조는 새 집행부 선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14차 교섭을 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 대표인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회사 발전을 위해 힘쓴 조합원을 생각해, 연내 타결을 위한 사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사측대표인 노진율 현대중공업 전무 역시 “서로가 양보해 연내에 타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답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14차 교섭을 마치고, 15차 교섭을 진행해 노사가 공동으로 연내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하고, 간사 협의를 통해 교섭 일정을 잡았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는 6일과 8일에 실무 부서 간 교섭 내용을 정리하고, 내주부터 교섭을 매일 열어 본 교섭, 대표자 교섭, 실무 교섭 등을 병행하기로 했다.

박근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장.
◇ 현대중공업 노조 분위기 ‘투쟁’에서 ‘합심’으로

올해 10월31일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장이 당선되고 노조에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서, 분위기가 ‘투쟁’에서 ‘합심’으로 바뀌고 있다. 박근태 지부장은 선거 과정부터 임단협 연내 타결을 강조해왔고, 지난달 28일에는 고(故) 정주영 창업자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길이 없으면 찾아라, 그래도 없으면 만들어라’라는 창업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년 동안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어왔다. 사측은 조선업 악화 등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조에 ‘희생’을 요구해왔고,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부터 수익 개선이 됐음에도, ‘앓는 소리’만 한다고 맞서왔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6년 임단협과 올해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2년 치 협상을 통합해 교섭을 진행해왔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연내 타결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은, 2년 동안 진행된 노사 협상에 대한 피로감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노조는 올해 파업, 상경 투쟁 등을 통해 사측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냈으나, 사측의 입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노조가 내년 4월까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3년 치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도 연내 타결 기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대립적인 노사 관계가 교섭에 영향을 미쳤는데, 새 집행부는 노사 관계에 따른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자는 입장”이라며 “연내 타결이라는 방향을 위해 전향적인 태도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 순환휴직·단협 승계 등 쟁점 ‘여전’…일각선 연내 타결 ‘부정론’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연내 타결에 힘을 쏟고 있지만, 노사가 풀어야 할 현안도 산적해있다.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사가 연내 타결을 이뤄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암울한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순환휴직과 상여금 지급 방식, 단협 승계 등이 노사 협상에 주요 쟁점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측은 당초 조선업 불황으로 기본급 20% 반납을 제시했으나, 노조 반발로 철회했다. 대신 올해 9월부터 조선 사업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순환휴직과 직무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일감 부족으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순환휴직과 직무교육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순환휴직과 직무교육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상여금 지급 방식 문제도 골칫거리다. 사측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연간 800% 상여금 가운데 두 달에 한 번씩 지급되는 100%의 상여금을 50%로 나눠 매달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현 임금 체계가 유지될 경우,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직원들의 임금이 오를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노조 측은 사측의 상여금 지급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4월 현대중공업이 4개 회사(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로 분사하면서, 단협 승계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노조 측은 앞서 통합 노조에서 합의한 단협을 분사된 노조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은 “사업 특성이 완전히 다른 회사에 동일한 단협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고정 연장 수당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사측이 4급 이상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오후 5시부터 1시간 더 일하는 조건으로 고정 연장 수당을 지급해왔는데, 지난해 일방적으로 고정 연장 수당을 폐지했다”며 “고정 연장 수당 폐지에 따라 축소된 임금을 사측이 어떻게 보전해줄지에 대한 부분도 쟁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노사가 연내 타결을 이뤄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노조 새 집행부가 연내 타결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실제 노사가 각종 현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현대중공업 노사가 연내 타결을 이뤄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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