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책따른 기업에 대해선 정부가 끝까지 챙겨야…'좁쌀 중국'에 대해선 강력 항의해야

동효정 산업부 기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한중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조속한 교류·협력 정상화에 합의한 지 거의 한달만인 28일, 베이징과 산둥지역에 한해 중국 일반 여행사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비로소 허용됐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들이 앞으로 줄줄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자 관광업계는 물론 면세·유통업계까지 '유커 맞이' 채비로 들뜬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몽니'나 다름없는 단서를 내걸었다. "롯데그룹과의 협업은 금지한다"거나 "한국행 상품을 판매할 때 롯데 호텔 숙박이나 롯데 면세점 쇼핑을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롯데 금지' 특별 지시를 내린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보복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더라도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서만은 '표적 보복'을 풀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중화민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좁쌀' 소국에나 어울릴법한 속좁은 조치를 공공연하게 내린 것이다.

롯데는 국내 업체 가운데 '사드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기업으로 꼽힌다. 2008년 중국 진출 이후 첫 실적 개선을 기대하던 롯데마트는 중국의 무차별적인 세무조사와 영업정지로 결국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 제과·음료 등 22개 롯데 계열사의 중국 현지사업도 크고 작은 손실을 감내하며 지금도 속앓이가 한창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이 뚝 끊어지면서 전체 매출의 20%가량이 급감했고, 롯데호텔 역시 중국인 투숙객 감소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롯데가 3조원을 투자하며 건설 중인 선양 롯데타운 건설사업도 결국 중단됐다.

국가간 정치적 사안에 본의 아니게 휘말린 롯데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국가 안보와 관련해 정부시책에 협조했는데 그 이유로 민간 기업이 계속 피해를 보고 있는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면서 "다음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한중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에나 중국의 제재가 풀리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의 말처럼 정부의 외교안보적 정책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중국측의 사드보복 피해를 왜 민간기업인 롯데 혼자 떠안고 감내해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

정부가 국가시책에 협력한 기업에 대해 보호막이 돼 주지 않는다면 어느 기업이 정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중국 시장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수많은 기업들은 지금 이순간 대한민국 정부가 위기에 빠진 롯데에 대해 어떤 대책과 처방전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차제에 중국의 속좁은 조치에 대해 당당히 따져야 하는 것은 물론 롯데 처럼 정부시책에 호응하다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해서는 의미있는 수습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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